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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위대한 첫사랑
전인식 시인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9년 05월 19일(일) 17:59
ⓒ 경북연합일보
첫사랑은 실패를 하지만 첫사랑은 위대한 작품을 낳기도 한다. 첫사랑의 경험은 대부분 어느 일방에 의한 짝사랑이거나 또는 서투른 풋사랑에 머무는 것이 대부분이다. 첫사랑에 대한 문학작품은 수없이 많다.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을 비롯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폭풍의 언덕, 위대한 개츠비등 첫사랑은 때로 광기와 집착 그리고 자살등 비극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작가들의 첫사랑은 대부분 작품에 투영돼 자전적 소설로 태어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단테 알레기에리(1265~1321)의 첫사랑은 아주 특별히 위대한 작품으로 태어난 대표적인 케이스라 할 수 있다. 단테만큼 첫사랑의 그녀를 승화시킨 작품은 없을 것이다. 아름다운 여인의 대명사가 돼버린 그녀의 이름은 베아트리체였다.
 아버지를 따라 어느 귀족의 파티장에서 비슷한 또래의 그녀를 보고 첫눈에 반해 버렸다. 아홉 살 꽃 흐드러지게 피던 어느 봄날의 일이었다. 그리고 9년이 지난 열여덟 살 때 이미 남의 아내가 돼버린 그녀를 바키오 다리위에서 인사 나눈 것이 두 번째였다. 만난 것도 아닌 그저 바라보았을 뿐인 그게 전부였다. 그리고 그녀는 스물 넷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나버렸다. 첫사랑의 여인을 가슴속 이상형의 여인으로 승화시켜 놓은 것은 여느 첫사랑과 다를 바 없지만 그는 일생을 통해 그녀를 흠모하며 작품을 썼다. 만약에 그녀가 일찍 죽지 않고 피렌체 거리에서 종종 만날 수 있는 사이였다면, 결혼해 한집에 사는 관계로 발전했다면 '신생'이나 '신곡' 같은 걸작들은 과연 태어 날 수 있었을까? 한 여인에 대한 무한 동경과 사랑에 대한 내용은 단테 자신의 자전적 문집 '신생'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 처음 만났을 때의 쿵쾅거리는 느낌과 두 번째 보았을 때의 그 뜨거운 느낌들을 각각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신생'의 내용 중에는 '내 시는 이전에 존재한 적도 없고 나오지 못하리라 그 것을 쓰기 전까지는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말하지 않으리라' 그녀를 위한 일생일대의 작품을 쓸 것을 미리 예고한 것처럼 마침내 장년이 돼서야 심혈을 기울인 '신곡'을 완성시킨다.
 '신곡' 은 당시 공용어인 라틴어 대신 과감히 모국어인 이태리어로 썼다. 사후세계를 중심으로 한 신학적 여행기이자 장편서사시이다. 천만관객을 기록한 영화 '신과 함께'가 연상되기도 한다. 책은 지옥, 연옥, 천국 3부로 구성돼 있다. 지옥 편 에서는 존경하던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연옥과 천국 편에서는 첫사랑 베아트리체가 천국에 이르는 길을 안내해 준다. 순백의 옷을 입은 그녀가 등장할 때는 아름다운 배경음악이 퍼져 흐르는 등 영혼불멸의 천상의 여인이자 천사로 승화돼 나타난다. 오로지 신만이 존재하던 중세 암흑기에 절대자가 아닌 인간 그것도 한 여인을 향한 사랑을 내포한 작품이라 자칫 반역에 가까웠지만 여러 가지 메타포를 지닌 위대한 작품은 어둡던 시대의 등대가 돼 전 유럽의 문예부흥운동, 르네상스시대를 도래케 했다.
 단테의 '신곡'은 세계사적, 문학사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다. 괴테는 '인간의 손으로 만든 최고의 것' 보르헤스는 '모든 문학의 절정' 미켈란젤로는 '지구 위를 걸었던 사람 중에 가장 위대한 사랑' 이라 칭송하기도 했다. 또 서구문학을 섹스피어와 단테로 양분하기도 한다. 또 존 밀턴의 '실낙원'과 더불어 기독교 문학의 최고작품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불후의 명적의 탄생이 어린 시절 짝사랑하던 한 소녀에게 비롯됐다면 사람들은 믿을까 입맞춤은 커녕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고작 스쳐지나 듯 본 것이 전부인 베아트리체는 단테에게 영감을 줬고 단테는 인류사에 혁명과 다름없는 변화를 가져오게 만들었다. 피렌체의 한 소녀는 단테의 가슴속에서 지고지순한 여인으로 그리고 천상의 여인으로 재탄생해 700여년이 지난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단테의 실패한 첫사랑은 위대하다 아니할 수가 없다. 고개 숙이고 있는 세상의 모든 실패한 첫사랑의 청춘들에게 술 한잔 권하고 싶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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