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최종편집: 2026-08-07 04:31:10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전체기사
커뮤니티
공지사항
자유게시판
행사알림
회사알림
 
뉴스 > 칼럼
텃밭신전
김영식 시인, 수필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09월 06일(목) 18:49
ⓒ 경북연합일보
텃밭은 초록의 신전이다. 오랜만에 찾아온 텃밭엔 채소들이 열심히 잎을 피우고 있었다. 고추는 온통 붉게 물들었고 가지는 굵은 소시지처럼 매달렸다. 땅 속에 자라는 고구마는 보지 않아도 튼실할 테고 상치며 깻잎, 근대는 오랜만의 인기척이 반가운 듯 둥근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있다. 경배하듯 찰진 이랑에 쪼그려 앉는다.
 올 여름은 수십 년 만에 찾아온 더위라고 한다. 연일 찌는 날씨가 계속되었고 사람들은 숨이 막혀 바깥출입을 자제한 채 여름과 사투를 벌였다. 종일 선풍기와 에어컨을 동원해도 무용지물이었다. 그런 날씨 탓에 심어놓고도 제대로 돌볼 수 없어 거의 수확을 포기한 상태였다. 사력을 다했을 채소들의 고군분투에 새삼 경외감이 들었다.
 생명의 힘은 때로 상상력을 초월한다. 하긴 고등동물인 인간보다 하류동물인 미물들이 더 오래 지구상에 생존하고 있다지 않는가. 저 하찮게 여긴 채소조차 자신의 생을 치열하게 살고 있는데 한여름 내내 덥다는 핑계로 나는 얼마나 게을렀던가. 책읽기며 글을 놓고 있었던 것은 물론 날씨가 선선해지면 하자며 집안일도 팽개쳤다. 그러는 동안 몸은 나태해지고 정신은 녹이 슬었다. 단 한 개의 잎도 달지 못한 채.
 근대와 상치와 깻잎을 솎았다. 가지와 고추도 수확했다. 제법 어린아이 손바닥만 해진 잎을 딸 땐 경건한 마음까지 들었다. 신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처럼 찌는 더위 속에서도 푸른 잎과 열매들을 피워 올릴 수 있겠는가. 두 손을 벌려 말씀을 받듯 잎과 과실을 따 바구니에 담았다.
 텃밭을 가지게 되면서 배우는 것이 많다. 굳이 노자의 무위자연을 빌려오지 않더라도 자연은 우리에게 가르치는 바가 크다. 뿌린 대로 거두며 자신의 위치에 만족하며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탐욕으로 점철된 인간의 가치와 비교할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자연의 극히 일부일 뿐인데도 지배하려하고 과소평가하며 인위적 훼손을 가한다.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백로 무렵엔 배추도 심고 뒤이어 고구마도 수확해야한다. 서리 내리기 전 양파와 마늘도 심는다. 24절기는 옛 조상들이 농사를 위해 만들어놓은 연중일정표이다. 때를 따라 씨를 뿌리고 수확하며 과욕을 부리지 않는 것이 신의 섭리를 따르는 것이다.
 대지(大知)는 자연이요 무위이다. 또한 큰 지식이요 열린 마음가짐이다. 소지(小知)는 인간이요, 인위이다. 또한 작은 지식이요, 닫힌 마음가짐이다. * 장자의 소요유에 관한 개념이다. 한 생각 깨우치고 나니 마음 한켠이 밝아진다. 제법 선선해진 9월의 하늘로 장끼 한 마리 후두둑 날아간다.
* 윤재근 著 <우화로 즐기는 莊子>에서 인용
경북연합일보 기자  
- Copyrights ⓒ경북연합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영덕 고래불역서 철도관광 축제 열린다
안동 월영열차·와룡빛터널 첫선
군위군의회 산경위 의정활동 돌입
경북소방, AI 기반 재난대응 강화…신고접수시스템 고도화
대구시, 제조기업 AX 전환 가속화 돕는다
경주시, 공공기관 유치전 돌입…원자력·에너지안전 분야 공략
청송사랑화폐 할인율 15%로 조정…안정 공급 강화
포항에 동북권 ICT콤플렉스 개소…AI·SW 인재 양성
어린이 문화체험 프로그램 확대 운영
민선 9기 경북도 투자유치특위 발족
최신뉴스
408억원 규모 ‘경북 혁신 벤처펀드’ 결성  
대구경북 말산업 특구 활성화 채찍질  
노지 밭작물 스마트 관수기술 도입  
안동시 착한가게 400호점 탄생  
예천군, 지역 환경리더 양성 나섰다  
영양군, 고추 재배 종합 평가회 개최  
영주서 대만 복싱 선수단 350명 전지훈련  
‘부적합 방폐물 반입, 케리(KAERI)’ 엄중 처벌해야  
달성군 찾아가는 장애인식개선 문화예술교육 호응  
군위군, 폭염 속 농작업 안전 지킨다  
대구서 조수미 세계무대 데뷔 40주년 기념공연 열린다  
볼거리 많은 대구과학관, 대구 인기 공공기관 1위  
냉방기기 사용·전력 수요 급증…화재위험경보 ‘심각’ 상향  
경북도, 민·관 합동 독도 연안·수중 정화행사 개최  
경북도, 자연재해저감 종합계획 추진 본격화  

신문사소개 편집규약 윤리강령 고충처리인제도 개인정보취급방침 제휴문의 광고문의 구독신청 기사제보 저작권 문의 청소년보호정책
상호: 경북연합일보 / 사업자등록번호: 505-81-82281/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화랑로 32 (성건동)
발행인.편집인: 정진욱 / mail: sp-11112222@daum.net / Tel: 054)777-7744 / Fax : 054)774-3311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가00039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진욱
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27,778
오늘 방문자 수 : 12,342
총 방문자 수 : 41,765,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