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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무아무아
김영식 (시인, 수필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12월 06일(목) 18:12
ⓒ 경북연합일보
2017년 10월, 태양계 내부를 통과한 독특한 천체가 있었다. 발견 초기 그 물체는 태양을 지나며 속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반대로 오히려 빨라졌다. 이것은 일반적인 소행성이나 혜성의 속성과는 다른 현상이었다. 혜성은 태양의 열로 표면에 있던 물질이 떨어져 나가면서 속력이 붙지만 이것은 가스가 빠져나가는 것이 관측되지 않았다고 한다.
 오무아무아는 '먼 과거에서 온 메신저 사자(使者)'라는 의미의 하와이원주민 말이다. 400미터 가량의 길쭉한 형태로 검붉은 빛을 띤 이 외계의 손님이 지구를 스치며 가는 동안, 나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의미 없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었다. 고단한 아침잠에서 깨어나 습관처럼 밥을 먹고 자가용을 몰고 회사에 출근했다. 중요하지도 않는 일을 건성으로 해치우며 퇴근시간을 기다리고 날마다 심각해지는 러시아워에 짜증을 내면서 귀가했다. 저녁을 먹고 뉴스를 보다가 언제나 그랬듯 잠자리에 들었다. 먼 과거에서 온 사신이 내 머리 위를 비행해가는 것도 모르는 채.
 이 천체는 외계 고등생명체가 만들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대양의 난파선처럼 중력과 별의 복사영향으로 아무 목적 없이 태양계로 흘러들어왔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또 태양계를 탐색할 목적으로 보냈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인류가 우주 탐사에 나서듯 외계인도 이것을 이용했다는 주장이다.
 어쩌면 지구 밖에선 우리가 사는 곳으로 끊임없이 메신저를 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수수꽃다리가 보랏빛 꽃을 피울 때나, 쇠기러기가 언 하늘을 떼 지어 날아갈 때나, 새벽녘 창을 열면 기다리던 첫 눈이 온통 마당을 덮고 있을 때나. 어느 순간 돌아보면 그것들은 우리 눈앞에 갑작스럽게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사라진다. 필시 누가 다녀가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 신비스런 풍경들이 펼쳐지겠는가.
 이번에 관측된 물체는 태양 빛의 복사압으로 속도를 높이는 솔라세일(Solar sail) 형태를 띠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일본의 '이카루스 프로젝트'나 미국의 '스타샷 이니셔티브'도 시도 중인 기술이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이카루스는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태양까지 날아올랐는데. 이 익명의 방문자는 어느 과거로부터 찾아와 어느 미래로 간 것일까?
 오무아무아는 일종의 메타포인지도 모른다. 말 걸기 같은. 사물에게 말 걸기. 타인에게, 혹은 자신에게 말 걸기. 사랑에게, 미움에게, 기쁨에게, 슬픔에게, 행복에게, 불행에게 말 걸기. 그런 것처럼 어느 날 문득 우주가 비유로 말을 걸어온 건 아닐까?
 거대한 질문일 수도 있겠다. 우리는 누구인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이 광활한 우주에서 인간만이 유일한 고등동물인가? 그보다 더 나은 문명을 가진 존재는 없는가? 생은 일회성인가? 아니면 윤회하는가? 삶은 죽음인가? 죽음이 삶인가?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무수한 별들이 반짝인다. 저 별빛이 나에게 도달하기까진 수억 광년이 걸린 것들도 있다고 한다. 오무아무아는 다시 먼 미래로 날아갔다. 지구별사람들에게 선문답 하나 던져놓은 채. 이 뭣고?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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