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최종편집: 2026-06-16 03:01:32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전체기사
커뮤니티
공지사항
자유게시판
행사알림
회사알림
 
뉴스 > 칼럼
가을, 번지다
김영식 시인, 수필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10월 04일(목) 19:22
ⓒ 경북연합일보
산그림자 내려와 추색(秋色)이 완연합니다. 갈대 위로 해오라기 날아가고 발아래 감국은 파스텔톤으로 더욱 선명해졌습니다. 해거름 녘의 벤치에 앉아 호수를 바라봅니다. 맞은편 기슭으로 천천히 물안개가 번집니다.
 봄이 피어남이고 여름이 자람이라면 가을은 번짐입니다. 폭염과 소나기와 매미소리가 시간의 캔버스 위로 스며들어 단풍이 들고, 오솔길이 고즈넉해지고, 강물은 깊어졌습니다. 번짐이 없었다면 가을은 어찌 가을이 될 수 있었을까요. 그러니 무엇이든 그냥 이루어지는 건 없는 것이지요.
 피어남과 자람이 개별적이라면 번짐은 다분히 상대적입니다. 타자와의 소통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것은 일방적이지 않고 강제성을 띄지 않으며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상호호혜주의에 바탕을 둔 이타성이 본질입니다. 타자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없다면 어떤 완성도 그 의미가 축소되어져 버릴 것입니다.
 흔히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발견이 아니고 침략이었습니다. 그들은 신대륙에 정착하기 위해 이미 그곳에 살고 있었던 숱한 원주민들을 희생시켰습니다. 제대로 스며들지 못하고 한 문화가 다른 문화를 무참히 짓밟았습니다. 어떻게 화합해야하는지에 대한 교훈을 일깨워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채화는 번짐의 습성을 활용한 그림입니다. 폴세잔의 <목욕하는 사람들>이나 <사과>에서 잘 볼 수 있습니다. 동양화에서의 발묵도 그런 기법입니다. 안개나 먼 산을 그릴 때 종종 사용됩니다. 천에 쪽물을 들일 때도 서서히 퍼져나가도록 합니다. 그래야 색감이 가파르지 않고 은은해지기 때문입니다.
 번짐은 시간의 중첩입니다. 수많은 시간의 입자들이 모여서 흐름을 만들고 흐름이 제대로 숙성되어야 아름다운 결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속도를 추구하는 현대사회는 결과만을 중시하거나 단지 목표지향적일 때가 많습니다. 과정의 중요성을 쉽게 간과해버리고 맙니다. 성급한 물질주의의 팽배와 만연을 경계해야할 것입니다.
 햇살이 번져 상수리나무열매가 익고 바람이 번져 꽃무릇이 피어나며 이슬비가 번져 냇가를 이룹니다. 이처럼 우리가 만나는 풍경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노력의 결집들이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그 숱한 희생과 헌신으로 계절은 조금 더 깊어지고 먼 산은 청람빛을 띄게 되었습니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오드리 헵번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입니다. 우아함과 청순함이 매력인 그녀는 노년에 아프리카 등지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봉사활동을 하게 됩니다. 부귀와 편안함 대신 낮고 천함을 선택한 것입니다. '한 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타인을 돕는 손이다' 번짐의 가치를 몸소 실천한 그녀의 말입니다.
 단풍 내려온 호수에 노랗게, 붉게 물이 들었습니다. 모감주나뭇잎색깔로, 산벚나뭇잎색깔로. 산색과 물색이 하나로 어우러지듯, 이 시월엔 당신과 나도 서로에게 가만히 번졌으면 좋겠습니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 Copyrights ⓒ경북연합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대구국제뷰티엑스포 11일 개막
경주시 차량 범죄 대응력 끌어올린다
2차 공공기관 유치전 ‘총성 울렸다’
봉화군, 경북 농식품 수출정책 평가서 ‘우수상’
3선 복귀 주낙영 경주시장 “공약·현안사업 속도 높여야”
대구시, 대만 관광객 유치 확대 추진
영주 반려동물 놀이터 11일부터 운영 개시
대구시, 구강의 날 맞이 구강관리 실천문화 확산
영양군보건소, 하절기 방역소독사업 본격 추진
논공 위천 파크골프장 확장 이달 착공
최신뉴스
민선 9기 도정 밑그림 그린다…‘경북 대전환 준비위원회’  
‘SMR 초도호기 건설’ 경주 외엔 대안 없다  
‘예천장터’ 전 품목 10% 할인 이벤트  
문경 달빛사랑여행 ‘가족애 쑥쑥’  
영주시 임대사업용 불용 농기계 139대 매각 입찰  
안동시, 청년 창업기업 로컬브랜드 키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참정권 침해냐, 부정선거냐  
대구교육청, 학부모선언문 쓰기 행사 콘텐츠 추진  
우기 대비 영구임대주택 안전점검 실시  
‘또래 상담 처방’ 마음약국 운영 호응  
대구자경위, 청소년 민주시민 역량 키운다  
대구시 농업기술센터, 온열질환 예방 캠페인 실시  
달성군 프리미엄 베이커리 ‘사색비슬’ 특허  
농작업 안전띠 죈다…경북도, 현장 관리체계 구축  
K-식품·화장품 남유럽 시장 공략 본격화  

신문사소개 편집규약 윤리강령 고충처리인제도 개인정보취급방침 제휴문의 광고문의 구독신청 기사제보 저작권 문의 청소년보호정책
상호: 경북연합일보 / 사업자등록번호: 505-81-82281/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화랑로 32 (성건동)
발행인.편집인: 정진욱 / mail: sp-11112222@daum.net / Tel: 054)777-7744 / Fax : 054)774-3311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가00039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진욱
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13,293
오늘 방문자 수 : 2,704
총 방문자 수 : 40,812,6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