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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한국·베트남 문학심포지엄'에 부쳐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10월 15일(월) 20:02
↑↑ 정현걸(소설가)
ⓒ 경북연합일보

'월남, 베트남 …' 하면 우리는 주로 부정적인 연상을 하게 된다. 월남전쟁, 베트콩, 월맹군, 고엽제, 미국의 용병 등등. 필자도 어린 시절, 물색없이 맹호부대와 청룡부대를 이야기하며 군가를 부르고, 월남 참전 용사들을 칭송하고 무사 귀환을 빌며 '국군 아저씨께!'라는 위문편지를 쓰는 등등 많은 시간을 전쟁놀이와 월남 이야기에 할애했다. 아마도 386세대 또는 7080세대들이 대부분 이런 아련한 기억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세상이란 게 참 얄궂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란 말이 결코 우스갯소리나 빈말만은 아니듯 남의 나라의 불행은 자기 나라의 행복일 수도 있다. 일본은 한국전쟁으로 경제 도약을 이루었고, 한국은 월남전쟁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쨌든 베트남, 아니 정확히 표현해서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은 우리와 은원(恩怨)이 얽히고설킨 나라이다. 우리보다는 북한과 아주 가까웠던 나라이고, 이질적이고 멀게만 느껴졌던 나라였는데 언젠가부터 교류와 무역이 시작되더니 베트남 여성이 한국 남성과 국제결혼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비록 궂은일이 대부분이지만 이제는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아마 우리와 베트남은 한자문화권이란 공통점에다 전쟁의 상흔이란 동질감 등 떼려야 뗄 수 없는 질긴 인연이 있는 모양이다.
 지난 4일, 경주에서 '민족 번영과 세계 평화를 위한 한국·베트남 문학'이란 주제로 '2018 한국·베트남 문학심포지엄'이 열렸다. 필자는 전야제 행사의 사회를 맡게 돼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틀간의 심포지엄에 참여하게 되었다.
 지난해 '문화 교류를 통한 아시아 공동번영'이란 주제로 베트남에서 개최된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성공을 계기로 문학 교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이번에 베트남작가협회 부주석이자 시인인 '쩐 당 코아'를 비롯한 십여 명의 베트남 작가단이 한국을 방문하여 한국의 작가·학자들과 문화와 문학을 교류하는 장을 가진 것이다.
 알고 보니, 한국과 베트남은 전쟁의 아픔이란 큰 상처만 공유하는 게 아니라,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유사성을 느낄 부분도 많았다. 근대까지 아시아의 한국, 일본, 베트남에서도 동일하게 '한자'로 모든 것이 기록되었다. 그리고 한국과 베트남 두 나라는 아시아의 공통문어(共通文語)인 한자 사용뿐만 아니라 유교와 불교를 다 같이 수용했다. 그래서 두 나라 모두 입으로 전해오던 초기의 구비문학 위에 한자를 사용한 한문학이 먼저 자리 잡았다.
 차자(借字)표기에도 두 나라는 유사성과 동질성을 지녔다. 신라시대 때 우리말을 표기하기 위해 한자의 음과 훈을 빌려 사용한 '향찰'이 있었듯이 베트남에서는 '자남(字 )[쯔놈]'이 있었다. 더욱 유사한 점은 '한문'에 대한 상대어로 각각 향찰(鄕札: '자기 고장의 글'이란 뜻)과 쯔놈(字 : '민중의 글'이란 뜻)이란 용어를 썼다는 것이다.
 베트남의 쯔놈문자는 운문, 산문, 번역 등의 많은 문학작품에 사용되었지만, 19세기 중반 프랑스의 지배를 받으면서 로마자로 베트남어를 표기하는 오늘날의 현대국어로 발달되었다. 이처럼 한국의 향찰은 한글 창제의 정신적 모태가 되었다고 할 수 있고, 베트남의 쯔놈은 로마자 표기 전단계의 고유한 민족어 표기수단으로서 민족 통일의 정신적 바탕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아무튼 이번의 한·베 문학심포지엄을 계기로 교육·학술·문학·번역 등 모든 분야에서의 상호 교류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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