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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전 타임캡슐?' 흙방울에 새겨진 대가야 건국신화
'삼국유사' 가락국기 건국신화, 금관가야 전유물 아니다…가야 건국신화 재조명

고령 지산동 고분군서 흙방울 1점 출토
가락국기 대가야 시조 탄생 형상화 돼
건국신화 유물 투영 발견된 최초 사례
한국 고대사 연구 획기적인 자료 될 듯

지금의 가야 건국신화 많은 의문점 낳아
5세기 후반 당시, 직접 살았던 대가야인
그들의 건국신화를 보여주는 1급 자료

문헌 기록 소략한 대가야의 역사 복원
건국 관련 신화적 측면 공백 메워주며
최초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9년 03월 21일(목) 18:57
ⓒ 경북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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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발굴조사중인 고령 지산동 고분군의 5-1호 석곽(5세기 후반) 안에서 그림이 새겨진 토제방울 1점이 출토됐다. 이 그림은 놀랍게도『삼국유사』가락국기의 구지봉에서 가야 시조가 탄생하는 건국신화를 형상화하고 있어 매우 주목된다. 문헌에서만 나오던 건국신화의 모습이 유물에 투영되어 발견된 최초의 사례로서 가야사는 물론 한국 고대사 연구의 새로운 시각을 기대할 수 있는 획기적인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토제방울이 출토된 제5-1호 석곽묘
 토제방울이 출토된 제5-1호 석곽묘는 벽체를 판석으로 세운 뒤 바깥 면과 상단부를 할석으로 부가하고, 이중으로 개석을 덮은 대가야 중심부 특유의 소형 석곽묘이다.
 4~5세의 어린아이가 묻힌 무덤으로 규모는 길이 1.65m, 너비 0.45m, 깊이 0.55m 정도이다. 조성 당시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당시 유물의 부장양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데, 내부에서는 토제방울 1점 외에 소형토기 6점, 쇠낫 1점, 화살촉 3점, 곡옥 1점 등과 어린아이의 치아 및 두개골편이 함께 출토됐다.
 토제방울은 직경 5cm 정도의 작은 것으로 새겨진 선각은 매우 얕고 가늘어 육안으로는 거의 구분이 어렵다.
 이번에 찾은 그림들은 실체현미경으로 관찰하며 실측을 통해 새김 순서와 선을 연결해 개별 그림들을 하나씩 분류해낸 결과물이다.
 그림은 표현 대상과 행위를 간략하게 상징화하고 있어 향후 이를 해석하는데 있어 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 이견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체적인 그림이 보여주고자 하는 내용은 가야의 건국신화를 표현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국가 탄생의 신화를 보여주는 직접적인 유물은 발견된 바 없다. 다만『삼국사기』『삼국유사』등 후대에 재정리된 고문헌 상에서 일부 보여질 뿐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대가야국의 세력이 왕성하던 5세기 후반 당시, 그곳에 직접 살고 있던 대가야인이 인식하고 있던 그들의 건국신화를 보여주는 1급 사료로서 그 가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문헌 기록이 소략한 대가야의 역사복원에 있어 건국과 관련한 신화적인 측면의 공백을 메워주며, 우리나라에서 최초이자 유일한 유물로써의 절대적인 가치를 부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6가야의 공통적인 건국신화
 이번 토제방울에 새겨진 그림을 통해 『삼국유사』가락국기에 나오는 건국신화는 금관가야만의 전유물이 아님이 밝혀졌다.
 특히, 가락국기의 '둥근 황금 알 여섯 개'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알에서 시조가 태어났다는 난생설화는 가야지역의 국가들의 공통적인 건국신화에 담긴 핵심요소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향후 이 토제방울에 새긴 그림에 대한 연구를 통해 여러 가야의 건국신화를 재조명할 직접적인 증거자료로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토제방울에 새긴 대가야 건국신화
 5세기 후반에 제작된 작은 토제방울에는 이름 모를 대가야 장인(匠人)이 그가 살던 대가야국의 건국신화를 형상화한 그림을 새겨 놓았다.
 이후 대가야인의 사후 안식처인 지산동고분군 내의 어린아이 무덤 속에 묻혀 졌고, 1500년이 지난 어느날 갑자기 타임캡슐과도 같이 무덤에서 나와 구지가를 부르며 시조를 맞이하듯 대가야의 건국신화를 새롭게 쓰도록 강요하고 있다.
 토제방울의 선각 그림은 독립된 6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나하나가 가락국기에 나오는 건국신화의 내용과 부합된다.
 따라서 기존에 알려진 가락국기의 금관가야(김해)를 배경으로 한 수로왕(首露王)의 탄생설화와는 다른 관점에서 해석돼야 할 것이다.
 당연한 결과지만 이를 만들었던 대가야 장인은 그가 살던 대가야국의 시조 탄생설화를 보여주고자 의도했을 가능성이 있다.
 생활용품으로 제작된 이 토제방울은 어린 아이가 죽은 후 대가야인들의 영혼의 안식처인 지산동고분군 중심부에 무덤을 만들고 다른 대가야의 물건과 함께 부장됨을 통해서도 그 유래를 짐작할 수 있다.
 『삼국유사』 권 제이 기이제이 가락국기 후한(後漢)의 세조(世祖) 광무제(光武帝) 건무(建武) 18년 임인 3월 계욕일에 살고 있는 북쪽 구지(龜旨)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가" 대답하여 말하였다. "구지입니다."
 또 말하였다. "황천(皇天)이 나에게 명하기를 이곳에 가서 나라를 새로 세우고 임금이 되라고 하여 이런 이유로 여기에 내려왔으니, 너희들은 모름지기 산봉우리 꼭대기의 흙을 파면서 노래를 부르기를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밀어라. 만일 내밀지 않으면 구워먹으리'라고 하고, 뛰면서 춤을 추어라. 그러면 곧 대왕을 맞이하여 기뻐 뛰게 될 것이다."
 구간들은 이 말을 따라 모두 기뻐하면서 노래하고 춤을 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러러 쳐다보니 다만 자줏빛 줄이 하늘에서 드리워져서 땅에 닿았다. 그 줄이 내려온 곳을 따라가 붉은 자루(보자기)에 싸인 금합(金合)을 발견하고 열어보니 해처럼 둥근 황금 알 여섯 개가 있었다.

 ◇2개의 대가야 건국신화
 이와 같이 대가야의 건국신화를 담아놓은 작은 토제방울 1점은 지금까지 알고 있던 가야의 건국신화에 대한 해석에 많은 의문점을 던져준다.
 지금까지 대가야 건국신화는『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권29의 고령현에 인용된 최치원[857~?]의 석이정전(釋利貞傳)에 실린 내용을 바탕으로「가야산신감생설(伽倻山神感生說)」(일명「정견모주설(正見母主說)」) 이 전해 오고 있다.
 "가야산신(伽倻山神) 정견모주(正見母主)는 곧 천신(天神) 이비가(夷毗訶)에 감응한 바 되어 대가야왕(大伽倻王) 뇌질주일(惱窒朱日)과 금관국왕(金官國王) 뇌질청예(惱窒靑裔) 두 사람을 낳았다. 뇌질주일은 이진아시왕의 다른 이름이고, 청예는 수로왕의 다른 이름이다"라고 해 대가야왕인 뇌질주일이 형이고 김해의 수로왕인 뇌질청예가 동생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러한 대가야의 건국신화는 이 토제방울이 나타남으로써 재검토가 필요하게 됐다.
 즉, 토제방울이 제작된 시점을 전후로 하여 대가야에는 두 단계에 걸친 건국신화가 존재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제1단계 건국신화는 대가야국 탄생기의 것으로 토제방울을 통해 5세기 후반 이전까지는 가락국기와 동일한 내용이 전승됐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건국신화의 내용은 대가야와 금관가야뿐 아니라 모든 가야의 공통된 것으로 동일한 난생설화의 형태로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
 제2단계 건국신화는 5세기 후반 이후~6세기 전반 어느 시점에 가야의 최대 세력으로 부상한 위상을 세우기 위해 대가야 중심의 새로운 건국신화가 재탄생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가야산신 정견모주와 천신 이비가 사이에서 태어난 형인 뇌질주일이 대가야왕이 되었고, 동생인 뇌질청예가 김해의 수로왕이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삼국유사』가락국기를 통해 정리된 건국신화는 금관가야만의 것이 아니라 대가야를 포함한 가야지역의 공통 건국신화로 폭 넓게 재해석 돼야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가야의 건국신화도 두 단계로 새롭게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김두상 기자 kbs5911@kbyn.co.kr

[토제방울에 새겨진 그림]
토제방울에 새겨진 그림은 당시 이를 만든 장인이 살고 있던 대가야국의 왕도를 배경으로 하여 구성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오늘날 대가야읍을 중심으로 대가야 건국신화의 모습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림 1. 가야의 탄생설화의 장소인 구지봉(龜旨峰) 혹은 산봉우리를 표현한 것으로 보이며, 한편으로는 생산의 상징인 남근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구지가(龜旨歌) 연구자 중에는 거북을 신과 인간의 매개동물로 보고, 거북의 '머리'를 수로(首露)·우두머리·남근(男根)·구지봉(龜旨峰)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그림 2. 거북의 형상으로 토제방울의 고리부분을 머리로 삼고 표면에는 둥글게 외곽선을 긋고 내부에 2열의 등껍질을 새겨 넣은 것이다. 거북의 머리는 신(神) 또는 하늘(天)을 상징화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거북 그림은 가락국기의 '구지가(龜旨歌)'를 연상하게 한다.
 △그림 3. 관을 쓴 남자 즉 가락국기의 구간(九干)에 해당하는 지도자를 형상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생략된 머리의 위 부분에는 세 가닥의 선각이 새겨져 있는데, 대가야 고분에서 출토되는 금동관의 입식이나 관모장식 등이 대부분 세 개를 기준으로 한다는 점을 통해 보면 관을 쓴 지도자로 보인다.
 △그림 4. 춤을 추는 여인을 형상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 중앙에는 선사시대 암각화의 여성 성기를 형상화한 것 같은 부분이 확인돼 여성으로 추정된다. 이는 가락국기에 나오는 "노래(구지가)를 부르며 뛰면서 춤을 추어라"는 내용과 연결시켜 볼 수 있다.
 △그림 5. 하늘에서 내려오는 금합을 담은 자루(보자기)를 엎드려서 맞이하는 사람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림 속의 다른 인물과 달리 하늘을 우러러 보며 고개를 든 모습으로 추정되며 횡으로 배치하되 머리는 역시 생략했다.
 과장되게 형상화돼 말과 같은 짐승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림 6. 토제방울에서 신(神) 또는 하늘(天)을 상징인 거북 머리에 해당하는 고리를 통과하며 내려오는 줄과 끝에 달린 금합을 담은 자루(보자기)를 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토제방울의 외형은 금합을 싼 자루 또는 금합 자체에 해당하고, 그 속의 작은 구슬은 금합 속에 담긴 6개의 알 중 하나로 대가야의 시조를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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