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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큰주홍부전나비 한 마리
김영식 시인, 수필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09월 20일(목) 19:22
ⓒ 경북연합일보
이 나비는 입속에 살고 있다. 큰주홍부전나비 한 마리. 날개가 하나 뿐인. 외눈박이 키클롭스처럼. 그 날개에 찍힌 자줏빛 돌기. 모든 돌기는 외롭다. 입속의 나비는 언제나 한쪽 날개를 제 존재 안에 깊숙이 감추어 둔 채.
 비익조는 암수의 눈과 날개가 하나여서 짝을 짓지 않으면 날지 못한다. 날지 못하는 새, 날지 못하는 나비, 평생 한쪽 날개로만 살아가는 것들의 지난한 운명. 선천적 슬픔. 외날개를 가진 이 나비는 언제부터 캄캄한 동굴 속에 살고 있었던 것일까 어떤 산란이 이곳에 둥지를 틀었는지. 이름 모를 행성에 불시착한 외계인처럼.
 수컷은 앞 뒷날개 외연을 제외한 전체가 주황색으로 되어 있어 무늬가 없다. 풀 잎 위에서 날개를 펴고 일광욕을 즐긴다. 암컷은 앞날개 윗면에 검은점무늬가 줄지어 있다. 기주식물 잎이나 주위 마른 풀에 산란한다.*
 나비가 날개를 팔랑거릴 때마다 입속은 자운영, 개망초 가득한 풀밭이 된다. 혹은 은목서 향기 무성한 언덕이 되거나.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날아다니는 역마살을 가진 유전자가 어떻게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어쩌면 입 속에 있으면서도 그는 끊임없이 세상을 유랑하고 다니는지도 모르지. 집시처럼. 집시의 퀭한 눈동자처럼. 짧은 날개에 묻혀온 꽃가루에서 세계의 오지와 그 오지의 꽃밭을 읽으며.
 대체로 이 나비는 자신의 전부를 사색에 바치고 있다. 수행자처럼 면벽좌선 한다. 어둠을 화두로 붙들고. 묵언수행이 본업이다. 관조와 응시는 그의 일상이다. 때때로 침묵이 견디기 힘들어 입 밖으로 혀를 길게 내밀어 빛을 빨기도 하면서. 꽃대 위에 앉아 흡밀하듯. 어떤 잠언은 나비를 흠모한다.
 가끔씩 사랑을 나눌 때 나비의 날개는 다른 나비의 날개와 서로 겹친다. 존재와 존재의 합일. 하나의 자아가 또 다른 자아와 뜨겁게 만날 때, 우주가 탄생한다. 둘이면서 하나인 우주. 하나이면서 두 개인 존재, 그럴 때 혀는 비로소 형이상학이 된다. 혹은 형이하학이거나.
 '당신과 나는 날개가 하나 밖에 없는 천사입니다. 우리가 날기 위해서는 서로를 안아야합니다'**
 한쪽 날개를 타인의 입속에 감추어둔 것들의 비애. 생의 전부가 자신의 날개를 찾는 여행이라니. 자아를 찾아 떠나는 순례자의 뒷모습처럼. 어쩌면 자신의 삶이 끝날 때까지 영원히 도착하지 못하는. 피안을 구하는 자의 기구한 숙명.
 나비는 침묵이며 말이고 정이며 동이고 정숙이며 관능이다. 그러므로 이 나비를 어떻게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인가.
 혀의 고독성은 그의 DNA 때문이다. 수천 년 전부터 학습된 천형의. 천형은 견디거나 거부하거나. 큰주홍부전나비를 꿈꿀 때 큰주홍부전나비는 자신을 꿈꾼다. 나비가 장자거나 장자가 나비거나.

* 국립수목원 구가생물종지식정보에서 인용
** 리시아노 크레센즈의 말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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