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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과 남자들
전인식 시인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09월 13일(목) 20:09
ⓒ 경북연합일보
나혜석이 '조선 남성은 이상하외다'라고 시작하는 이혼고백서를 발표한지가 85년전 이맘때의 일이다.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그녀, 당시 그녀가 만났던 잘난 남자들은 어디로 가고 나혜석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 있다. 나혜석에 대해서는 달리 설명할 필요도 없이 따라붙는 수식어만으로도 충분히 그녀를 설명하고도 남을 것이다.
 최초의 서양화가, 최초의 여성소설가, 최초의 개인전개최, 조선여성 최초의 유럽일주여행 등 최초란 수식어 이외에도 독립운동가, 여성운동가 등 시대를 앞서 살다간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넘쳐날 정도로 많다.
 나혜석의 첫사랑은 열아홉 무렵 일본 유학시절 만난 시인 최승구이다. 천재성을 지닌 아나키스트 시인으로서 남다른 감성을 지닌 두 사람은 아주 잘 맞는 연인이었지만 만남은 오래가지 못했다. 폐결핵 악화로 최승구는 형이 있는 전남 고흥으로 요양 가있었는데 나혜석은 멀리 남도 끝까지 찾아가기도 했다. 그녀의 마음과 달리 최승구는 이듬해 그곳에서 생을 다하고 만다. 못다 이룬 첫사랑의 애잔함과 상실감에 젖어 있는 유학생활 속에 잠시 춘원 이광수와 염문설이 있었다. 이광수에게는 본처가 있었고 의대유학생 애인까지 있었는데 오빠의 반대에 부딪혀 둘과의 관계는 더 이상 발전하지 못했다. 오빠의 소개로 만난 김우영과의 결혼은 어쩌면 사랑보다는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그는 변호사이자 조선총독부에 근무하는 엘리트관료이던 완벽남이었다. 그는 부인과 사별하여 딸이 하나 있었다. 나혜석은 김우영의 청혼을 수락하되 몇 가지 결혼의 조건을 제시했다. 첫째, 평생 사랑할 것. 둘째, 시댁과 전실 딸을 구분할 것. 셋째, 그림 그리는 것을 방해하지 말 것. 넷째, 첫사랑의 무덤으로 신혼여행을 갈 것 그리고 비석을 세워줄 것을 제시하였다. 김우영은 이를 수용하고 나혜석과 결혼을 했다. 어떻게 보면 나혜석은 사랑보다는 방해받지 않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쓸 수 있는 든든한 배경을 선택했는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유럽 여행도중 프랑스 파리에서 그림공부하다 만난 최린이었다. 남편이 베를린으로 법률 공부하러 간 사이에 이국땅에서 만난 최린과 밀회를 즐겼다. 최린은 3·1독립운동에 참여한 33인의 한사람이었다.
  프랑스인에게는 가능했을 연애도 결혼한 조선여성으로서는 불가능한 연애였을까 이 사건이 결국 그녀의 삶이 바뀌는 결정적 계기가 되고 만다. 최린을 상대로 정조유린죄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소설과 수필을 발표하며 남성중심사회를 향해 돌을 던져보지만 결국 정조를 버린 여인으로 낙인찍혀 일방적 이혼을 당하고 자녀들을 볼 수 없는 형벌을 지니게 된다.
 우연의 일치일까 나혜석이 만난 남자들 모두 나이차이가 있는 유부남이었고 친일파라는 공통점이 있다. 말년에는 친구인 일엽스님이 있던 수덕사로 가서 중이 될 것을 청해보지만 만공스님은 중이 될 팔자가 아니라며 거절하자 절 아래 수덕여관에 머물며 그림을 가르쳤는데 제자중 한사람이 이응노 화가였다. 아이러니하게 이응노는 나혜석의 부르던 파리찬가를 동경하며 부인 아닌 젊은 여인을 데리고 프랑스로 떠나버리고 만다.
 일엽스님의 일본인 아들이 어머니를 찾아왔을 때 이미 불제자가 된 몸이라 만남을 거절하자 모성애가 그리운 친구아들에게 자기 젖가슴을 내어주는데 그녀에게도 만날 수 없는 자식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성해방과 자유연애를 꿈꾸지는 않더라도 이 땅의 살고 있는 여성들은 모두 나혜석에게 갚아야 할 빚이 어느 정도 있을 것이다. 무연고 행려병자로 쓸쓸한 최후를 맞이하며 식어가던 가슴은 끝까지 첫사랑 최승구를 그리워했을 것이다. 첫사랑 애인의 무덤 곁으로 신혼여행을 가던 그날처럼…
 이제 가을이다 우리들도 첫사랑의 무덤은 아니더라도 어디론가 그리운 곳으로 한번 떠나보자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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