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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칼럼
결핍 1)
이화리 소설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09월 12일(수) 09:54
ⓒ 경북연합일보
영국의 '베버리지 보고서'는 국가의 발전을 위해 결핍, 질병, 무지, 불결, 나태를 사회의 5대악으로 분류했다. 본지 칼럼니스트인 이화리 소설가가 5회에 걸쳐 '사회의 5대악'을 연재한다. 편집자주

 '결핍'은 대등한 비교에서의 모자람을 말한다. 보편적 상관관계에 비추어 당연히 갖추어야 할 무엇인가가 부족할 때, 우리는 결핍이라 표현한다. 이 결핍의 현상이 극대화될 때 모든 가치관은 흔들리며, 사회는 불안정해진다. 인간의 기본욕구 중에 인정욕구라는 것이 있다. 인정욕구란 서너 살짜리 아이부터 구순의 노인에게도 존재하는 감정이다. 어린아이가 착한 일을 했을 때 칭찬을 받는 것처럼 다 큰 어른인 노인들도 아랫사람으로부터 잘 했다는 칭송을 받으면 자기만족에 이른다.
 이렇게 자신이 노력한 만큼 인정받지 못하고, 보상이 보장되지 않으면 불만이 쌓인다. 성실하고 근면하게 일하는 대다수의 노동자들이나 소상공 자영업자 등이 사회의 다수에 속한다. 이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전적으로 국가의 책임은 아닐 테지만, 사회보장법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장기적으로 개선될 여지가 있다. 유럽의 여러 선진국들은 현재 우리가 겪는 결핍과의 대립을 이미 한 세기 전에 체험하고 수정해왔다. 100년 전부터 선진국에 존재하는 노동조합이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부도덕한 단체처럼 취급받는다. 노동자의 의결권을 존중하지 않는 기업의 비윤리보다 가진 자들에 대한 선망과 신뢰를 우선 시한다.
 우리의 결핍은 그래서 선의보다 더 악의적인 취급을 받고 있다. 가진 자에 비해 가지지 못한 자는 무능한 자기책임을 반성하도록 요구한다. 독일에서는 우리에게 불법인 교원노조에 교장선생님부터 학생들까지 가입이 자유롭다. 불합리한 제재에 의한 사회가 자유를 저해한다. 적어도 이런 현실을 아는 이들은 깊은 결핍을 겪기 마련이다.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이 부조리한 여섯 글자의 결핍을 앞세워 무고한 이들을 악랄하게 처단한 지강헌 사건이 대표적이다. 어떤 경우에도 폭력이 정당화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시장자본주의의 큰 단점은 국가 운영체제와 사회적 여론에 있다. 우리가 아는 한국의 부자들은 탈세와 외화반출, 비자금 등으로 거의 언론에 노출된다. 반면 선진국의 부자들은 기부문화로 세계 언론에 오른다. 한 국가가 속한 사회에 상대적 박탈감이 극심하면 극악무도한 사건사고들이 넘치게 된다. 정신적인 것이든 물질적인 것이든 사회의 집단적 결핍을 막기 위해서는 다수를 위한 건강하고 올바른 법시행이 필요하다. 특히 경제적 성장이 급격히 이루어진 개발도상국일수록 소수가 독점하는 부의 점유를 묵인 또는 장려해왔다. 이렇듯 결핍이란 경제적 악화에서부터 비롯된다. 즉 가난하기에 겪는 의식주의 불편함이 모두 포함된다.
 명품가방 한 개의 값이 몇 백 만원에서 수 천 만원일 때, 작품을 팔지 못한 가난한 예술가들은 절망한다. 이름조차 외우기 힘든 세계의 음식이 몰려와 넘치는 세상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잇는 부류들은 처절하다. 특히 유아와 청소년의 영양결핍은 종내에 질병을 초래하고, 국가의료보험의 지출과 연계된다. 한 평에 1억이라는 서울의 고급아파트 가격에 아연실색한 촌사람은 나뿐일까? 사회란 관계의 연속성을 지닌다. 합리적 비등함이 사라지면 극명한 결핍의 반항적 인성으로 추락한다. 결핍을 완화시키는 일은 동등하지 않지만, 평등한 인간애 회복에 있다. 국가가 주도하고 사회 곳곳의 지도층들이 먼저 달라지는 아름다운 인본주의(人本主義)를 돌아볼 때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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