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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독일 2)우수한 준법정신
이화리 소설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9년 01월 15일(화) 18:49
ⓒ 경북연합일보
법의 실천은 아주 중요한 사회시스템이다. 이것이 무너지면 도덕과 윤리까지 덩달아 혼란이 온다. 단, 절대다수의 국민이 법을 지키기 전에 국가를 신뢰해야하는 정체성이 우선한다. 우리의 근대사는 어쩌면 여기서부터 잘못 끼운 단추다. 합법적이며 민주적이지 않은 정권의 탄생 아래서 진정한 준법을 체득하지 못했고, 제대로 따르려는 국민도 거의 없었다. 독일에서 내가 본 놀라운 장면은 의사부인이 '자신들의 병원'에 작은 화분 몇 개를 들이고도 영수증을 철저히 처리했다. 기껏 3만 원 쯤 되는 화분을 '의사선생님 사모님'이 두고 가는 건 우리에게 익숙한 장면이다. 그들은 사고방식부터 우리와 달랐다. 그곳은 '남편의 병원'인 일터 뿐, 자신과는 무관한 장소라고 했다. 당연히 간호사에게 갑질 따위는 꿈도 꾸지 않는다. 또 하나는 생활 전반 소비에 현금 아닌 카드를 사용한 영수증을 첨부했다. 꽃집에서 납부하는 소소한 매출, 아주 사소한 일상이지만 평소의 생활 습관으로 맑고 정직한 준법행위이다.
 하루는 내가 머물던 이층의 한 방에 붙박이장롱을 설치하는 목수들이 온다고 했다. 아침 7시에 온다던 목수들은 정확히 6시 55분에 벨을 눌렀다. 약속시간에 늦은 것도 잘못이지만 지나치게 일찍 와서 타인의 시간에 불쑥 끼어드는 것도 실례다. 두 청년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조용조용 일을 했다. 지켜보지 않았지만 예의와 교양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점심시간이 되자 작업장소에서 자신들이 사온 도시락과 보온병의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휴식을 취했다. 오후 3시가 지나서 일을 마친 그들은 세 장의 상세내용 영수증을 만들었다. 집주인에게 1장 건네고, 자신들이 1장을 지니고, 나머지 한 장은 그 지방의 세무서에 제출한다고 했다. 이런 일련의 일처리를 보면서 나는 무척 부러웠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 시쳇말처럼 나는 위축되고 좀 슬펐다.
 그래, 바로 이런 게 선진국이야. 기껏 벽에다 나무를 덧대고 문짝 몇 개를 다는 일의 수입을 있는 그대로 세무서에 신고하는 이 자발적 국가운영에 무척 가슴이 떨렸다. 우리나라는 국민을 속이고, 국민은 나라를 속이는 일에 이력이 나있다. 아직도 탈세는 사회 곳곳에서 유효하며, 얼마나 더 지능적으로 탈세를 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런 걸 실력이라고 믿는 치들도 허다하다. 이건 마치 닭과 달걀의 우선 우위처럼 나라가 국민을 기만하니까, 국민은 나라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논리다. 21세기에도 직업의 귀천이 차별적인 우리나라의 목수와 독일의 목수는 그 근본부터가 다르다. 그들은 모든 국민들에게 라이선스, 즉 자격증을 갖게 교육한다. 내가 아는 한 청년은 목수가 되기 위해 산속의 학교에서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부터 공부하고 있었다. 그들은 나무가 자라 목재로 가공되는 모든 과정을 체험하며 국가시험에 합격해 목수가 되었다. 목수로써의 실력을 제대로 갖추어 직업 때문에 무시하거나 차별당하는 일은 없다. 시장 딸내미가 대학진학을 하지 않고 자신의 취향에 따라 재봉학교에 다니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는 나라가 독일이다. 요즘 '스카이캐슬'이라는 드라마가 인기급상승이다. '스카이'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영어 앞머리 글자를 딴 것이다. 주입식 서열 만들기 입시교육에 유별난 학부모들의 적나라한 욕망이 날 것으로 드러난다. 아이들의 반란이 오히려 시원해서 박수를 쳐주고 싶다. 우리가 한 가지 간과하는 것이 있다. 우리는 곧 국가이며 나라다. 우리 개개인이 모여서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것이다.
 선진국은 어쩌다 운이 좋아서 만들어지는 국가시스템이 아니다. 조상대대로 내림하는 정직성과 합리적으로 타당한 논리적 사고방식이 통하는 나라라야 가능하다. 세기의 흐름에 편승한 기회주의적 경제상승효과 등으로는 죽어도 선진국을 따라잡지 못한다. 투명한 지출과 수입, 합당한 납세의 의무로 나라는 부강한다. 내 나라는 바로 내 것이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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