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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읽어낸 고대사(23) 사다리로 하늘에
정현진 신라얼문화연구원장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11월 14일(수) 18:34
ⓒ 경북연합일보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한 고대인들은 하늘나라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유라시아 대륙을 비롯해 전 지구적으로 나타나는 우주수[宇宙樹^세계수] 개념을 보면 알 수 있다. 단군신화에도 우주수가 등장한다. 신단수가 그것이다. 우주수는 한마디로 신들이 천상과 지상, 그리고 지하세계로 이동하는 이동통로다. 천상의 신들은 이 우주수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온다.
 아무리 관념적인 나무라 해도 나무를 타고 하늘나라에 올라 갈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순진한 상상력이 아닌가. 고대인들은 하늘이 그 우주수를 타고 오를 수 있는 곳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들이 생각한 하늘은 그야말로 손으로 닿을 정도의 거리에 있었던 셈이다. 때문에 하늘나라는 사다리[天梯]를 타고 오를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성서를 보면 야곱은 사다리를 타고 하늘나라에 올라 하나님을 친견한다. 인도의 신들도 사다리를 타고 하늘을 오르내리곤 한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황제가 중원으로 내려가 권력을 장악하기 이전에는 무사(무사)나 선인, 영웅들이 사다리를 타고 하늘을 오르내렸다. 황제계가 중원을 장악한 후에는 그와 같은 사람들이 하늘을 왕래하는 것을 금했다. '절지천통(切地天通)' 즉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고리를 끊었다는 고사가 그런 사정을 전한다. 뭇 인재들이 하늘과 소통하는 것을 단절시킨 장본인은 황제의 손자인 전욱이다. 『국어』초어(楚語) 그 내용이 실려 있다.
 "전욱은 상제의 보좌에 오르자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냈다. 그가 통치했던 우주는 그의 증조부인 황제 때보다도 훨씬 잘 다스려졌다. 그가 상제에 오르고 나서 맨 처음 착수했던 대사업은 대신인 중(重)과 여(黎)를 시켜 천지간에 놓여 있던 통로를 끊어 버리게 한 것이었다. 그 통로는 천제(天梯)라고 하는 하늘 사다리였다. 물론 천제는 신과 선인, 그리고 무사(巫師), 이 세 부류를 위해 가설되어 있었다. 그러나 인간 세상에 살고 있던 사람들도 천제를 이용하여 천궁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를테면 지혜와 용기를 지니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오르곤 했다."
 전욱이 하늘 사다리를 끊음으로써 중국에서 인문정신이 발아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자가 주공에 의지해 중국에 인문정신을 태동시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필자는 중국인의 의식 속에 인문정신이 태동한 것은 이미 신화시대부터라고 생각한다. 전욱이 일반인이 하늘과 소통하는 것을 끊은 것은 땅의 질서는 땅에 있는 사람들 스스로 질서롭게 해야 한다는 의지의 발로였다. 하늘의 간섭을 최대한 억제하려는 시도 그것이 바로 인문정신 아닌가. 이로부터 중국인의 사유를 이끄는 두 길이 준비되었다. 하나는 하늘과 소통하는 도가적 사유요, 둘은 하늘의 간섭을 최소화 하고 인간세상을 질서롭게 끌고 가야한다는 유가적 사유다. 사다리를 타고 갈 수 있는 거리에 하늘나라가 있었으니 무수한 사람들이 하늘을 왕래할 수 있었다. 지상의 지혜로운 사람들이 하늘과 소통하면서 공존하던 시대. 그 시대는 나름대로 소박하고 아름다운 시대였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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