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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와 울진군, 비슷한 사안에 대한 판이한 대응
정현걸 소설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12월 26일(수) 18:40
ⓒ 경북연합일보
경주는 '원자력산업의 희생양'이라고 필자는 누차 밝힌 바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건식저장시설인 케니스터와 맥스터가 각각 있고,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도 있다. 또한 국내에서 유일하게 캔두형 중수로원전인 월성1,2,3,4호기가 있다.
 한국형 경수로원전 신월성1,호기도 있다. 이처럼 경주에는 갖가지 원자력관련 시설들이 늘비하다. '국가에너지 안보'를 위해 경주가 헌신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경주에 대해 제대로 된 보상이나 대접은커녕 경주시민들을 업신여기고 있다. 월성원전에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2016년까지 반출하겠다고 약속해 놓고도, 약속 불이행에 대한 사과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방폐장 유치에 따른 특별지원사업 또한 지지부진하고 이행률도 낮다.
 박근혜 정부 때는 지역주민들의 반대에도 경제성도 있고 안전하다며 월성1호기의 계속운전을 밀어붙이더니,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더니 경제성도 없고 안전하지도 않다며 주민들과의 협의도 없이 조기 폐쇄를 결정해버렸다. 경주시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요즘 경주시나 시의회 등의 대응방식을 보면 희생양이라기보다 희생을 자초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신임 경주시장과 새로 구성된 경주시의회는 탈(脫)원전정책에 따른 지역경제 위축 문제 등에 대응하겠다면서 얼마 전 '경주시 원전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야심차게 출범시켰다. 2차 회의에서 원자력과 관련한 요구사항이 담긴 '대정부 성명서'를 발표했다.
 문제는 이 대책위의 '설치 및 운영 조례'를 보면 역할이 제한적이어서 활동도 제약을 받는다는 것이다. 대책위의 기능을 '원자력과 관련된 정책이나 현안들에 대한 자문 및 정책 제안'으로 아예 못을 박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별도의 활동 예산도 책정돼 있지 않아 대외적인 활동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원자력과 관련된 각종 현안에 대해 국회의원, 도의원, 시장, 시의원, 각 기관·단체,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핵심 이해당사자인 동경주 주민·단체 등등이 혼연일체가 되어 대응하는 게 아니라 각자 따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각개약진하고 있고, 각자도생(各自圖生)한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에 울진군은 어떠한가 보자.
 경주보다는 희생의 강도(?)가 약함에도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무산'된 데 따른 대응으로 '울진범국민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최근 몇 달 동안 놀랄 만한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9월 14일에는 청와대 앞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촉구하는 대규모 상경집회를 열었는데 지역 국회의원, 군수, 도의원, 시의원, 기관·단체장 들이 총출동했고, 각 읍면동에서 매일 릴레이로 집회에 참가하는 결사적인 행동을 보였다. 그래서인지 청와대 비서관이 울진에 몇 차례 다녀갔고, 마침내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진실·소통 협의체'가 꾸려졌다. 19일에 열기로 했던 1차 회의가 돌연 연기됐지만, 어쨌든 회의가 열린다는 자체만으로 울진군은 엄청난 성과를 올린 것이다.
 또한 울진군은 '범국민서명운동본부'를 만들어 울진, 서울 등지에서 서명운동을 시작했는데 지난 22일 현재 1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이처럼 울진군은 각계각층이 똘똘 뭉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는데 지금 경주는 성명서 하나 내놓고 양반다리 틀고 앉아 정부의 메아리가 들려오길 마냥 기다리고 있으려나.
 이제라도 '우는 아이 젖 더 준다'는 금언(金言)을 경주 지도자들은 새삼 되새기고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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