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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를 읽다
이화리 소설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10월 23일(화) 19:51
ⓒ 경북연합일보
가을이다. 가을, 이라는 말을 할 때면 혀 위에 가을바람 한 자락이 들어와 얹힌다. 삼키기엔 스산하고, 날숨으로 버리기엔 못내 아쉬운 이 계절에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COSMOS)'를 읽고 있다. 코스모스란 막연한 개념의 우주가 아니라, 우주에는 조화로운 질서와 일정한 체계가 있음을 증명한 우주의 공간을 말한다.
 번역이 너무 편안하고, 하도 소중한 대목이 많아 연필을 쥔 채 읽는 700P가 넘는 이 책을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덮을 생각이다. 코스모스가 지기 전에 코스모스를 내 품에 들이는 일, 멋지지 않은가. SNS엔 전국의 코스모스들이 푸른 하늘에다 인증 샷을 남기느라 목을 빼고 있다. 우주의 코스모스와 지상의 코스모스 사이에 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한 가을이다. "푸른색 별은 뜨거운 젊은 별이고, 노란색 별은 평범한 중년기의 별이다. 붉은 별은 나이가 들어 죽어가는 별이며, 작고 하얀 별이나 검은 별은 아예 죽음의 문턱에 이른 별이다." 태양계 안의 지구별에서 보이는 은하에 이런 별들이 4000억 개에 이른다. 은하 너머의 은하를 우리는 알 수 없다. 생명체에 필요불가결한 빛의 태양이 수수 억 광년을 건넌 우주 너머의 우주에 또 있을 수도 있다.
 아무도 어느 누구도 다 알 수 없는 우주이기에 외계인이라는 상상력이 발동한다. 은하에서 보면 우리 지구별은 몹시도 작고 작은 행성이다. 모든 별은 언젠가 소멸할 것이고, 결국 은하 사이에 흐르는 코스모스라는 공간만 남을 것이다. 어쩌면 지구의 가장 친한 벗인 태양이라는 별이 먼저 사라질 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이라는 가정은 아득히 막연해서 실감하지 못한다. 아주 작디작은 미물중의 미물에 불과한 우리는 찰나에도 못 미칠 생애 동안 온갖 희로애락을 겪는다. 작은 생명의 존재감과 짧은 생애의 한시성이 더욱 가열 찬 삶을 태동하게 하는 것 같다.
 자신의 생(生)과 사(死)에 얽힌 우연의 까닭을 모르는 인간은 하지만 꾸준히 진화해 왔다. 과학의 빛나는 문명발전과 아름다움의 극치에 이르는 예술이 있다. 한편 글로벌을 외치면서도 폭력적 전쟁을 치르고, 동종의 인간임을 의심케 하는 며칠 전 PC방 사건이 일어난다.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은 빛과 그늘처럼 하나의 개념에서 오는 상호적 양면성이다.
 개인의 이기심은 날로 진화하고, 이타심의 관계는 날이 갈수록 퇴화하는 것 같다.법은 한 사회를 지탱하는 질서의 규범을 정의한 것이며, 예의는 상대에 대한 존중이 곧 나의 품격임을 말한다. 법을 알고 예의를 알면 이 혼돈의 폭력적 사태를 최소한으로 줄일 것 같다. "남편과 아내도 서로 예의를 지키고, 부모와 자식 간에도 예의를 지키고, 형제자매 사이도 예의를 지키고, 나라와 나라가 예의를 지키면 세상에 싸울 일은 없다." 이 얘기는 예순 지나 한글을 깨우친 뒤 20여 년 독서에 빠졌던 필자의 백모님 말씀이다.
 넘치는 교육보다 인간의 근본적 깨달음이 절실한 시대다. 유치원에서부터 헌법 공부를 시켜야 할 때가 왔다. 싹이 잘 터야 건강한 대궁이 잎과 꽃을 피우고 실한 열매를 단다. 가을은 잘 살아온 삶처럼 평화롭고 그득하다. 온갖 과실의 빛과 향이 깊어지고, 하늘은 선물처럼 맑고 환하다. 가장 걷기 좋은 가을이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라. 티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에 행여 티끌 묻은 마음을 씻자.
 태양과 지구의 거리와 위도에 의해 오는 사계(四季)를 보고 느끼는 삶에 감사하자. 이건 대단한 코스모스의 질서이며 현상이다. 우리의 생각이 대기권을 벗어나면 한 없이 신기하고 우연인 오늘 이 순간이다. 소소한 나쁜 것들을 침소봉대하면 늘 불행할 뿐이다. 나를 낮추고 선량함을 키우자. 저 푸르른 하늘처럼 맑게.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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