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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칼럼
(2) 질병
이화리 소설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09월 19일(수) 19:24
ⓒ 경북연합일보
베버리지 보고서(영국)는 국가의 발전을 위해 결핍, 질병, 무지, 불결, 나태를 사회의 5대악으로 분류했다. 질병은 우리 몸 전반에 걸친 기능장애를 말한다 '나'라는 개체의 생명을 가진 몸과 정신을 우리는 내 뜻대로 다 관장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전혀 불가피한 일도 아니어서 관리하여 개선시킬 수는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기술과 의료보험제도는 부유한 선진국에 비해 더 탄탄하고, 신속하고, 친절하다. 그래서 전 국민 건강검진이라는 대형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 몸이 근본적인 회귀본능을 가졌음에도 병원가기를 취향처럼 여기는 이들이 많다. 장년의 나는 지금까지 내가 받아온 진료와 치료에 대해 곰곰 생각한 적 많다.
 인간의 자생력을 믿는 나는 어지간히 아파도 병원에 잘 가지 않는 편이지만, 그 동안 복용한 약의 분량은 얼마나 될까? 한 자루? 두 자루? 그 이상? 주입된 주사의 양은 얼마 만큼일까? 내가 소비한 수술, 혈액검사, 초음파, 엑스레이, 내시경, CT, MRI, 동위원소 등등… 이 모든 게 가끔은 국가에 죄를 지은 듯, 송구한 맘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국가에 무엇을 기여했는지도 더불어 생각한다.
 생로병사가 무색한 시대가 왔다.
 늙음은 자연생태지만 질병에도 죽지 않는 시대다. 인간은 모든 동물 중 가장 상위의 동물로 생명의 존엄성을 스스로 부여해왔다. 생명을 보존하기 위한 의학발달은 지금 이 순간에도 기막힌 발견과 개선을 거듭한다. 과학이 발달하고 경제가 발전할수록 노령사회는 건재하다. 정신과 육체의 사회적 활동이 멈춘 채, 의학기술에 기댄 연명의 모순적 필요성에 대해 나는 오래 전부터 관심이 깊다. 여차하면 산소호흡기로 되사는 구순의 노모가 계시는 대형요양병원의 길고 긴 복도를 지나칠 때면 국가의 살림 걱정으로 내 어깨가 무거워진다.
 시골장날에 '장례식장 50%세일'을 보며 씁쓸했다. 이듬해엔 '장례식장 사용무료'라는 현수막을 보았다. "시어마시 죽는 거 봤나?, 나이롱 옷 떨어지는 거 봤나?"라는 유행어가 노인정에서 나돈다고 했다. 의료의 발달이 건강한 사회발전에 미치는 영향은 과연 온당한 것인가? 자못 의문에 들게 한다.
 사회활동 중인 청년과 중년세대의 무거운 책임을 우린 잊어서 안 된다.
 그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의료비며 국가자원이다. 평균수명이 무척 길어진 통계는 국가의 막강한 의료비 지출 덕분이다. 의료보험을 공짜로 여겨 병원비 부담이 없다며, 사소한 증세에도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내가 지급받는 의료보험의 혜택은 공동체적 자금의 지출이다. 당장 나에게 부담이 가중되지 않는 공적자금이기에 소비에 대한 자각이 미미하다.
 우수한 성능의 의약품을 오래 생산해 온 독일인들은 소화제마저도 몸에 해롭다며 피했다. 탈장 수술을 한 환자도 입원이 아닌, 의사가 직접 집을 찾아가는 통원치료로 의료비를 절약했다. 한국에 온 독일의사는 과식으로 불편하자 소주 두 잔을 스트레이트로 마셨다. 엑스레이와 CT촬영을 할 때마다
 우리는 위험한 방사능에 노출된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다. 약물은 내성을 키우고, 자연회복 기능을 퇴화시킨다. 26년에 걸쳐 대하소설 '토지'를 쓰신 세계 유일의 소설가 박경리 선생님은 골초답게 폐암이었다.
 수술과 연명치료를 거부하시며 고요히 떠나셨다. 연령대에 맞춘 세부적 치료법의 한계를 만들어 본인과 가족의 현명한 선택이 고려되었으면 한다. 특히, 노령의 무수한 질병과 끝없는 치료에 어마어마한 공적자금의 투입은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우려하게 한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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