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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을 뒤로한 채…경주 황남초 '마지막 졸업식'
내달 2일 용강동서 새 역사 쓴다
14일 황남동서 제 77회 졸업식 개최
5명 졸업…80년간 1만7천885명 배출
1940년 5월 향교 명륜당서 정식 개교
2010년 학생 수 격감, 작년 41명 남아
제일금속 대표, 경주시장 등 동문들
각계각층서 중추적 역할…학교 빛내

"진정한 황남인 김용구 교장"
졸업생·지역민 뭉쳐 폐교 위기 모면
교명 존속 이전…동문 이뤄낸 결정체
천년 이어갈 전통 명문 학교 만들 것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9년 02월 14일(목) 12:28
ⓒ 경북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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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전통의 경주 황남초등학교(교장 김용구, 이하 황남초)가 80년의 역사를 뒤로한 채 황남동에서 용강동으로 이전해 오는 3월 2일 용강동 시대를 연다. 황남동 지역은 지난해부터 경주의 핫플레이스로 자리를 잡으려 경주 관광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어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학교는 그 지역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폐교가 발생되는 직접적인 원인은 취학 아동의 감소에 의한 것이고 폐교가 본격적으로 발생하게 된 것은 1982년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에 의해서이다. 이 당시 폐교의 기준은 학생 180명 이하 3복식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였으며 근래의 소규모 학교 통폐합으로 다시 사회적인 이슈로 등장하게 됐다.
14일 오후 1시 30분 황남초등학교 강당에서 황남동에서의 마지막으로 제 74회 졸업식이 개최됐다. 이날 박주영, 박주현, 박혜민, 한여울, 김한솔 등 5명의 졸업생을 포함해 80년간 1만7천885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황남동 시대를 마감했다. 오는 3월 2일 용강동으로 이전 개교해 황남초등학교의 역사를 이어간다.
■경주 서남쪽 교육을 담당하다
 황남초의 교훈은 덕(德, 바르게) 체(體, 굳세게), 지(智, 지혜롭게)며 교목은 향나무, 교화는 백목련이다. 황남초는 일제강점기였던 1940년 4월 5일 황남 공립심상소학교로 1학급 규모로 개교하고 5월 경주 향교 명륜당에서 수업을 시작해 정식으로 개교를 했다.
 12월 현재 위치로 교사를 신축해 이전해 지금까지 경주 서남쪽 교육을 담당해 오고 있다. 1941년 '황남국민학교'로 교명을 변경하고 2학급으로 편성됐다.
 우리의 말과 글을 쓸 수 없는 시대의 아픔을 오롯이 간직하며 광복 이듬해 1946년 제1회 졸업식과 함께 78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1950년 6·25 전쟁시에는 육군 제18병원에 교사 일체를 인도하고 1955년 마지막 교사 전체를 국군으로부터 인수하게 된다.
 격동의 시대를 함께하며 1996년 3월 황남초등학교로 개칭을 했다. 1978년에는 2학년 8학급 2부제 수업을 실시하는 등 45학급이 편성된다.
 1970년 이후의 가장 학생 수가 많았을 때는 1972년으로 38학급, 2천769명으로 526명의 최다 졸업생을 배출했다. 1973년에도 2천590명이었으니 70년대가 학생 수의 정점이었다.
 신축교사증가로 1982년과 1983년 45학급, 특수 1학급이 편성되고 학급 수가 가장 많았다. 1996년 '황남초등학교'로 교명이 개칭된 이후 2000년엔 661명, 18학급으로 학생 수가 대폭 줄어든다.
 2010년 11학급 220명으로 격감한다. 2012년 141명, 2013년 91명, 2016년부터는 재학생이 50명 이하로 줄어 지난 2018년도에는 초등 5학급, 유치원 1학급, 특수1학급 41명의 재학생이 마지막 황남동을 지켰다.

 ■ 황남초를 빛낸 인물들
 황남초를 빛낸 인물들이 많다. 조덕수 제일금속 대표(고암 장학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주낙영 경주시장(명예졸업생), 장윤익 ((사)한국문인협회 평론분과 위원장), 이태형 수봉학원 경주중고등학교 재단이사장, 주한태 동리목월기념사업회장, 김기문 시인, 아이돌 그룹 원더걸스의 멤버였던 선미, 가수 한혜진, 엄기백 전 경주예술의전당 관장, 황남빵 최상은 대표, 화가 김영길, 김하준 전 청와대 문교수석, 한석기 전 경주대학교 총장, 현대중공업 박정봉 부사장, 권영길 전 경주시의회장 등 이밖에도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동문들이 각계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기억속의 동문들의 학창시절 추억을 들어 보았다.

◇1회 최염(86세·사진
경주 최씨 중앙종친회 명예회장)
 나는 계림학교에 입학을 했지만 황남학교로 전학했다. 그때 1학급에 80여명 이 있었다.
 당시 창씨개명을 강요당해 이름은 오바야시(大林)진사꾸(炎策)였다. 오바야시(大林)는 교동고택 북쪽 고목 숲에서 따온 것이다. 담임 선생님은 모리타(森田)였는데 칼을 차고 다녔다.
 일제강점기 총독부는 교사들에게 제복을 입고 긴 칼을 차고 근무하도록 했는데 이는 교사들의 위세를 빌어 학생들의 복종을 강요하고 목적한 대로 식민지 교육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일본인 교사들은 학생들의 모국어 한국말 사용을 철저히 단속했으며 한국말 사용하는 횟수를 바를 정(正)로 표시해 화장실 벌 청소를 시켰다. 최염 회장이 무심결에 '미나리'라는 우리말을 내뱉은 적이 있는데 일본어와 비슷해 위기를 모면했다며 일화를 들려줬다.

 ◇7회 장윤익(80·사진
(사)한국문인협회 평론분과위원장)
 내가 학교를 다닐 때 황남, 황오, 사정, 분황사, 인왕, 반월성 위의 마을, 국당, 남간, 포석 등에 사는 학생들이 학교를 같이 다녔다. 그래서 인지 황룡사 터, 궁궐 터, 첨성대, 남산을 마주 보고 있어 신라의 정기를 이어 받아 훌륭한 동문들이 많이 배출됐다. 남자 2개반과 여자 1개반해서 모두 3개반에 150여명이 함께 다녔는데 우리 반에서만 박사가 5명이 나왔다. 내가 국문학 박사이고, 한점수 정치학 박사, 김하준 교육학 박사, 주문배 의학박사, 최엽 법학박사 등이다.
 한 학급에서 이렇게 나오는 일은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없는 일이다. 또 우리 반에서 서울대학에 3명이 합격했는데 이종석 상대, 이상백 수의대, 김종준 사대 등이다. 50여명 밖에 되지 않았는데 사회적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신라정신 신라의 정기를 이어 받은 것이라 생각된다.

 ◇11회 이상윤(76·사진)
 3월에 용강동 새로운 교사로 이전을 하면 지금의 황남동 교사는 역사에서 사라지게 된다고 한다.
 내가 황남초등학교를 졸업한 지가 60년 하고도 몇 년이 더 지났는데 나는 모교를 위해 무엇을 하였는지 뒤돌아보아 진다. 11회 졸업생이 1학년 때 6·25 전쟁이 났다.
 황남 사정동 사람들은 내남, 봉계 쪽으로 피난을 갔다. 시내에서 나오는 피난민까지 합세하여 황남 파출소에서 내남으로 가는 신작로에는 인산인해였다. 우리 가족도 봉계를 지나 울주 두동마을에 피난을 갔다. 학교에는 교실마다 전쟁으로 다친 군인들로 꽉 차 있었고, 서쪽 밭에는 미군들이 주둔하여 바쁘게 움직이던 것이 기억난다.

 ■ 24회 김용구 황남초등학교 교장
 김용구 황남초등학교 교장(사진)은 오는 2월 퇴임을 앞두고 있어 이번 졸업식이 남다르다.
 김 교장은 "1963년 3월 2일 입학해 1969년 2월 12일 459명이 졸업했다. 올해는 24회 동기생들이 졸업 50주년이 되는 해라 감회가 크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2012년 9월 1일 모교 교장으로 부임했다. 1973년부터 문화재 지구 정비를 위해 사적지 내 가옥의 철거가 시작되면서 모교의 학생 수가 격감했다. 특히 황남초등 학구였던 오릉초등이 폐교되면서 당연히 인근 황남초등학교에 편입된다고 생각했지만 소리 소문도 없이 멀리 떨어진 월성초등학교에 편입됐다. 또 2012년 4월 총선 때, 어떤 입후보자는 모교를 폐교시켜 지역 문화센터로 활용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는 등 폐교 위기의식이 팽배해 갔다.
 졸업생으로서 모교의 이 같은 안타까운 실정을 간과할 수 없어 2012년 6월 황남초등학교 공모교장에 지원했다.
 폐교의 위기를 졸업생, 학부모, 지역주민들이 일치단결하는 계기로 만들어 발전의 기회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황남초만의 특색 있고 질 높은 교육으로 학생들이 몰려와 천년을 이어갈 전통의 명문 학교를 만들고 싶었다.
 김 교장은 "월성초등에 합병될 위기에 있다가 교명이 존속된 채로 이전할 수 있는 것은 동문들이 이뤄낸 결정체라고 생각한다"며 "학교 이전의 참뜻을 이제는 지역민과 동문들도 이해하고 있다. 교명 '황남'은 동네 지명이기 전에 2만여 동문들이 80년간 함께 이룬 대명사로서의 '황남'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이 학교에 지원해서 재부임한 김 교장은 용강동 이전을 위해 힘을 기울였다. "앞으로의 용강동 시대는 황남이라는 교명과 함께 역사와 학적, 교가 등을 그대로 이전할 뿐이다"며 "현재 본교생 41명의 무궁화꽃을 용강동 교정에 심어서 주인의식을 되새기며 개교식 때는 구 교정의 흙도 옮겨갈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용구 교장은 졸업식에 맞춰 발간한 '황남초등학교 80년사'에 실린 동문들의 회고담을 발간했다. 일일이 동문 선후배에게 전화를 하며 원고를 받고 인터뷰를 진행하고 정리를 하면서 3개월 여 만에 작업을 마치는 집중력을 보여줬다.
김희동 기자 khd@kby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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