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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whthering heighs)과 세 자매
전인식 시인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9년 07월 11일(목)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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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경북연합일보 | 바람 몹시 불거나 궂은 날씨가 거듭되면 소설 '폭풍의 언덕'이 생각난다. 거친 황무지 들판 언덕배기 외딴집에서 달리 할 일이 없던 자매들이 자수를 놓거나 바느질을 하다가 대부분 책을 읽었을 모습들을 생각해 본다. 오순도순 모여 앉아 읽은 느낌들을 이야기하고 그들만의 작은 문집을 만들며 놀던 시간들은 충분히 문학적 자양분이 되고도 남았으리라. 브론테 세자매가 이루어 놓은 문학적 업적은 놀랍기만 하다. 샬럿은 '제인에어', 에밀리는 '폭풍의 언덕', 앤은 '아그너스 그레이' 그리고 남자형제인 브란웰 또한 시를 썼고 그림을 그렸다. 그가 그린 세자매 초상화가 우연히 발견됐는데 그림속 세 자매는 모두 무표정하고 우울한 모습들을 하고 있다. 예술적 재능을 타고난 것일까 아니면 만들어지는 것일까? 신체적인 외모나 육체적 능력은 그렇다 치더라도 예술적 재능 또한 그러할까? 부전자전 대를 이어 대를 이어 예술을 하는 경우는 더러 있지만 브론테 자매처럼 세자매가 나란히 문학 활동하는 경우는 아주 드문 일이다. 태어날 때부터 문학적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는지 아니면 워더링 하이츠(whthering heighs)가 지닌 자연환경과 가정환경에 의해 문학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궁금하다. 여성으로 글쓰기에 대해서는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에서 언급했듯 것처럼 브론테 자매들의 경우도 여성의 글쓰기 자체가 금기돼 있는 시대에 살다 보니 세 자매 모두 남성의 이름으로 발표를 했다. 샬럿은 커러 벨, 에밀리는 엘리스 벨, 앤은 액튼 벨이라는 필명을 사용했다. 이들은 독학으로 문학 공부를 했고 틈틈이 잡지에 기고를 하며 실력을 키웠다. 처음엔 공동 시집을 출간했지만 세간의 반응을 얻지 못했다. 맏언니 샬럿의 '제인에어'는 한 여성이 경제적 주체로서 자기 존재가치를 찾고자하는 내용으로 페미니즘 소설의 시작이었고 당대에 찬사도 받았지만 에밀리의'폭풍의 언덕'은 누군가 남성이 쓴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제시하기도 했다. 워더링 하이츠(whthering heighs)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격정적이고 광기에 가까운, 생사를 넘나드는 격정적 사랑과 대를 이은 애증의 관계 그리고 기득권과 신흥세력이 등장하는 시대적 배경 등을 그리고 있다. 여러가지 요소들로 하여금 과연 이 소설이 연애도, 결혼도 하지 않은, 그렇다고 외부생활도 한 적이 별로 없는 서른 살에 요절한 여인이 쓴 소설이라고 한다면 과연 믿을 수 있을까? 그것도 성직자의 딸이 상상력으로 썼다고 가정하니 믿기지가 않는다. 질풍노도의 시절 폭풍의 언덕을 읽고 나는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할 사랑도 가볍지 않아야 되고 영혼이 동반돼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쉽게 연애를 하지 못했다는 변명아닌 변명거리를 가지게 됐는지 모르겠다. 시간이 된다면 다시 한번 '폭풍의 언덕'을 읽고 싶다. 10대 때와 지금의 감흥이 얼마나 차이가 날까 궁금하다. 어느 책을 어느 시기에 읽어야 하는지도 참 중요할 것 같다. 한 작품이 한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다고 생각하기에 연령대별 독서목록도 만들어보는 일도 참 좋은 일이 아닐까 싶다. 우선은 게임 좋아하는 아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폭풍의 언덕'은 발표 당시는 인정을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부도덕하다고 비난의 대상이 되기 했다. 세월이 지나 폭풍의 언덕은 영문학 3대 비극소설, 10대 세계문학으로 평가받을 만큼 인정을 받았지만 고전명작이 될 줄 시골동네에서 살다 생을 마감한 작가는 알기나 했을까. 막내 앤의 경우 두 언니에 비해 좀 덜 알려졌지만 '아그너스 그레이'도 당시의 시대반영과 독립적인 여성의 삶을 잘 반영한 작품으로 특히 여성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브론테가(家) 집안은 폐결핵과의 싸움이었다. 어머니를 비롯한 식구 모두가 폐결핵으로 죽었다. 서른 전후 엇비슷한 나이에 모두 사망했다. 그나마 샬럿만이 결혼도 하고 서른아홉까지 살았다. 부친 패트릭만 팔십 넘게 산 것으로 보아 모계쪽에서 비롯된 병으로 여겨진다. 만약 그들 자매가 요즘처럼 폐결핵 완치시대에 살았더라면 세 자매로 하여금 지금보다 훨씬 읽을거리가 풍성해졌을 것이다. 그들 자매가 젊은 나이에 비범한 작품들을 엮어낼 만큼 탁월한 재능으로 최소 삼십년을 더 창작활동에 전념했다면 아마도 문학의 지도가 크게 바뀌지 않았을까 싶다. '폭풍의 언덕'과 '제인에어'는 영화만 하더라도 여러 편 만들어졌다. 그리고 '브론테 자매 평전'이라는 책도 몇 해전 출간됐으며 브론테 세 자매를 소재로 한 영화도 만들어졌다. 영화는 상상력의 한계를 가로막는 단점이 있다. 원작보다 나은 영화는 없다는 속설처럼 영화는 소설을 이기지 못한다. 최소한 감흥에 있어서 만큼은… 책 보따리를 둘러메고 전기가 안 들어오는, 휴대폰 안 터지는 곳으로 몇 달 기어들고 싶다. 그곳이 마음속 워더링 하이츠가 아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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