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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불결
이화리 소설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10월 09일(화)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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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경북연합일보 | '베버리지 보고서(영국)'는 국가의 발전을 위해 결핍, 질병, 무지, 불결, 나태를 5대 사회악으로 분류했다. "너무 깨끗하면 복(福)이 안 들어온다." "구석구석 후벼 파고 쓸고 닦으면 있던 복도 달아난다." 이런 이상한 기복적 풍습이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하나의 지침처럼 우리에게 이어져 내려왔다. 그렇다면 가장 더러운 거지가 가장 큰 복을 받아야하는 모순을 초래한다. 유난히 청결함을 좋아하는 내가 특히 자주 듣는 말이다. 그리 다복하지 못한 나야 그렇다고 쳐도 주변을 잘 살펴보면 이 말은 허구인 경우가 더 많다. 복과 청결을 반비례시키는 소문이 나서 일본에 간 한국인들이 셋집을 얻지 못해 곤란하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 우리보다 더 잘사는 일본에서는 이사를 먼저 한 뒤 살던 집에 되돌아와서 자신들이 남긴 때를 말끔히 닦는다고 했다. 이건 사소한 듯 보이지만 타인에 대한 부단한 노력의 예의다. 우리는 이사 갈 때 마구 어질러놓고 떠나야 한다는 무례한 관습이 있다. 좋은 건 본 받는 게 발전이며 반성이다. 모든 사회질서란 예의에서 출발한다. 더러움은 지극히 개인적 취향일 수 있지만, 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도 동시에 깨달아야 한다. 부잣집일수록 정리정돈이 잘 되어 깨끗하다. 물론 집안일을 도우는 분을 두어 그렇다고 말할 순 있다. 내가 지금껏 보아온 청결과 불결의 차이는 복과는 무관하다. 바로 단정한 마음가짐이며, 정체성이 분명한 정신상태와 대다수 일치했다. 습관적으로 깨끗한 사람은 집에서나 밖에서나 행동과 생각이 분명하다. 너절하게 퍼질러 놓고 불결하게 사는 이는 뭐든 대충주의로 불분명한 태도가 일반적이다. 그걸 우리는 사람 좋고 성격이 원만한 것으로 이해하지만, 실은 자신의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사고방식의 모호함이다. 불결한 이의 특징은 사물의 정리정돈이 되지 않는 너절함에 있다. 이들의 생각 역시 널브러진 상태와 동일한 수준이다. 수신제가(修身齊家), 정신을 지닌 몸을 닦아 가정을 다스려야한다는 이 훌륭한 뜻은 단순한 목욕재계와는 다르다. 몸과 의복을 단정하고 청결히 한다는 것은 곧 생각과 행동이 반듯해야함을 말한다. 바름은 곧 정직함과도 일치한다. 말과 행동이 어수선하여 아무렇게나 대충대충 넘어가는 이들은 신뢰를 얻지 못한다. 바름은 자신과의 약속인 동시에 상대에 대한 책임감에서 발로된다. 몸과 정신이 맑고 반듯하면 모든 언행 또한 질서정연하다. 불결은 곧 더러움이다. 더러움은 질병을 초래하는 병균을 증식시킨다. 이 문제를 국가의 발전을 저해하는 5대 사회악으로 분류한 베버리지 보고서는 개인의 불결이 곧 국가 전체를 위협하는 의료비 지출과 연계되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단순 경제적 개념을 떠나 자라나는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여 소중한 미래세대를 잃어버리는 국가적 손실까지 포괄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선진국일수록 깨끗하고 후진국일수록 불결하다. 가정의 확대가 곧 국가임을 위생상태가 말해주는 것이다. 반세기 전만해도 우리는 무척 열악한 환경에서 살았다. 1급 발암물질인 DDT를 뒤집어써야 했던 빈민이 대다수였다. 당시 가장 전파가 빠르던 전염병은 거의가 불결한 환경에서 비롯되었다. 이제 더러움이 복을 가져온다는 실없는 낭설은 버려야 한다. 깨끗하고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으면 자라나는 아이들도 질서정연한 언행을 배워 정신과 몸이 건강해진다. 청결과 불결이 정신과 질병을 동시에 관장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성공하는 기업은 사원들의 책상마다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고, 재고정리가 명확하다는 글을 본 적 있다. 불결은 해이한 정신상태의 분열과 일면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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