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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쉬나메, 페르시아왕자와 신라공주의 결혼이야기
정형진 신라얼문화연구원장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9년 08월 06일(화) 17:32
ⓒ 경북연합일보
앞에서 경주에 있는 괘릉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불국사역에서 울산 방향으로 얼마 안 가다보면 왼쪽에 괘릉이 있다. 괘릉을 지키는 무인상은 심목고비, 그러니까 눈이 깊고 코가 크다. 그 무인상은 누가 봐도 신라인은 아니다. 무인상의 모델은 누구였을까. 당시 서라벌 도심에서 볼 수 있던 외국인이었을까. 아니면 어떤 장묘문화를 모방해서 이국적인 인물을 세운 걸까?
 무인상이 괘릉을 지키고 있게 된 배경에 대한 학설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당나라에서는 왕이나 귀족들의 능이나 무덤을 만들면서 서역 무장들의 모습을 만들어 명기(明器), 그러니까 무덤에 넣는 작은 인물상을 만들어 넣었는데, 그 문화가 반영된 것이라는 설. 당나라 사람들은 서역 무장들의 당당한 체구와 이색적인 용모에 매력을 느꼈다. 서역 무장은 무덤을 지키기에 안성맞춤이라 생각하고는 그들의 모습을 명기로 만들어 함께 부장했다. 당나라의 그런 장례 풍습을 모방해서 서역인 무인상을 만들어 무덤을 지키게 했다는 설명이다.
 둘째는 원성왕의 묘제가 불교적인 색체를 띠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설명이다. 그러니까 무인상은 서역인의 모습을 모티브로 제작한 금강역사나 사청왕과 같은 신장상이라는 견해다.
 셋째는 무인상의 복식을 보면 상당히 정교한 것을 알 수 있는데, 그 정교함이나 생동감을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신라인들이 서역인을 직접 보고 제작했을 것이라는 견해다. 다시 정리하면 앞의 두 설은 신라에 왔던 이슬람인을 직접 보고 만든 것이 아니라 당나라와의 문화교류의 산물로서 제작되었다는 것이고, 셋째 설은 서역인이 실제로 신라에 와 살았고 그들을 보고 제작했다는 것이다.
 통일신라 당시 서라벌에는 외국인 무역상, 특히 아랍 혹은 페르시아계 무역상들이 많이 활보하고 있었다. 아랍세계에 전해지는 기록에 따르면 아랍이나 페르시아인은 서라벌을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로 생각했다. 서라벌에 온 그들은 서라벌에 매료돼 떠나지 않고 눌러 살았다.
 그렇다면 무인상은 서라벌을 활보하던 아랍 혹은 페르시아계 상인 혹은 그들의 호위무사였을 것이다. 최근에는 미술사적으로 보았을 때 무인상은 페르시아인이라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 근거로 무인상이 두르고 있는 머리띠를 든다. 이슬람인들 중에서 머리띠를 하는 것은 '페르시아 왕공귀족들의 표상'이었다고 한다. 중앙아시아 미술사의 대가인 권영필 교수는 "신라인들이 그 당시 이란인들(페르시아인들)을 직접 보았을 것을 근거로 했음이 틀림없다. 일반적인 호인(胡人)의 형태는 당제(唐制)를 모방했다고 하더라도, 머리띠와 같은 특수한 장식에 있어서는 이란인들의 풍습을 숙지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당도용(唐陶俑) 가운데는 머리띠를 두른 것이 거의 없는 실정인데도, 그와 같은 표현을 했다는 것은 이란계(페르시아인)와의 직접적인 접촉을 의미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러니까 무인상은 서라벌을 활보하던 페르시아인을 모델로 했던 것이다. 그렇게 볼 수 있는 정보가 하나 더 있다. 무인석을 자세히 보면 엉덩이 쪽에 반낭이라고 불리는 주머니가 있다. 그것은 페르시아 무장 상인들이 차고 다니던 것이다.
 괘릉의 무인석을 닮은 인물이 다른 능에도 있다. 경주시 안강읍 북서쪽에 있는 어래산 자락에 가면 신라 제 42대왕인 흥덕왕릉이 있다. 그 흥덕왕릉을 지키고 있는 무인석도 서역인 상인데 머리에 띠를 두르고 있다. 그도 페르시아계 아랍인이었다. 흥덕왕 재임 중에는 서라벌 시민들이 사치가 심했고 외제품이 범람하던 시기다. 당시 왕은 칙령을 통해 해외명품 수입을 금지시킬 정도였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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