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최종편집: 2026-08-07 01:28:21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전체기사
커뮤니티
공지사항
자유게시판
행사알림
회사알림
 
뉴스 > 칼럼
목련가인(木蓮街人)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03월 21일(수) 19:07
새로 산 택지에 맨 처음 한 일은 목련을 심는 것이었다. 봄비로 촉촉해진 땅을 파고 묘목이 들어갈 자리를 만들었다. 그리움 같은 나무를 앉히고 흙을 다졌다. 수십 개 몽우리를 매달고 있는 가지는 금방이라도 꽃을 피울 기세다.
 목련은 봄의 전령사이다. 경칩이 지난 꽃나무들이 저마다 봄 채비를 서두를 때 돌연 앞장 서서 피어난다. 우아하고 정초하며 지고지순하다. 창백한 허공에 무슨 언약처럼 피어나는 순백의 몸짓을 보고 발길을 멈추지 않는 이 누가 있으랴.
 대학교 다닐 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있었다. 지금은 일본에 살고 있으면서 봄이면 잠깐 꽃처럼 다녀간다. 그 친구 18번이 가곡 '목련화'이다. 햇살이 내리쬐는 잔디밭에 앉아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를 들으면 청춘의 한쪽 가슴이 아릿해져 왔다. '4월에'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이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그 친구는 내가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걸 질투까지 했는데 지금은 자주 만날 수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목련(木蓮)은 '나무에 피는 연꽃'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1억4천만 년 전 지구상에 첫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하니 인간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졌다. 옛 사가집에선 목필화(木筆花)라 부르기도 했으며, 붓 모양 꽃눈이 북쪽을 향한다 해서 북향화(北向花)라고도 한다. 함박꽃나무는 산목련의 다른 이름이다.
 목련이 만개하는 동네에 산 적이 있다. 아직 개발이 안 된 도시의 변두리지역이었다. 삼월이 되면 가난한 담벼락 위로 다투어 피어나던 흰 허기. 조등(弔燈) 같은 꽃 앞에서 가끔씩 마음을 앓곤 했다. 저 찰나의 문장으로 세상에 없는 단 한 편의 시를 쓸 수 있다면.
 그러나 매번 힘없이 돌아서고 말았다. 문자나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절대의 아름다움이 있다는 걸 목련 앞에서 새삼 느끼곤 한다.
 친구는 보헤미안적인 기질이 있었다. 제도나 관습에 구속되지 않았고 영혼이 자유로웠다. 재일교포와 결혼한 누나 초청으로 현해탄을 건너갔다. 그 곳에서 눌러 살았다. 매제로부터 작은 가내수공업을 물려받아 경영하고 있다고 했다. 계절에 맞지 않는 길고 큰 외투며 말할 때 자주 미간을 모으는 버릇은 옛 모습 그대로였다. 세월이 흘러도 변할 것 같지 않는 그의 수더분함에 잠시 부러움을 느낀 적도 있었다.
 언젠가 짓게 될 주택마당 한켠, 활짝 핀 목련을 상상해본다. 낮이면 꽃그늘에 앉아 먼 산을 바라보며 밤이면 달빛 아래 차도 마시면서 나는 또 저물어가는 삶의 무상함에 대해 생각하리라. 하릴없이 오는 세월과 하릴없이 가는 인연에 대해.
 올핸 아직 친구한테서 연락이 오지 않는다. 해마다 꽃이 필 때쯤 전화가 오곤 했는데. 솜털 같은 몽우리를 만지자 부드러운 촉감이 손끝에 와 닿는다. 순간, 어디선가 굵직한 바리톤의 음성이 들려왔다. '희고 순결한 그대 모습 봄에 온 가인과 같고'
김영식
시인·수필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Copyrights ⓒ경북연합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영덕 고래불역서 철도관광 축제 열린다
안동 월영열차·와룡빛터널 첫선
군위군의회 산경위 의정활동 돌입
경북소방, AI 기반 재난대응 강화…신고접수시스템 고도화
대구시, 제조기업 AX 전환 가속화 돕는다
경주시, 공공기관 유치전 돌입…원자력·에너지안전 분야 공략
청송사랑화폐 할인율 15%로 조정…안정 공급 강화
포항에 동북권 ICT콤플렉스 개소…AI·SW 인재 양성
어린이 문화체험 프로그램 확대 운영
민선 9기 경북도 투자유치특위 발족
최신뉴스
408억원 규모 ‘경북 혁신 벤처펀드’ 결성  
대구경북 말산업 특구 활성화 채찍질  
노지 밭작물 스마트 관수기술 도입  
안동시 착한가게 400호점 탄생  
예천군, 지역 환경리더 양성 나섰다  
영양군, 고추 재배 종합 평가회 개최  
영주서 대만 복싱 선수단 350명 전지훈련  
‘부적합 방폐물 반입, 케리(KAERI)’ 엄중 처벌해야  
달성군 찾아가는 장애인식개선 문화예술교육 호응  
군위군, 폭염 속 농작업 안전 지킨다  
대구서 조수미 세계무대 데뷔 40주년 기념공연 열린다  
볼거리 많은 대구과학관, 대구 인기 공공기관 1위  
냉방기기 사용·전력 수요 급증…화재위험경보 ‘심각’ 상향  
경북도, 민·관 합동 독도 연안·수중 정화행사 개최  
경북도, 자연재해저감 종합계획 추진 본격화  

신문사소개 편집규약 윤리강령 고충처리인제도 개인정보취급방침 제휴문의 광고문의 구독신청 기사제보 저작권 문의 청소년보호정책
상호: 경북연합일보 / 사업자등록번호: 505-81-82281/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화랑로 32 (성건동)
발행인.편집인: 정진욱 / mail: sp-11112222@daum.net / Tel: 054)777-7744 / Fax : 054)774-3311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가00039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진욱
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27,778
오늘 방문자 수 : 4,082
총 방문자 수 : 41,757,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