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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과 나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03월 07일(수)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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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구름추종자다. 구름으로 책을 읽었고 구름으로 연애를 했으며 구름으로 밥을 지어먹었다. 구름에 대한 나의 맹목적인 애정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눈을 감으면 어린사내아이가 바다를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다. 갈매기가 흩어졌단 모이고 수평선 위론 뭉게구름이 떠간다. 어머니는 그게 세 살 적이라 한다. 세 살에 고향을 떠나왔으니 내가 기억하는 장면은 그때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한때 구름을 좇아 인도양이며 대서양을 떠돈 적이 있다. 이십 대, 청춘의 이야기다. 종일 폭염이 내리쬐는 적도며 해적 떼가 출몰한다는 아프리카해변에서 원양어선을 탔다. 수없는 밤을 험난한 파도와 고된 노동으로 시달려도 나는 구름을 놓지 않았다. 침실에 돌아오면 소금기 묻은 구름을 꺼내 읽었고 구름을 베고 잠이 들었다. 스페인, 모로코, 세네갈, 케냐는 그때 가본 나라이다. 구름의 성분은 작은 물방울과 얼음덩어리로 이루어져 있다. 안개와 사실상 성분이 같으며 지표면과 닿아 있는 것을 안개라 하고 떨어져 있는 것을 구름이라 한다. 아주 단순한 수증기의 현상이지만 그 상징성은 상황에 따라 무궁무진하다. 때로는 꿈과 희망으로, 또 어떨 땐 허무한 욕망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구름과 나'라는 노래는 제1회 해변가요제 수상작이다. '바람에 흩어지는 한올에 실구름아/갈래갈래 네 나래는 토담꼴로 하늘거린다'로 시작한다. 젊음의 푸르름을 구름에 비유하여 노래한 가사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으로 불면의 밤을 새거나 막걸리를 놓고 앉아 하염없이 삶을 고민할 때 이 노래는 막연한 위로가 되어주었다. 구름을 커피에 넣으면 구름카푸치노가, 햄버거에 얹으면 구름햄버거가 된다. 구름으로 빵을 굽고 구름으로 그림을 그리며 심지어는 구름으로 꽃을 키우는 사람도 봤다. 주위를 둘러보면 구름종족은 나뿐만이 아니라 부지기수이다. 그래서 외로워도 외롭지 않은 것일까. 고흐는 평생 구름을 꿈꾸었다. '사이프러스나무가 보이는 밀밭' 속을 떠가는 구름은 세상에 정착하지 못한 그의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이다. 어떤 사람이 구름추종자인지 아닌지는 눈을 들여다보면 안다. 눈 속에 먼 산이 있는 사람, 눈 속에 강물이 흐르는 사람, 눈 속에 종달새가 날아오르는 사람, 눈 속에 제비꽃이 피는 사람은 다 구름의 종족들이라 생각하면 된다. 그들의 눈은 탁하지 않고 교활하지 않고 세속적이지 않고 애머랄드처럼 맑고 순수하다. 나이가 들면서 구름을 놓아버리는 일이 종종 있다. 슬픈 일이다. 그럴 때면 꿈속으로 구름이 나를 찾아온다. '나를 잊지 말아요' 구름을 잊지 않기 위해 오늘도 집을 나선다. 골목을 지나고 마을과 호수를 지나고, 산등성이에 앉으면 낯익은 구름 하나가 조용히 내 무릎을 베고 눕는다. 김영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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