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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복자가 가능했을까
정형진 신라얼문화연구원장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9년 04월 09일(화) 19:32
ⓒ 경북연합일보
'화랑세기'에는 미실의 색공 말고도 우리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성풍속이 그려져 있다. 바로 마복자(摩腹子)라고 하는 풍속이다. 임신을 한 여자가 자신의 남편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과 성관계를 맺은 후 낳은 아이를 마복자라고 했다. 마복자 제도는 양쪽 다 이득을 얻었다는 논리다. 지위가 높은 측에서는 정치적인 지지자를 얻게 되고, 마복자는 후원자를 갖게 돼 사회적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는 논리다. 주로 왕이나 화랑들이 마복자를 가졌다고 한다. '화랑세기' 1세 위화랑 조에는 '비처왕(소지왕)의 마복자들이 마복칠성으로 나온다. 비처왕도 일곱 명의 마복자를 뒀다는 이야기다.
 마복자 제도가 혹 유목민들의 풍습에 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유목민은 멀리서 온 귀한 손님에게 아내를 내어 준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그러한 풍습을 오해하면 안 된다. 일반적으로 유목민족은 초원에 남자 손님이 찾아오면 아내와 하룻밤 동침시킨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유목민의 성은 개방적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러한 풍습에는 숨은 비밀이 있다. 유목민들은 기본적으로 혈족끼리 결혼한다. 잘 알다시피 근친혼을 하면 유전적으로 결함이 있는 아이가 탄생하는 경우가 많다.
 유목민들이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을 아내와 동침시키는 것은 성을 접대한다는 차원보다는 우수한 유전자를 받으려는 목적이 더 강했다. 멀리서 온 외간 남자와 아내를 동침하게 하는 데는 일정한 법도가 있었다는 데서 그 목적을 이해할 수 있다. 멀리서 손님이 왔다고 해서 모든 손님을 아내와 동침시키지는 않았다. 먼저 손님을 맞은 씨족장이 회의를 소집해서 전체 구성원의 의사를 묻는다. 손님으로 온 남자의 지적 수준이 최우선으로 꼽혔고 외모가 그 다음으로 중요했다. 그러니까 똑똑하고 잘생긴 유전자를 받고 싶어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즈음은 신라왕족이 흉노족의 후예라는 사실을 긍정하는 분위기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신라왕족의 성이 개방적이었던 것이 흉노의 풍습을 가지고 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일찍이 김부식도 신라왕족의 결혼 행태가 마치 흉노의 그것과 같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장가를 드는 데 같은 성을 취하지 않는 것은 윤리를 철저히 밝히려는 것이다…신라와 같은 경우는 같은 성과 혼인할 뿐만 아니라 형제의 소생과 고종, 이종 사촌누이들까지 데려다가 아내로 삼았다…흉노가 어미와 붙고 자식과 관계하는 것은 이보다도 심한 일이다."
 신라인들이 흉노의 성풍속을 어느 정도 수용했다고 해도 미실의 사랑 이야기는 좀 지나친 것 같다.
 만약 미실이 실존인물이고 그와 같은 색공으로 30년 동안 중고기 신라 권력의 중심에 서 있었다면, 분명 어떤 형태로든 전설이 돼 미실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졌을 것이다. 전설이 돼 전해졌을 미실에 관한 이야기가 20세기 후반까지 전혀 없다가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무래도 조작의 의심을 피할 수 없다.
 또 한 가지 당시 정치적 정황을 고려해서 판단해도 미실의 이야기는 허구일 가능성이 높다. 법흥왕대에 이르면 불교가 공인되고 왕실은 불교를 통해 민심을 하나로 모으려고 했다. 그렇다면 불교적 세계관이 당시 중요한 덕목으로 제시되고 있었을 것이다. 불교의 금욕적 생활이 요구됐을 것이란 말이다. 사실 법흥왕 부부는 말년에 출가를 했고, 진지왕은 황음하다고 폐위됐으며, 진평왕은 아들이 없었음에도 후비를 얻어 아들을 낳으려 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미실은 색공으로 나라를 흔들고 있었다. 가능했을까.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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