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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독일 1)명품브랜드와 청소년
이화리 소설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9년 01월 08일(화) 23:56
ⓒ 경북연합일보
흔히들 '메이커'라 부르는 것은 특정 고급브랜드를 일컫는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불가결한 의식주의 근본적 해결이 되고나면 사치와 쾌락에 눈을 뜨게 된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1980년 말, 해외여행 자유화가 되면서부터 애어른 없이 명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우리보다 훨씬 부자인 유럽 선진국들이 깜짝 놀라는 어마어마한 구매력이었다. 유럽국가에서 그런 작태를 보도하기도 했다.
 새파란 나이의 대학생들이 유럽의 귀부인들이 취향으로 삼던 핸드백 따위를 예사로 구입하고, 일부 부유층 한국인 사모님들이 프랑스나 이탈리아 명품샵을 싹쓸이하고 다닌다며 조롱했다. 마치 지금 중국의 신생부자들이 세계 곳곳에서 맘껏 쇼핑문화를 향유하는 것과 유사했다. 부자가 자신의 지갑을 맘껏 여는 데는 누구도 관여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진정한 부자는 함부로 낭비하지 않으며, 더불어 사는 사회기여와 봉사에 방점을 두는 것이 유럽식 사고방식이다. 그들은 극명한 빈부격차를 부끄럽게 생각한다.
 당시 일부 부유층 한국인들의 무분별한 여행문화를 그들은 천박하고 유치하게 보며, 점잖지 못한 쌍스러움으로 치부했다. 유럽인들의 여행은 관광과 쇼핑의 개념을 떠나 머무르며 느끼는 휴식이 우선이다.
 그들의 사회적 물질가치는 근대의 유행보다 고대에 머물렀다. 옛것을 잘 보존하여 지키고, 대량생산품보다 무명의 장인이 손수 만드는 공예품에 큰 가치를 부여했다. 식당을 가더라도 전통과 역사가 있는 곳을 가장 선호하는 유럽인들은 유행에 쉽사리 물드는 일을 아주 경박하게 생각한다. 연말 즈음에 독일의 모든 상점들이 바겐세일에 들어갔다. 비싼 명품이나 특정 브랜드를 거들떠보지 않던 서민들도 이때는 일반 상품과 유사해진 가격인 탓에 연말 보너스처럼 구입했다.
 세일에 걸맞게 엄마가 풍성히 구입해온 옷을 본 청소년이 당연히 환호를 지를 줄 알았는데 시큰둥해서 놀랐다. 더욱 놀랄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옷에 새겨진 특정 로고를 없애달라는 주문이었다. 이건 대체 무슨 얄궂은 취향인지 나는 무척 당황했다.
 아이는 또박또박 자신의 견해를 말했다. "나는 실용적인 사람이다. 옷은 청결하면 된다. 굳이 유명 메이커를 입는 자체가 유치해서 거북하다. 친구들에게도 부끄럽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돈을 지불하고 구입한 물건인데, 왜 그들의 회사를 내가 입고 다니면서 선전해주어야 하느냐? 그들은 이미 지나치게 부자다. 중소기업 제품을 구매해야한다." 불과 중학생 정도의 아이였다.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엄마는 훌쩍 철이 들어버린 아이의 말에 수긍하며, 로고에 코를 박은 채 부지런히 실밥을 뜯어내고 있었다. 그러면서 아이의 건전한 정신에 칭찬을 했다. "맞아.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명품브랜드, 그런 게 아니지. 얼마나 평화롭게 사느냐가 중요한 가치지. 정신이 물질에게 끌려가서는 안 되는 네 선택이 옳아. 넌 멋진 아들이야." 아들과 엄마는 대충 이 같은 대화를 한참 동안 더 주고받았다.
 신선한 충격이란 바로 이런 것이었다. 명품이나 유명브랜드의 상표를 드러내느라 애쓰는 천민자본주의를 이들은 간단히 초월했다.
 독일의 청소년은 고가의 물품 판매로 얻은 거대자본의 기업에 기여하는 쇼핑의 우매함이 사회적 차별의 걸림돌임을 이미 깨달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런 생각이 국민성으로 환치되면 너도 나도 유행을 따르느라 가랑이가 찢어지지 않아도 된다.
 너무 사소하게 남을 의식하고, 걸핏하면 타자의 시선에 휘둘리는 우리 사회다. 유독 명품에 눈 밝은 우리 국민들이 귀담아 들을 이야기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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