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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약속 이행, 인구수에 따라 차별
정현걸 소설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9년 04월 29일(월) 18:27
ⓒ 경북연합일보
필자는 얼마 전 아들애가 취업한 모 연구원에 서류를 전해 주러 갔다가 주변을 둘러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울산광역시 중구 우정동 일원에 공공기관과 에너지 기업들이 늘비하게 들어서 있는 게 아닌가. 한국동서발전, 한국에너지공단, 에너지경제연구원, 한국석유공사, 근로복지공단, 한국산업인력공단,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도로교통공단 운전면허본부 등의 빌딩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에너지 관련 기업·공공기관이 유독 필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아들애의 말에 따르면, '울산 중구는 에너지혁신도시'로 변모되고 있고, 앞으로 계속해서 에너지 관련 기업과 기관들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이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퍼뜩 뇌리를 스쳤다.
 동경주를 비롯한 경주시 일원에 당연히 와야 할 공공기관과 에너지기업들이 경주시민들의 방치와 무관심으로 엉뚱한 곳에 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자괴감과 함께, 해묵은 감정임에도 정부에 대한 섭섭함과 배신감이 새삼스레 솟구쳐 올랐다.
 중·저준위방폐장 유치지역인 양북면 장항리에 한수원(주) 본사만 달랑 들어서 있어 '한수사(寺)'라는 자조적인 비아냥거림까지 듣고 있는데다 당초 15만∼20만 평의 부지를 조성한다고 큰소리치다가 고작 4만7천 평 정도의 부지에 한수원 본사를 짓는 바람에 건물도 협소하고 주차장 난에 시달리는 한심한 지경인 게 경주의 현실이다.
 방폐장 유치에 따른 두산중공업 원자력분야 본사를 비롯한 6개 한수원 협력업체와 3개 공공기관의 이전 약속이나, 울산광역시 중구의 우정혁신도시 둘 다 노무현정부 때 약속한 사항이다. 그런데 국책사업의 중대성으로 보면 당연히 경주에 우선권이 있다. 왜냐하면 핵폐기장 반대운동이었던 이른바 '안면도 사태, 굴업도 사태, 부안 사태' 등을 거치면서 19년간이나 표류하던 대형 국책사업인 중·저준위방폐장을 경주가 유치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의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2005년 3월에 제정·시행됐고, 행정중심복합도시 사업과 연계해 지방균형발전사업으로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산·학·연·관이 서로 협력하여 지역의 성장거점지역에 조성되는 미래형 도시인 '혁신도시 개발 및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시행은 2007년 2월이다. 특별법 시행의 우선순위에서도 경주가 마땅히 먼저다.
 경주시민들이 그토록 외쳤는데도 정부와 한수원이 약속한 사항들이 10여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제대로 이행이 된 게 없는데 어째서 이웃의 울산은 이렇게 혁신도시 조성이 착착 잘 진행되고 있을까. 울산시민에 대한 부러움과 함께 경주시민을 업신여기는 정부의 행태에 대해 또다시 울분이 끓어올랐다.
 한편으론 인구수의 차이 다시 말해 유권자 수의 차이, 그리고 중소도시와 광역시의 힘의 차이 때문이 아닌가 하는 씁쓸함이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 '중·저준위방폐장' 유치 때 약속한 사항들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정부를 믿고 수백 배, 수천 배 더 위험한 '고준위방폐장' 부지를 덜렁 내줄 지자체가 과연 어디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무현정부를 비롯한 역대정부의 약속 불이행과 경주시민에 대한 홀대는 부메랑이 돼 고준위방폐장이라는 대형 국책사업 추진을 더욱 험난하게 할 게 뻔하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방폐장 유치 당시의 약속에 대해 올곧게 이행해야 할 것이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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