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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경주
한순희 경주시 전 시의원, 수필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9년 07월 23일(화)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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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경북연합일보 | 오늘도 길 위를 걷는다. 서산으로 기우는 붉은 노을도 시간의 재가 되어 타오른다.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은 더욱 평화롭다. 아이스크림 한 봉지 사들고 미소지으며 귀가하는 젊은 아빠들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정겹다. 이러하듯 길 끝에 서면 보는 것이 모두가 아름답다 신라 천년 고도 경주는 지역민들의 사랑과 애환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길을 걷고 있다. 경주는 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변화된 것이 없다. 어찌 보면 다른 도시의 개발붐에 비해 초라하다. 경주는 좁은 골목마다 매력적인 콘텐츠가 많았음에도 관광객들이 겉만 보고 스치듯 지나가는 도시였다. 하지만 요즘 신세대에게는 핫플레이스로 뜨고 있다. 왜 그럴까? 오래된 골목길마다 향수가 서려있는 풍경이 그대로 살아 있는 데, 그 것이 드디어 빛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경주는 천년고도로 낡았지만 편안한 감성 찾기에는 아주 좋은 곳이다. 신라 천년 그리고 근현대사의 굴곡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도시이다. 지금까지 온갖 문화재법에 묶여 도시전체가 재개발을 하지 못했기에 골목길은 반듯하지 못하고 구불구불하다. 하지만 이 골목길을 따라 걷다보면 시간여행을 하는 사람의 즐거움을 비로소 알게 된다. 옛 학교 앞의 문구점이 나를 그 시절로 인도하고, 나즈막한 단독주택은 금방이라도 올망졸망 사이 좋았던 형제들이 나를 손짓해 부를 것 같다. 어린 시절 뛰놀던 동네의 낡은 담벼락, 시멘트 벽돌담들이 불쑥 튀어나온다. 나지막한 단독주택 마당에는 우물이 있고 그 주위로 담장따라 어김없이 한두 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있다. 봄이 되면 이 나무들에서 꽃망울이 터져나와 길을 걷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다닥다닥 붙은 기와집들은 언뜻보면 대문도 창문도 같은 것 같지만 사실은 독특한 모양이 제각각이다. 아파트 환경에선 절대 볼 수 없는 전원풍경들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마치 시간여행이라도 떠나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문방구 앞에서 가방을 맨 꼬마 손님이 열심히 추억의 달고나를 만들고 있다. 아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자신들의 놀이에 빠져 있는 모습 위로 그 옛날 추억의 사진 한 장이 슬쩍 얹혀 진다. 나도 저랬었지. 학교 앞 골목 모퉁이를 돌면 옛 친구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몇 년 전부터 이 낡은 풍경 속에 젊은이들이 슬며시 스며들고 있다. 이 오래된 골목길이 좋아서 그 편안함에 기대며 여유를 찾고 싶기 때문이리라. 이런 사람들에게 시간의 문을 통과하듯 여유 있게 산책할 만한 골목 풍경을 만들어 주자. 경주 국립 박물관에는 오래된 문화재 캐릭터들이 매우 많다. 이런 것들을 소재로 캐릭터 인형과 소품들을 만들어 오래된 물건과 오래된 골목 풍경이 어우려지면 좋을 것 같다. 오래도록 아름다운 경주, 찾고 싶은 경주를 만들려면 점주들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건축주들은 스스로 임대료를 올리지 않는다거나 팔고있는 상품 가격을 적정하게 정하는 등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관광객 수를 파악하는 빅데이터 분석, 매달 관광객 개별 구매 행동들을 모니터링하는 스몰데이터 분석 등을 통한 경주시 차원의 질적 관리도 필요하다. 또한 관광객 설문 조사를 통해 경주 관광 흐름을 진단해야 보완과 대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재방문 관광객을 확보하기 위해선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에 있는 문화적·역사적 관광 자원들을 잘 엮어내는 커리큘럼이 필요하다. 옛것을 지키려면 기본에 충실한 있는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 현대식으로 다 뜯어 고쳐서 게스트 하우스하고 카페하는 것은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하리라. 일본 나라시는 개인이 구입하기 힘든 오래된 집을 구입하여 원형 그대로 살려 관광객들에게 체험장으로 활용하는 것을 보고 경주에도 황리단길이나 도시재생지역 한,두군데에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KTX 기차를 타고 광속도로 빠르게 달려와, 느리게 흘러 가는 시간 여행은 자신만의 속도로 느리게 가는 법을 가르쳐주어 언제 떠올려도 마음이 편해질 추억을 만들어 줄 것이다. 존재하는 골목길에 경주시 모두의 노력이 더해진다면 더욱 더 빛나고 아름다운 추억들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경주의 골목길을 느리게 거닐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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