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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여 금와왕 통도사 자장암에 숨어들다(4)
정형진 신라얼문화연구원장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9년 10월 29일(화) 17:42
ⓒ 경북연합일보
금와보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금와보살의 내력은 일제강점기 학자였던 이능화의 『조선불교통사』<변화금와(變化金蛙)>에 잘 나타나 있다. "축서산 통도사의 자장암 곁의 커다란 암벽에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만한 구멍이 있는데 그 속에 작은 개구리가 있다. 몸은 청색이고 입은 금색인데 어떤 때는 벌이되기도 하여 그 변화하는 것을 헤아릴 수 없다…(중략)…세상에 전하기를 그 개구리는 자장율사의 신통으로 자라게 한 것이다."
 지금도 통도사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보살은 금와보살이다. 금와는 전국적으로 알려져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하루도 편히 쉴 수가 없다. 그를 찾는 중생들의 호기심에 평정심을 잃는 경우도 많다. 한번만 뵙자고 청하는 대중들의 기대에 부응하자면 해가 하늘을 달려가는 동안은 늘 그들을 제접해야 한다. 그들의 환희심을 생각하면 하루도 빠짐없이 바위굴에 앉아 정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만 그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해서 어느 날은 아예 대중들의 마음을 모른 척 하고는 쉰다. 가끔은 동안거라는 핑계를 대고 아예 서너 달씩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자장암에 가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관음전 뒤에는 커다란 바위 덩어리가 자리 잡고 있다. 그 바위는 불교이전부터 신앙하던 바위신단이다[사진]. 바위신단에는 여신의 자궁인 커다란 용알터가 있다. 알터라고 하는 고대 유적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영어로는 컵-마크라고 한다. 바위에 새겨진 작은 구멍을 그렇게 부른다. 알터는 성혈(性穴)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별과 연관해서 생명의 탄생이나 풍요를 기원하던 곳이다. 반면에 그 보다 훨씬 큰 용알터는 달 혹은 대지의 여신과 관련된 성혈이다.
 용알터는 자장스님이 들어오기 이전부터 이곳이 고유 신앙의 신전이었음을 말한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사찰의 주변에는 불교 이전 조상들의 신앙공간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자장암의 관음전 되 바위도 그러한 곳 중 하나다. 현재 금와보살이 살고 있는 바위가 불교 이전의 바위신전이었다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 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정황 증거로 보면 그렇게 볼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우선 통도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마을 이름으로 대석리와 소석리가 있는데, 이 지명은 바위신앙과 관련된 것이다. 그 마을 뒷산인 천성산에는 바위신앙의 흔적이 상당히 많이 남아 있다. 필자가 직접 답사해서 확인했다. 알터와 용알터가 수도 없이 많다.
 다음으로 부여인들이 이들 지역으로 남하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역사적 정황이 있다. 서기 285년 모용선비족의 지도자인 모용외는 전격적으로 부여를 침공한다. 파죽지세로 밀려오는 선비족의 공격에 부여왕 의려는 자살 한다. 그리고 그 자제들은 옥저로 달아났다가 이듬해인 286년에 다시 왕성이 있는 녹산으로 돌아갔다.
이 전쟁에서 옥저로 달아났던 부여인이 모두 고향으로 돌아갔을까. 많은 학자들은 그들 중 일부가 남으로 내려왔을 것으로 추정한다. 또한 346년에는 전연이 부여를 침공한다. 이때도 유민이 발생했을 것이고, 494년에 고구려에 흡수될 때도 유민이 발생했을 것이다. 그들 중 동해안을 타고 김해나 양산 지역까지 내려온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김해 지역에서 발굴되는 고고학 자료를 살펴보면 이 시기에 갑자기 등장하는 북방계 유물들이 많다. 학계에서는 전란을 피해 내려온 부여인과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 한다.
 마지막으로 금개구리를 표현한 고고학 자료가 있다[사진]. 이 유물 또한 동부여인들의 이동과 관련 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유물은 고령에 있는 가야시대 고분에서 출토되었다. 어떤가. 개구리처럼 보이는가. 그런데 고고학자들의 눈에는 이 유물이 소로 보이는가 보다. 『고분미술』이란 책을 보면 이 그림을 "금관 부속 장식으로 믿어지는 것으로…(중략)…전체적으로 금판 장식은 소머리 형으로 보이는데, 곡옥이 소뿔의 모습을 하고 있어 더욱 그러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의 눈에는 아무리 보아도 개구리 장식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황들을 고려하고 보면 자장암에 살고 있는 금와보살은 기실 부여족의 신앙대상이 됐던 금와왕이 본래의 면목일 것이다. 그 금와가 자장이라는 고승과 만나면서 불교로 개종(?)했고 그 이름 또한 금와보살로 바뀌었던 것이다. 여전히 신성한 존재로 대접받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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