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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재(實在)보다 생각이 더 현실같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04월 08일(일) 19:25
A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부터는 아예 주위 사람들이 그와 연락을 닿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의 입에서는 그에 관해서 여러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혹자는 해외 이민을 갔다는 사람도 있었고 혹자는 로또 1등에 당첨돼 혼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중 믿을 수 있는 친구에게서 나온 이야기는 나쁜 소식이었다. 그가 뱉은 이야기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면서 살이 붙고 더해져 살아있는 생명처럼 그 형체를 부풀려 나갔다. 급기야는 그 이야기가 사람들에게는 실재가 돼버렸다. 결국 A가 죽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지고 괴로워하다가 연이은 사업의 실패로 빚쟁이들을 피해 숨어 살다가 골방에서 쓸쓸히 죽었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그건 잘못된 소식이었다. 그는 죽지 않았다. 전화기를 잊어버리고 모든 연락처가 사라지면서 새로운 전화번호를 갖게 된 것이었다. 여기에 겹쳐 기존에 일하던 부서에서 새로운 부서로 발령이 나면서 훨씬 바빠지게 된 것뿐이었다. 그래서 그의 지인들과는 한동안 연락이 안 됐고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긴 것이다. 그는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었지만 오랜 시간 연락이 닿지 않은 그의 지인들에게는 A는 이미 죽은 사람이 됐다. 많은 사람이 그와의 추억을 곱씹으며 슬퍼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의 생각 속에서 그는 이미 죽어 있었다.
 B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조용한 사람이었다. 그의 친구들이 모임을 갖거나 연락을 해와도 모임에 잘 참석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가족과도 연락을 잘 안 할 정도로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그였다. 그런 그가 어느 날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어느 누구도 그의 죽음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마지막 죽음의 순간에도 그는 혼자였다. 쓸쓸한 죽음이었다. B가 세상을 떠난 지도 벌써 몇 해가 흘렀다. 하지만 그 사실을 그의 친구들은 몰랐다. 여전히 B를 아는 사람들은 그가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이고 단지 전화번호가 바뀐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의 죽음을 슬퍼하며 울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실제로 죽은 B를 위해서 울어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죽었다고 잘못 알려진 죽지 않은 A를 위해서는 사람들은 울어주었다. 실재보다 생각이 더 현실 같은 순간이다.
 C라는 사람이 바람을 피웠다. 그런데 그의 배우자는 몰랐다. D라는 사람은 바람을 피우지 않았다. 그런데 그의 배우자는 의심을 하고 그의 생각 속에서는 이미 바람을 피웠다고 결론을 내리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생각은 이미 실재를 앞서고 있다. 머릿속에선 이미 나쁜 생각이 집을 지었고 매일 지옥과 같은 창살 안에서 괴로워하며 살고 있다.
 생각 관리를 잘해야 한다. 이미 생각은 현실을 앞질러 가고 있다. 생각 속에 미움이 있고 생각 속에 사랑이 있다. 때론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는 법이다. 실상이 없는 걸 붙들고 우리는 너무 오랜 시간을 낭비를 하고 있다. 자신이 만든 생각의 철창 안에 갇혀서만 시간을 보내기엔 세상이 너무 아름답고, 사랑할 것이 너무 많다.
 나쁜 생각의 성(城), 내 손으로 쌓았으니 내 손으로 허물어야 한다. 생각이 곧 현실이다.
김순호
사람향기라이프디자인연구소장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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