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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비로 인해 뒤바뀐 왕
유문식 칼럼니스트(동국대 외래교수)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08월 30일(목)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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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경북연합일보 | 올 여름 더위는 사상 최강이었다. 오죽했으면 주변 사람들이 태풍이 기다려지기는 처음이라고까지 했다. 아무 피해 없이 비만 내려 주길 바랐으나, 태풍 솔릭과 연이어 내리는 비는 계속해 피해를 주고 있다. 덥고 가문 날 그렇게 기다렸든 비는 우리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신라시대에도 태풍과 홍수로 인한 피해가 많았다. 내해왕과 자비왕 그리고 진평왕 시절 나라 서쪽에 큰 홍수가 나 집이 떠내려가고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때마다 임금은 그 곳의 세금을 면제해주거나, 왕이 직접 수해를 당한 지역으로 찾아가거나 사자를 보내 백성들을 구제해주고 달랬다. 그런데 큰 비로 인해 왕의 자리에 오른 사람이 있다. 바로 신라 원성왕 김경신이다. 선덕왕이 아들 없이 돌아가시자, 나라 사람들은 왕의 친족인 김주원을 왕으로 세우려 했다. 그때 주원은 서라벌 북쪽 20리 되는 곳에 살았다. 하지만 큰 비가 내려 알천의 물이 넘쳐버렸다. 홍수로 인해 알천을 건널 수 없어 즉위를 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누군가가 나서서 말한다. "임금이라는 큰 지위는 진실로 사람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인데, 오늘 폭우가 내리니 하늘이 혹시 주원을 임금으로 세우려 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지금의 상대등 경신은 전 임금의 동생으로서 덕망이 높고 임금의 체통을 가졌다." 이 말에 여러 사람들의 의견이 일치하여 경신을 왕위에 추대했다. 이는 <삼국사기>에 나오는 이야기다. <삼국유사>의 이야기는 꿈 해몽까지 곁들여 이보다 더 구체적이고 재밌다. 이찬 김주원이 처음 재상이 되었을 때 원성왕은 각간이 되어 재상 다음 자리에 있었다. 꿈에 머리에 쓴 복두를 벗고 흰 갓을 썼는데, 열두 줄 가야금을 들고 천관사(天官寺) 우물 속으로 들어갔다. 꿈에서 깨어 점치는 사람에게 물었더니 이렇게 말했다. "복두를 벗은 것은 벼슬을 잃을 조짐이고 가야금을 들었다는 것은 칼을 쓸 조짐이며 우물에 들어갔다는 것은 감옥에 들어갈 조짐입니다." 왕은 부정적인 해몽을 듣고 너무나 근심하여 방에서 나가지 않았다. 이에 아찬 여삼이 찾아와서 뵙기를 청하였다. 왕은 병을 핑계로 사양하고 나오지 않자, 여삼은 다시 꼭 한번 뵙기를 청하였다. 왕이 허락하고 꿈을 점친 일을 말하였다. 그러자 여삼이 일어나 절을 하고 말했다. "이것은 정말 좋은 꿈입니다. 공께서 만약 왕위에 오르시어 저를 버리지 않으신다면 공을 위해 풀이해 드리겠습니다." 왕은 곧 주변 사람들을 물리치고 해몽을 청했다. "복두를 벗은 것은 더 높은 사람이 없다는 뜻입니다. 흰 갓을 쓴 것은 면류관을 쓸 조짐입니다. 열두 줄 가야금을 든 것은 12대 후손까지 왕위가 전해질 조짐입니다. 천관사의 우물에 들어간 것은 궁궐에 들어갈 상서로운 조짐입니다." 이 말을 듣고 왕은 자신의 위에 김주원이 있는데 어떻게 왕의 자리에 오르겠냐고 되물었다.여삼이 왕에게 해결책을 말했다. "북천신(北川神)에게 몰래 제사를 드리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왕은 이 말에 따라 제사를 드렸다. 얼마 뒤 선덕왕이 돌아가시자, 나라 사람들은 주원을 왕으로 삼으려고 그를 궁궐로 맞이하려 했다. 집이 북천[알천] 너머에 있었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알천 물이 넘쳐서 건널 수 없었다. 그래서 왕이 먼저 궁으로 들어가 왕위에 올랐다. 주원을 따르던 사람들도 모두 와서 따르며 새 왕에게 절을 하고 축하했다. 원성왕이 북천신에게 빌었다고 해서 큰 비가 왔을 리 만무하다. 원성왕이 그만큼 간절히 왕위에 오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아니었을까. 큰 비로 인해 가장 큰 피해자는 왕위에 오르지 못한 김주원이다. 갑자기 내리는 비가 원망스러웠으리라. 큰 비가 오지 않았다면, 알천의 물이 넘치지 않았다면 김주원은 왕위에 올랐을 것이고 강릉으로 내쳐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또한 김주원의 아들 김헌창도 아버지가 왕위에 오르지 못한 불만에 반란을 일으키지도 않았을 것이다. 큰 비가 역사를 바꿔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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