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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국의 바깥
김 영 식 시인, 수필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07월 18일(수)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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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경북연합일보 | 산수국 한 송이는 산수국 한 송이를 사랑해서 어느새 여름이 되었습니다. 비온 뒤, 함초롬히 햇살을 머금고 있는 꽃을 7월의 마음이라 할까요? 화단엔 올해도 무리지어 푸른 연모들이 피었습니다. 소담한 그 곁으로 주말아침을 다가섭니다. 수국의 꽃말은 냉정, 냉담, 변덕, 거만, 처녀의 꿈 등 다양하다고 하지요. 흰색, 청색, 붉은색, 자색까지 여러 색깔을 가지고 있어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꽃말이 무슨 대수이겠습니까. 산수국은 초여름을 대표하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꽃 가로 헛꽃들이 여럿 피어 있습니다. 우주선의 안테나 같기도 하고 어사화 같기도 합니다. 가운데 진짜꽃은 아주 작아서 둘레에 헛꽃을 배치해 나비와 벌을 유인한다고 합니다. 수정이 끝나면 하늘을 향해 있던 꽃들이 뒤집어져 축 늘어집니다. 타자에게 성취를 양보하고 기꺼이 자신의 이름을 버립니다. 헛꽃을 보며 바깥에 대해 생각합니다. 꽃의 바깥, 존재의 바깥, 삶의 바깥. 어떤 사물이든 안과 밖을 가지고 있습니다. 겉이 없다면 속도 없기 때문이죠. 그러나 밖에 대해선 대체로 소홀하기 마련입니다. 형식과 내용으로 따질 때도 그렇고, 과정과 결과로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더욱이 목표의 지향에 있어선 말할 것도 없습니다. 외부는 내부의 완성을 위한 도구나 종속적 존재로 밖엔 인식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 번도 가운데가 되지 못한 변두리, 한 번도 본권이 되지 못한 부록, 한 번도 주류가 되지 못한 비주류의 슬픔에 대하여 생각합니다. 억압받고 고통당하는 가난한 민초에 대하여 돌아봅니다. 중심이 모든 가치의 으뜸인 물질만능의 시대에 정신을 이야기한다는 건 한낱 고루하고 부질없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내부를 원한다면 외부는 또 누구의 몫이겠습니까? 스스로 변방이 된 아웃사이더가 많습니다. 디오게네스, 까뮈, 고흐, 김삿갓. 그들이 지켜낸 영혼의 고귀함에 대하여 생각하게 됩니다. 우린 너무 중심위주의 사고에 함몰되어 있진 않는지 한번쯤 돌아볼 일입니다. 중앙은 언제나 추앙받고 그렇지 못한 것들은 배척당하는 세태에서 수없이 피었다 스러진 장삼이사들을 떠올립니다. 언뜻 역사는 몇몇 특별하고 우월한 인물이 만들어나가는 것 같지만 기실은 숱한 무명의 사람들에 의해 움직이고 변화되어지는 것입니다. 이맘때쯤이면 가끔씩 매미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장마전선은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비를 뿌립니다. 시간의 변화 속에서도 쉽게 세속의 가치에 흔들리지 않는 당신이 그립습니다. 오랜 시간 그대가 좋은 이유는 산수국을 닮아서일 것입니다. 중심의 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언제나 바깥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곁에 있으면 또 힘겨운 날들을 견뎌나가는 힘을 얻게 되지요. 나의 바깥인 당신과 당신의 바깥인 내가 오늘, 산수국 고즈넉이 핀 7월의 꽃밭 앞에서 잠시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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