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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희의 꿈과 키루스의 탄생 꿈
정현진 신라얼문화연구원장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08월 07일(화)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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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경북연합일보 | 보희가 서악에 올라 눈 오줌이 서라벌에 넘쳐흘렀다는 꿈도 얼핏 생각하면 마고전설계통과 연결된 꿈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이 꿈을 통해서 우리는 신라 김씨왕족들의 먼 조상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가늠해볼 수도 있다. 그게 가능할까 의심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래에서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필자는 『실크로드를 달려온 신라왕족』이라는 책에서 신라 김씨왕족이 천산 주변에서 살던 사카족과 연관 있을 거라고 했다. 그런데 고대 페르시아 창업자가 탄생하는 이야기에 바로 보희가 꾼 꿈과 너무나 닮은 꿈 이야기가 전한다. 페르시아의 기초를 다진 대왕인 키루스(Cyrus)의 출생담에 '여성이 오줌을 누었는데 그 오줌이 온 도시를 덮었다'고 한다.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나온다. 기원전 7세기 이후 한동안은 서아시아의 많은 지역을 스키타이계통의 사람들이 지배하고 있었다. 그들의 아시아 지배를 종식시킨 사람이 미디아(Media)의 왕 키악사레스다. 그는 바빌로니아 지역을 제외하고는 아시리아인들을 모두 정복했다. 얼마 후 대제국 미디아도 멸망할 운명에 처했는데 그 과정이 참으로 극적이다. 키악사레스에게서 왕위를 물려받은 아스티아게스(재위 기원전585~550)는 기원전 549년 외손자인 페르시아의 왕 키루스 2세에게 살해되었다. 이로써 미디아는 멸망하게 된다. 이들의 극적인 인연을 헤로도토스가 기록해 놓았다. 아스티아게스에게 만다네라는 딸이 있었는데, 어느 날 그는 이 딸의 방뇨(放尿)로 도시가 물에 잠기고 나아가 아시아 전역에까지 범람하는 꿈을 꾸었다. 그는 해몽가들에게 이 꿈을 이야기하고 그들로부터 꿈의 의미를 자세히 듣고는 대단히 놀랐다. 그리하여 아스티아게스는 딸이 결혼할 만큼 나이가 차자 그 꿈을 두려워하여 자신의 지위에 어울리는 미디아인 중에서 사위를 고르지 않고 캄비세스라는 페르시아인에게 딸을 주었다. 이 남자는 가문도 좋고 성격도 조용했다. 아스티아게스는 그 청년이 미디아의 중류층보다 훨씬 낮은 처지에 있다고 생각했다. 한마디로 후에 자신의 권위에 도전할 인물은 아니라고 보았다. 그런데 만다네가 캄비세스에게 시집간 그해 아스티아게스는 다시 꿈을 꾸었다. 이번에는 딸의 음부에서 포도나무 한 그루가 자라나 그것이 아시아 전역을 뒤덮었다. 그는 꿈을 꾸고 해몽가들로부터 꿈의 의미를 전해들은 후, 이미 임신 중인 딸을 페르시아로부터 불러들여 딸을 엄중히 감시하게 했다. 그는 딸이 자식을 낳으면 그 아이를 죽여 없애려 했다. 왜냐하면 해몽가들이 해몽하기를, 딸의 소생이 마침내 그를 대신하여 왕이 되리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만다네에게서 키루스가 태어났는데, 아버지는 그를 죽이려 했다. 그래서 아버지는 소치기에게 명령해 그 아이를 죽이라고 했다. 그러나 명령받은 소치기가 죽은 자신의 자식을 키루스라고 속이고 그 아이를 살렸다. 그 후 키루스는 부모가 있는 페르시아로 돌아가 왕이 되어 미디아의 왕이자 자신의 외할아버지인 아스티아게스를 쳐서 멸망시켰다. 위에 소개한 키루스왕의 탄생과 관련된 꿈 이야기는 문무왕의 탄생 이야기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다만 키루스왕의 탄생 이야기에서는 꿈을 미디아의 왕이 꾸었는데 신라에서는 보희가 꾸었다. 방뇨(放尿)로 인해서 도시에 오줌이 가득 차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양쪽이 동일하다. 그러나 키루스의 어머니인 만다네의 음부에서 포도나무 한 그루가 자라나 이것이 아시아 전역을 뒤덮은 꿈은 분리되어 의상스님이라는 위인과 연결되었다. 미디아와 페르시아에서 한 인물의 탄생과 관련된 꿈이 신라에서는 두 인물의 탄생으로 분화되어 나타난 것이다. 『삼국유사』를 보면 의상스님은 중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중국에 도착한 의상은 종남산 지상사(至相寺)를 찾아가 지엄스님에게 인사를 드린다. 지엄이 의상을 보자 어젯밤 꾼 꿈이 생각났다. 큰 나무 한 그루가 신라[海東]에서 나서 가지와 잎이 넓게 우거지더니 중국까지 덮었다. 그 나무 위에는 봉황새의 보금자리가 있었다. 올라가보니 한 개의 마니보주가 있었고, 그 보주에서 빛이 나는데 멀리까지 비쳤다. 꿈을 깬 지엄은 놀랍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해서 도량을 소재하고 누군가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그 때 의상이 왔던 것이다. 지엄은 특별한 예로 영접하고 조용히 말했다. "내가 어젯밤 꿈에 꾼 것은 그대가 나에게 올 징조였구나." 상서로운 예지몽을 꾼 지엄스님은 의상을 제자로 받아들이고 『화엄경』을 가르쳤다. 의상이 화엄학의 대가가 될 수 있는 인연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던 셈이다. 통일신라기에 보이는 두 인물―문무왕과 의상스님―과 관련된 이야기가 멀리 서아시아의 미디아 왕의 외손자인 페르시아 왕 키루스의 탄생 꿈 이야기와 같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 이야기는 문화의 전파에 의한 것일 수도 있지만, 천산을 넘은 주민이 가지고 온 이야기 일수도 있다. 한민족의 초기 구성원 중 하나인 변한(弁韓)그룹은 천산과 그 주변에 살던 사람들이 동진해서 만주와 한반도에서 활동하던 사람들과 관련 있다. 이 이야기도 그들의 이주와 함께 전해진 이야기일 수 있다. 보희의 꿈 이야기는 다시 한 번 고려를 창업한 왕건의 할아버지 작제건의 탄생이야기에 재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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