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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마음
김영식 시인, 수필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9년 01월 03일(목) 18:17
ⓒ 경북연합일보
1월은 마음이 많다. 새해 첫날 해맞이도 연출하고 365개의 생각이 들어갈 열두 개의 방도 특색 있게 정리해야한다. 이맘때쯤이면 사정없이 불어대던 샛바람도 살피고 샛강의 얼음두께 확인도 놓치지 말아야할 일이다.
 인디언들은 1월을 '마음 깊은 곳에 머무는 달'이라고 했다. 아랫목 같은, 마음의 저 내밀한 곳에 칩거하면서 골똘히 생각해야할 그 무엇이 1월엔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어쩌면 지나간 시간을 반추하면서 새롭게 계획을 세워야 할 땐 동굴처럼 자기 안으로 깊어져야한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새해가 되면 각 방이며 대들보에 부적을 붙였다. 붉은 상형문자가 그려진 사각의 종이는 볼 때마다 어떤 귀기가 들곤 했다. 쳐다보면 범접하지 못할 위력이 느껴져 그 근처를 지날 땐 괜히 몸이 움츠러들었다. 어머니는 출입 때마다 그것을 바라보며 늘 위안을 얻었을 것이지만. 한 해의 액운을 막아주고 집안의 부흥을 기원하기 위해 붙이는 부적이 얼마나 효력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토정비결은 할머니의 연초행사 중 하나였다. 식구대로 한 해의 운세를 뽑아 와선 그걸 나더러 읽으라고 했다. 어느 달엔 불조심, 어느 달엔 물 조심. 동쪽으로 가면 귀인을 만난다, 서쪽으로 가면 몸이 상한다, 등등. 깨알처럼 적혀진 글씨는 그 존재만큼이나 며칠이 지나면 잊히고 말았다. 때가 되면 당신이 상기시켜주곤 했지만 어린 우리는 듣는 둥 마는 둥 관심을 두지 않았다.
 1월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나누고, 각 계절마다 피어날 나무와 꽃들도 가지런히 차례를 세운다. 철새들도 시간에 맞추어 공중에 날려 보내고 바람도 종류별로 구분해 놓아야하며 강우(降雨)도 적절하게 조절해야한다. 어디 그뿐이랴. 물고기들의 산란이며 새와 곤충들의 짝짓기도 챙겨줘야 하고 선남선녀의 결혼길일을 잡아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각 나라의 정월초하루 행사는 각양각색이다. 일본은 쌀을 관장하는 신이 방문한다고 하여 대문에 가도마트라는 대나무와 소나무로 만든 장식물을 내건다. 중국에서는 만두에 동전을 넣어 고르게 하고, 스페인에선 새해 종소리가 끝나면 다 같이 청포도 12알을 먹는 라스우비스라는 풍습이 있다. 프랑스에는 식구들이 집안에 있는 모든 술을 나누어먹는다고 한다.
 한 해를 시작하는 1월에 가족의 평안과 건강과 복을 기원하는 심리는 전 세계 사람들 공통의 심정인 모양이다. 개인은 물론이고 각 가정과 직장에서도 신년계획을 짠다. 지난해 부족했던 것들을 보완하고 새로운 목표를 세운다. 반성과 도전이 공존하는 시간이다. 그러니 어찌 마음이 많지 않겠는가.
 나이가 들수록 새해의 의미가 심드렁해진다. 그만큼 삶이 시들해졌다는 것이리라. 그래도 몇 가지 소망은 떠올려본다. 마음의 평안과 좋은 글쓰기와 건강을. 새해 첫날, 마음 깊은 곳에 내려가 고요히 머무는 인디언의 오래된 지혜를 생각한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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