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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호랑이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03월 14일(수)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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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북 봉화 백두대간수목원에 호랑이를 방사한다고 한다. 그리고 울산에서도 호랑이 생태원 설립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한다. 갑작스레 뜬금없이 호랑이 이야기이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내가 태어나서 자라고 현재까지 살고 있는 동네 뒷산이 바로 한국산 호랑이가 마지막으로 죽은 곳이기에 어릴 적 부터 호랑이에 대한 관심이 많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일제 강점기인 1921년 이곳 경주 대덕산에서 한국의 마지막 호랑이는 최후를 맞이했다. 영화 '대호'에서는 지리산으로 나오듯 비공식적으로는 지리산이나 강원도등 다른 지역일 수도 있겠으나 공식적으로는 경주 호랑이가 한국의 마지막 호랑이로 기록돼 있다. 오래된 흑백사진속에는 일본인과 포수들이 죽은 호랑이를 앞에다 두고 자랑스런 포즈를 취하고 있지만 우리들에겐 슬픈 역사의 사진으로 남아 있다. 그 때 죽은 호랑이 가죽은 일본 황실에 헌상됐다고 한다. 사람과 가축에게 해로운 짐승을 포획한다는 구실로 자행된 호랑이사냥 행위는 민족정신 말살정책의 일환이었고 결국 호랑이가 사라지는 결정적 계기가 되고 말았다. 이와 관련 자료는 야마모토 다사부로의 정호기(征虎記)에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마지막 호랑이가 죽은 대덕산은 토함산과 이어지기는 하지만 해발 320미터 남짓 되는 야산이다. 지금은 보문과광단지와 불국사를 연결하는 보불로가 뚫려있지만 어릴 적만 하더라도 소달구지가 겨우 넘을 수 있는 고갯길이었다. 방과후에 소 먹이러 가고 가재잡고 산딸기를 따먹던 그 골짝을 우리 동네에서는 '큰니골'이라고 불렀다. 그 골짝 끝이 블루원골프장 입구이며 하동과 아동마을 사이의 제일 높은 산으로 보면 된다 . 맞손자인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한방에 자면서 할아버지로부터 호랑이이야기를 수 없이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덕동에 사는 김포수이야기며, 마을에 송아지와 개가 사라진 이야기며, 포항 오천 오어사쪽에서 암곡쪽으로 지게에 정어리를 지고 넘어오던 상인들 뒤를 따리오는 호랑이에게 산모통이 하나씩 돌때마다 고기를 던져주며 넘어왔다던 이야기며, 흙을 퍼붓거나 문살을 긁던 납딱범 이야기 등 할아버지의 옛날 이야기속에서 호랑이는 무섭기도 했지만 민화 속 까치처럼 친근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호랑이와 팥죽할멈, 호랑이 보다 무서운 곶감이야기등 전래동화나 설화속에는 무수한 호랑이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래서 육당 최남선은 우리나라를 일컬어 호담국(虎談國)이라 했다. 특히 이곳 서라벌과 관계되는 호랑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설화로 김현감호(金現感虎)이야기를 들 수 있다. 신라 원성왕때 흥륜사에서 탑돌이하다 눈이 맞은 호랑이처녀와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는 눈물과 감동을 동시에 가져다 준다. 호랑이에게 물린 사람들을 낫게 한 흥륜사 된장,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죽은 호랑이를 기리기 위해 지었던 절 호원사지 등 관련유적들을 복원하고 곳곳에 흩어져 있는 구전되는 자료들을 채집하면 훌륭한 스토리텔링이 되고 다른 지역에는 없는 문화콘텐츠가 될 것이다. 더군다나 경주 주변에는 범곡(실), 호명(虎鳴), 호동(虎洞)등 호랑이 관련 지명들도 많다. 아울러 테마파크등을 조성한다면 또 하나의 관광상품이 될 것이다. 보문과 불국사를 잇는 최상의 접근성도 가지고 있다. 아니면 최소한 대덕산에다 이 땅의 마지막 호랑이가 죽은 곳이란 표석이라도 하나 세우면 어떨까? 야생호랑이연구가 임순남 씨는 무모할 정도로 이 땅에 사라진 호랑이를 수십년째 찾아다니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호랑이는 바로 우리의 민족정신이자 민족혼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일제의 호랑이사냥 또한 민족정신 말살이었다면 반대로 한국호랑이를 되새겨 보는 일도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특히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는 유익한 교훈이 될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수호랑과 88서울올림픽의 호돌이 그리고 축구국가대표팀의 엠블렘 백호등에서 볼 수 있듯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대표동물은 호랑이임에 분명하다. 오늘날 우리들은 무서움이 사라진 시대에 살고 있다. 포효하는 그 소리에 오금 저리고 몸 얼어붙는 무서움 하나 정도는 가져도 좋을 것 같다. 할아버지의 기침소리가 그립듯나는 가끔 호랑이가 그립다. 전인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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