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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속한 님은 언제 올까, 천관녀 이야기
유문식 동국대 외래교수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9년 06월 27일(목) 18:29
ⓒ 경북연합일보
김유신 장군의 업적은 '삼국사기'열전에 출생부터 아주 상세하게 나와 있다. '삼국유사'에 호국신의 도움을 받는 이야기와 김춘추와의 교분에 대한 내용이 나와 있다. 이는 영웅으로서의 김유신 장군의 모습이라면, 고려 무신 정권 시대 이인로의 '파한집'과 조선시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천관녀(天官女)와의 사랑 이야기가 실려 있어 인간적인 정을 느끼게 한다.
 지금 천관사지에는 주위에 흩어진 부자재를 모아 탑을 축조하고 있다. 천관사지의 창건 유래가 바로 김유신과 천관녀의 사랑이야기다.
 유신이 어린 시절, 어머니가 날마다 엄격하게 훈계를 해, 남과 함부로 사귀지 않았다. 그런데 하루는 우연히 천관의 집에서 자게 됐다. 요즘으로 치면 엄친아인 유신이 빡빡한 일정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여인과 함께 놀게 되니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이를 알게 된 유신의 어머니가 훈계를 했다. "네가 자라 공명을 세워 임금과 어버이를 영화롭게 하기를 바라고 있는데, 이제 너는 천한 아이들과 술집에서 논단 말이냐" 라며,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어머니의 눈물에 아들들은 약해지는 법이다. 이에 유신은 어머니에게 "다시는 그 집 문 앞을 지나가지도 않겠습니다"라고 맹세를 했다.
 하루는 술에 취해 돌아오는 길에 말 위에서 잠이 들었는데, 말이 전에 다니던 길을 따라 천관녀의 집으로 갔다. 오랜만에 유신을 본 천관은 기쁘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해 눈물을 흘리며 나와 유신을 맞이한다. 하지만 유신은 정말 단호하게 천관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그 자리에서 말을 베고, 안장을 버리고 돌아왔다. 이에 천관녀는 너무나 유신이 야속하고 야속해서 유신을 원망하는 노래(원가)를 한 곡 지었다. 물론 이 노래는 전해지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문천만 건너면 유신의 집인 제매정택(財買井宅)이다. 천관사지에서 북쪽 방향을 보면 유신의 집이 보인다.
 천관녀는 아마 매일 문천 너머 제매정택을 바라봤을 것이다. 김유신 장군이야 어머니와의 약속과 나라를 위한 모진 결단이었겠지만, 천관녀는 얼마나 야속했을까? 아무 말 말고 손이라도 한번 잡아주고 왔다면, 김유신 장군의 영웅적 면모에 인간적인 면모가 더해져 더욱 더 칭송받지 않았을까 싶다.
 이 이야기는 황순원에 의해 '차라리 내 목을'이라는 제목으로, 말(馬)을 주인공으로 해서 독백체로 소설이 쓰여 지기도 했다. 또, 천관사지 발굴 조사에서 말 토우(土偶)가 출토됐다니,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에 신비함을 더 해준다.
 천관녀가 어떤 인물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단지 기녀라고 기록되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천관(天官)이라는 글자를 봤을 때, 기녀가 아니라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신분이었을지도 모른다. 원성왕이 왕이 되기 전 복두를 쓰고 가야금을 들고 천관사 우물로 들어가는 꿈을 꾸었다는 기록을 봤을 때 예사롭지 않은 절인 것만은 분명하다.
 천관사지를 방문한다면 천관녀의 가슴 애리고도 슬픈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인 천관녀를 위해 잠시 기도해주는 것도 좋을 듯하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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