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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과 여성
유문식 동국대 외래교수, 칼럼니스트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09월 27일(목)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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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경북연합일보 | 추석은 한가위, 가배, 중추절 등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추석은 한해의 결실을 앞두고 마음이 즐겁고 풍요로운 때를 맞이한 명절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란 말도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인 것이다. 길고 긴 추석이 끝났다. 모두들 추석을 잘 쇠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추석 전후로 시끄러운 이야기 들이 많다. 명절 증후군 이야기다. 주로 여성들이 겪는 명절의 고단함으로 비롯된다. 명절의 힘든 가사 노동과 정신적 스트레스는 주로 여성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고부갈등과 부부 갈등으로 인해 시댁과 단절을 부르기도 하고, 심한 경우는 부부의 연이 끊어지기도 한다. 예전에 비해 여성에 대한 인식이 좀 나아졌다고는 하나 여성이 받는 스트레스가 없어졌다는 소식은 접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모두가 즐겁고 풍요로워야 할 추석은 과연 여성들이 일꾼으로 혹사당하는 그런 명절이었을까? 추석은 서기 32년 신라시대 유리 이사금 때 시작되었다. 거의 이천 년 전부터 이어 온 유래 깊은 명절이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유리 이사금은 6부를 두 편으로 나누고, 자신의 두 딸로 하여금 각각 부내의 여자들을 거느려 편을 짜게 하였다. 이들 두 편은 7월 16일부터, 매일 새벽에 큰 부의 뜰에 모여 길쌈을 시작하여 밤 열 시경에 끝냈다. 그들은 8월 15일이 되면 길쌈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를 헤아려서, 진 편에서 술과 음식을 차려 이긴 편에 사례하였다. 이때 노래와 춤과 여러 가지의 놀이를 하였는데, 이 행사를 가배(嘉俳)라고 하였다. 이때 진 편에서 한 여자가 일어나 춤을 추면서 탄식하는 소리로 '회소, 회소!'라고 하였다. 그 소리가 슬프고도 우아하여, 뒷날 사람들이 이 곡에 노랫말을 붙이고, 회소곡(會蘇曲)이라고 하였다"라고 나온다. 길쌈은 예로부터 여성의 고유의 노동이며, 이는 의(衣) 생활과 밀접한 일이다. 아마 임금은 여성의 생산력을 독려하기 위해 이러한 일을 행사로 만들었을 것이다. 이긴 편과 진 편으로 나눠 대결을 펼치고 진 편이 이긴 편을 대접했지만, 두 편 모두가 즐기는 축제의 장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즉, 추석의 시작은 여성들의 축제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긴긴 세월이 흘러 조선 시대에는 어땠을까? 정학유가 지은 <농가월령가>의 8월령의 한 부분을 보자. "신도주 올여송편 박나물 토란국을 / 선산에 제물하고 이웃집 나눠 먹세 / 며느리 말미 받아 본집에 근친 갈제 / 개 잡아 삶아 건져 떡고리와 술병이라 / 초록장옷 반물치마 장속하고 다시 보니 / 여름지어 지친 얼굴 소복이 되었느냐 / 중추야 밝은 달에 지기 펴고 놀고 오소." 상이 부러지도록 화려하게 준비하란 말은 어디에도 없다. 투박한 음식을 그대로 선산에 올리고 이웃 간에 서로 나눠먹자고 되어 있다. 또한 여성이 의무적으로 하라고 한 일도 없다. 오히려 며느리는 쉬라고 친정으로 보낸다. 그런데 그냥 보내는 것이 아니다. 여러 가지 음식을 장만하고 명절에 맞게 옷을 입혀서 보낸다. 농사짓는다고 봄, 여름 내내 고생을 했으니 친정에 가서 푹 쉬다가 오란 소리다. 추석은 여성들의 축제에서부터 시작해, 조선시대에는 여성들이 친정으로 가 푹 쉬며 원기를 차리고 오란 뜻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추석 풍경은 어떠한가? 여성들이 혹사당하고 곳곳에 명절을 원망하는 소리가 들린다. 내기에서 진 여인이 자신들을 달래려고 부른 회소곡이 현대에 와서 추석 명절에 대한 고단함과 스트레스로 인한 울분의 회소곡이 되어버렸다. 언제부터인가 추석이 갖는 진정한 즐거움은 없어지고 추석의 의미가 변질돼 가정의 화평을 위해 여성은 의무와 참기만을 강조하며 수동적인 자리에만 있지 않은가? 남녀의 추석이 본디부터 달랐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다음부터는 추석이 되면 여성들에게 푹 쉬라고 휴가 주자. 여성이 웃어야 집안이 행복해진다. 세상의 남자들이여, 나부터 변하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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