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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으로 태자를 유혹하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08월 02일(목) 20:44
↑↑ 유문식 칼럼리스트·동국대 외래교수
ⓒ 경북연합일보

동서 고금에는 왕의 사랑을 얻기 위해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페르시아 왕 샤리아르는 왕비의 불륜으로 인해 여자를 믿지 못해, 매일 새로운 처녀와 하룻밤을 보내고는 죽인다.
 이때 사하라자드는 일부러 왕과 결혼해 천일하고도 하루 동안 밤마다 이야기를 왕에게 해준다.
 이에 왕은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누그러져 사하라자드를 진정으로 받아 들여 3명의 아들을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 그때의 이야기가 바로 우리가 아는 '천일야화-아라비안나이트'이다.
 영조가 계비를 간택할 때, 정순왕후 김씨는 지혜로운 모습을 보여 정조의 마음을 얻었다.
 일부만 소개하자면 김씨가 간택장소에 들어섰을 때 다른 후보들과는 달리 방석을 깔고 있지 않았다. 영조가 그 이유를 묻자 김씨는 방석에 부친 이름이 적혀 있어, 함부로 깔고 앉을 수 없다고 대답했다.
 이렇듯 왕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었다.
 신라시대 지마 이사금의 왕비는 애례부인 김씨로 마제 갈문왕의 딸이다. 애례부인이 지마 이사금과 맺어질 때 재미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춤으로 지마 이사금을 유혹한 일이다.
 지마 이사금은 파사 이사금의 친아들이다. 아버지인 파사 이사금이 사냥을 나갈 때 태자인 지마가 따라가게 된다.
 사냥을 마치고 한기부를 지나게 되는데, 이찬 허루가 사냥의 피로를 씻기 위해 파사 이사금에게 잔치를 베풀어 준다. 그때까지 태자 지마는 미혼이었다. 잔치의 분위기가 무르익자 허루의 아내가 어린 딸을 데리고 나와 춤을 추게한다.
 자신의 딸을 태자와 맺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세상의 일은 자기가 마음먹은 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허루 부부의 마음과는 달리, 경쟁자가 나타난다. 바로 이찬 마제의 딸이다. 허루의 어린 딸이 왕과 태자 앞에서 춤 추는 모습을 본 마제의 아내도 자신의 딸을 데리고 나와 태자 앞에서 춤을 추게 한다. 자신의 딸을 태자 마음에 들게 하려고 한 허루의 계획은 어긋난다.
 태자는 허루의 딸이 아닌, 마제의 딸이 더 마음에 들어하며 기뻐한다. 아마 마제의 딸이 추는 춤이 보다 더 태자에게 매혹적으로 보이지 않았을까?
 허루는 자신의 딸과 태자를 맺어주기 위해 잔치를 베풀고 딸에게 춤까지 추게 했는데, 마제의 딸로 인해 자신의 계획이 어긋나게 되었으니 화가 많이 날 법도 하다. 정말 죽 쑤어 개 준 꼴이 되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허루는 임금의 앞이라 드러내놓고 불만을 이야기 하지도 못하고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허루의 불만에 찬 얼굴을 눈치 챈 파사 이사금이 달래준다.
 "잘 차린 음식과 맛 좋은 술을 준비하여 잔치를 열어 즐겁게 해주었으니 주다(酒多)의 위계를 주어 이찬보다 위에 있게 하겠다."
 자신의 딸을 태자비로 삼기 위해 잔치를 베푼 허루를 위해 파사 이사금은 위계를 올려주고, 마제의 딸은 태자와 맺어준다.
 주다(酒多)의 글자를 풀이해보면, '술이 많다'란 뜻이다.
 파사 이사금은 허루가 마련한 잔치가 마음에 들었지만, 태자는 마제의 딸에게 마음에 끌리니 미안한 마음에 이찬 위에 새로운 위계를 마련해 허루에게 준 것이다.
 계획에 성공하지 못한 허루는 아쉬운 대로 위계를 올려 최고의 관등에 만족해야만 했다. 주다는 나중에 각간(角干)이라 일컫게 된다. 각간은 신라 17관등 가운데 첫째 관등이다.
 사랑의 최종 승리자는 마제의 딸에게 돌아갔다. 태자비가 되고 나중 지마 이사금의 왕비가 되었다.
 역시 남녀 사이는 부모나 다른 사람이 의도한 대로 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남녀 사이에 맺어질 인연은 따로 있나 보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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