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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해년(己亥年) - 돼지 이야기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9년 01월 31일(목) 19:53
↑↑ 유문식 동국대 외래교수·칼럼니스트
ⓒ 경북연합일보

기해년 새해가 밝았다. 기해년은 열두 간지 중 열 두 번째인 해(亥), 즉 돼지에 해당한다. 돼지는 시간으로 해시(오후 9시~11시)에 해당하며, 방향으로는 북서북에 해당한다.
 돼지는 오래전부터 부와 복, 그리고 다산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왔다. 오늘날도 개업을 하면 돼지 머리를 올려 고사를 지내고, 돼지꿈을 꾸면 복권을 사는 것만 봐도 돼지는 우리에게 좋은 운을 불러 오는 동물로 인식되고 있다.
 돼지와 관련된 옛 이야기를 살펴보자.
 고구려 두 번째 임금인 유리왕 때 하늘에 제사 지낼 때 쓸 돼지가 두 번이나 달아 난 일이 있다. 유리왕 19년 돼지가 도망을 가자 탁리와 사비를 시켜 돼지를 쫓게 했다. 도망간 돼지를 찾아 다리의 힘줄을 끊자 왕은 노하여 하늘에 제사지낼 돼지를 상하게 했다며 구덩이 속에 던져 죽여 버렸다. 돼지는 하늘에 바칠 신성한 재물로 인식되었기에 돼지를 상하게 한 사람을 벌한 것이다.
 두 번째는 유리왕 21년 봄 돼지가 달아나자 설지에게 명하여 뒤를 쫓도록 하였다. 돼지는 수도 100km정도 떨어진 국내성까지 도망을 갔다. 설지는 돼지를 잡으러 가면서 그 곳 지형까지도 자세히 살펴본 모양이다. 돌아와 유리왕에게 보고를 한다.
 "신이 돼지를 쫓아 국내 위나암에 이르렀는데, 그 산수가 깊고 험하여 땅이 오곡을 키우기에 알맞고, 또 순록, 사슴, 물고기, 자라가 많이 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왕께서 만약 수도를 옮기시면 백성의 이익을 끝없을 뿐만 아니라 전쟁의 걱정도 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왕은 이듬해 국내성으로 천도를 한다. 돼지가 고구려의 두 번째 수도를 정해준 셈이다.
 신라에도 돼지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소지 마립간 때의 일이다. 왕이 천천정(天泉亭)에 거동하자, 까마귀와 쥐가 울더니 쥐가 사람의 말로 까마귀를 따라가라고 하였다. 왕은 기사에게 명하여 까마귀를 따르게 했다. 기사는 남쪽 피촌에 이르러 돼지 두 마리가 싸우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이 돼지 싸움을 구경하다 까마귀가 날아간 곳을 잊어버리고 길에서 서성거린다.
 이때 한 늙은이가 못에서 나와 글을 올렸는데, 그 글 겉봉에는 '열어보면 두 사람이 죽을 것이요, 열어보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을 것이다'고 적혀 있었다. 왕은 이 글을 보고 두 사람이 죽는 것보다 한사람이 죽는 것이 차라리 낫다며 열어보지 않았다. 이때 일관이 두 사람은 백성을 말하는 것이요, 한사람은 왕을 말한 것이라고 아룄다. 왕이 편지를 열어보니 '거문고 갑을 쏴라'고 적혀져 있었다. 왕은 곧 궁궐로 들어가 거문고 갑을 쏘았다. 거문고 갑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그 거문고 갑에는 궁주와 바람을 피던 중이 있었던 것이다. 왕은 이 일로 인해 목숨을 지킬 수 있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나라 풍속에 해마다 정월 상해(上亥), 상자(上子), 상오(上烏)일에 모든 일에 조심을 하고 감히 움직이지 않았다. 돼지싸움이 왕의 생명을 구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태종 무열왕이 처음에 왕위에 오르자, 어떤 사람이 돼지를 바쳤는데 머리는 하나요 몸뚱이는 둘이요, 발은 여덞이었다. 의론하는 자가 이것을 보고 말했다. "이것은 반드시 육합(六合)을 통일할 상서(祥瑞)입니다" 과연 신라는 나중에 삼한 일통의 대업을 달성한다.
 예전 이야기에 나오는 돼지는 한결같이 나라의 제사를 지내는 상서로운 동물이고, 그 상징하는 바는 나쁜 일을 막고, 좋은 일을 알려주는 복되고 긍정적인 동물임을 알려준다.
 우리는 지금까지 돼지의 생김새나 생활환경만을 보고 돼지의 부정적인 면을 말하지만 이는 진정한 돼지의 이미지가 아니다. 예로부터 돼지가 우리 민족에게 각인된 상징성은 이렇듯 우리에게 좋은 기운과 복을 불러오는 동물이었다.
 기해년을 황금돼지해라고 한다. 그 좋은 운이 나라와 전 국민들에게 다 골고루 미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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