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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좀 해라
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연구소장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9년 05월 14일(화)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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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경북연합일보 | "공부 좀 해라" 늘 듣던 이야기다. 학교에서 들었던 이야기고, 집에 돌아와서도 들었던 이야기다. 휴일에도 들었고, 실컷 휴식해야 할 방학 때도 들었던 이야기 "공부 좀 해라" 공부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가 살아 숨 쉬는 모든 순간이 공부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안 좋은 일을 당하고 난 뒤 사람들이 위로해주는 말은 "수업료 냈다고 생각 해"라는 이야기다. 처음 그 말을 들었던 20대에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싶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인생의 쓴맛 단맛을 보고, 깨지고 상처 받고 난 뒤 들어보니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다. 삶 자체가 배움의 현장이라는 것을. 살아온 모든 순간이 공부였고, 내가 만난 모든 사람이 내게 선생이었다. 나에게 일어났던 수많은 경험이나 그동안 만나고 스쳐갔던 수많은 사람이 나에게 흔적을 남겼다. 좋은 기억을 남겼든, 안 좋은 기억을 남겼든 간에 그들은 나를 가르쳤고 나는 그들을 통해 배우고 있었다. 슬픔을 통해서 기쁨을 배웠고 기쁨을 통해서 슬픔을 배웠다. 슬픔은 나에게 슬픔만을 알려주지 않았다. 슬픔은 나에게 기쁨도 알게 해 줬다. 살기 힘들 정도로 괴로운 순간이 지나고 안개가 걷히듯 찾아온 일상으로의 복귀. 만신창이가 된 내 모습만이 아니었다. 앞뒤도 보이지 않던 뿌연 안개 걷히던 날 다시 돌아온 일상은 이전과 똑같은 일상이 아니었다. 슬픔은 나에게 알려줬다. 아침에 편한 마음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이고 기적 같은 일인지를. 일할 수 있는 곳이 있고, 우리 식구들이 같은 공간에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지를 알게 해 줬다. 슬픔은 이것도 알려줬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매일 해가 뜨고, 해가지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일상 속에 가득하다는 것을, 다만 누구는 그 사실을 알고 있고, 누구는 그 사실을 모를 뿐. 마치 같은 선생님께 같은 것을 배워도 누구는 알고, 누구는 모르고 있듯. 기쁨을 통해서 슬픔도 배웠다. 무언가를 가진다는 것은 우리에게 기쁨도 주지만 그것을 잃었을 때의 슬픔도 준다. 사실 가진 것이 없다면 잃을 것도 없다. 잃어버릴까 걱정할 일도 없다. 무언가를 가졌다는 것은 그것을 잃어버리면 어떡할까 하는 불안을 안겨준다. 그리고 혹여나 그것을 잃어버렸을 때는 슬픔도 안겨준다. 특히 물건보다는 사람이 더 그랬다. 모든 만남이 이별을 전제로 만난다고 했다. 만남은 기쁨도 주지만 이별의 슬픔도 함께 준다. 겨울 지나고 따뜻한 봄이 시작되던 3월에 사랑하는 울 엄마와의 이별은 아직도 여전히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휴대전화에 날아온 지인의 사망 소식 또한 나를 슬프게 한 적이 많다. 더 이상 그를 볼 수 없음이 슬펐고, 그를 추억 속에서만 만나야 한다는 것이 너무 슬펐다. 힘들었던 어린 시절 노래로 나에게 기쁨을 줬던 가수 김광석의 자살 소식은 나를 너무 슬프게 했다. 기쁨이 내게 가르쳐 준건 슬픔이었다. 공부는 학교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어찌 보면 우리 모두는 인생이란 학교를 평생 다니는 학생들과 같다. 자연이 나를 가르치고, 만나는 모든 사람이 나를 가르치고 있다. 글 쓰고 있는 지금 열어 둔 창문 사이로 바람이 내게 말한다. "공부 좀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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