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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민의 서사시, 인류 최대의 시 - 마나스
전인식 시인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9년 07월 28일(일) 17:48
ⓒ 경북연합일보
서사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실트로드 선상의 중앙아시아 지역을 여행하면서부터이다. 특히 키르기스탄을 여행하며 이시쿨 호수를 비롯한 설산과 초원이 주는 자연풍관에 감탄하였고 또 하나는 키르기스탄 사람들의 정신적 구심적 역할을 하는 마나스라는 대서사시의 존재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서사시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가 대표적일 것이다. 그리스,로마사 비롯한 서양 중심의 세계사를 배운 탓일 것이다. 이 보다 1천700년이나 전에 인류 최초의 문명지역인 메소포타미아지역에서 수메르인들에 의해 '길가메시' 서사시가 태어났다. 바빌로니아시대에 집대성돼 전해오는 인류 최초의 서사시이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인간이 중심이 된, 최초의 창세신화이며, 성경을 낳은 신화, 그리스신화에 영향을 준 신화이다.
 중앙아시아 지역에는 수 많은 서사시가 존재한다. '알파미시'로 대표되는 우즈베키스탄 서사시와 '게세르', '장가르' 등 몽골지역에서도 280여편의 서사시가 전해져 오고 있다. 이들 서사시들은 공통적으로 민족의 영웅을 노래하고 있다. 이외에도 힌두교와 인도문화의 근원이 되는 인도의 대서사시 '마하바라타'와 '라마야나' 또한 장대한 내용의 설화와 전설을 담고 있다.
 키르기스탄은 중앙아시아 여러나라중에서도 가장 유목적인 국가이다. 그들은 민족 정체성의 원형을 마나스에서 찾고 있다. 수도 부시켁의 공항이름도 마나스 공항이고 서울 한복판에 이순신장군 동상이 있듯 도심한복판에 말을 탄 마나스 동상이 있다. 고선지장군과 유래가 깊은 탈라스에 마나스 성지가 있다. 이곳에는 박물관과 영묘등이 있으며 일년내내 마나스를 음송하고 있다. 약관 나이에 외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킨 영웅 마나스와 그의 아들과 손자에 이르는 삼대에 걸친 활약상을 삼부작으로 구성된 민족영웅 서사시이다. 국기속 40개의 태양도 마나스를 따르는 40인의 전사들을 상징한다. 마나스는 알타이에서 텐산산맥에 이르기까지 초원지대의 유목민들의 역사, 문화, 신앙, 전통과 관습 모든 정보를 아우르는 키르기스인 민족정신을 집대성 구비문학이다. 마나스는 다른 여타의 서사시들을 압도한다. 50만행에 이르는 세계최장의 서사시로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를 합친 것보다 20배가 길며, 인도의 대서사시 마하바라타 보다는 2.5배가 길다. 이와 같은 거대 분량들이 어떻게 구전으로 전승돼 왔는지 불가사의하다. 구전으로만 전해오다가 19세기 후반부에 와서야 비로소 활자화 됐다고 한다. 수많은 세월 동안 말을 타고 달리며 유목민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왔다. 특이하게 마나스는 악기나 반주없이 구송(소리내어 외우거나 읽는 행위)되는 유일한 서사시이다. 모든 시행은 7음절, 8음절로 구성되고 음의 고저와 강약으로 오르락 내리락하며 진행된다. 마나스 암송자를 '마나치스'라고 부른다. 키르기스인들에게는 성경과도 같은 마나스는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재로 등재됐다. 놀랍게도 키르기스탄이 아닌 중국에 의한 신청이었다니 왠지 내 것을 남에게 빼앗긴 기분이다. 국력차이에서 비롯된 엄연한 현실 앞에 우리도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아야 할 일이다. 마치 아리랑을 중국에서 신청하는 것처럼 씁쓸하다.
 이처럼 중앙아시아지역에서의 서사시가 발달하게 된 이유는 고대 투르크 민족을 비롯한 유목민들은 문자가 없다보니 구전작품이 발전할 수 밖에 없었다. 이들의 구비문학의 발전은 고대 한민족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의 판소리도 중앙아시아 샤먼의 무가에서 파생됐다는 설이 있다. 뿐만 아니라 전통놀이와 전래동화에서도 엿 볼수 있다. 신라시대의 처용과 최치원과 관련된 삼국유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읽은 바리데기, 콩쥐팥쥐, 선녀와 나무꾼등 전래동화들도 실크로드를 따라 들어온 이야기라고 한다. 이처럼 천산산맥과 알타이산맥 그리고 파미르 고원과 고비사막등을 넘어 실크로드를 따라 우리에게 다가온 공유의 문화라 할수 있다. 나마스는 인류 최대의 시이자 무형자산임이 분명하다. 갑자기 설산이 그립고 드넓은 초원이 그립다. 마나스 암송소리를 꼭 한번 듣고 싶다. 그 속에는 분명 초원을 내달리는 유목민과 함께 달리는 말의 거친 숨소리와 먼 곳에서 우는 늑대울음도 숨어 있을 것 같다. 피가 서쪽으도는 것 같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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