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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시론
욕망과 양심의 투쟁 그리고 미투 운동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03월 04일(일) 18:16
사람이 사람으로 고귀하다는 것은 사람에겐 양심이 있기 때문이다. 짐승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짐승에겐 양심이 없다. 그러므로 짐승은 본능을 만족시키면 그것으로 족하지, 마음이 괴로워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새 고민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임마누엘 칸트는 이렇게 말했다.
 "하늘에 별이 빛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마음에는 도덕의식이 있다"
 도덕의식이 곧 양심이다.
 인간이 양심으로 이웃과 나라를 사랑한다면 인간 사회는 사랑으로 가득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양심의 소리에 때론 순종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반란자도 된다. 그것은 육체적인 욕망만을 추구하는 경향에서 오는 것이다.
 이 육체의 욕망을 양심이 지배해야만 육체와 정신이 조화를 이루는데, 정신과 육체가 조화되기도 전에 먼저 육체의 유혹에 빠지면 그것은 성범죄 등의 타락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최근 들불처럼 타오르는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으로 연극배우 캐스팅을 좌지우지했던 이윤택과 최영미 시인이 시 '괴물'에서 원로시인 'En'선생으로 지목한 고은은 평생 동안 일궈놓은 자신들의 명성을 하루 아침에 잃어 버렸다.
 뿐만 아니다. 대학에서 제자들을 상습 성폭행했다는 배우들과 인간문화재, 시사만화가 등 문화계 거물들의 추문이 잇달아 터졌다. 심지어 해외 봉사활동 중 여성 신도를 성폭행하려던 정의구현사제단의 한 신부도 여론의 심판대에 올랐다.
 양심의 명령 없이 물질을 얻거나 이성을 대하면 곧 타락이 되고 양심을 저버리면 하늘의 분노를 사게 된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 하고 있다. 선악의 투쟁이란 곧 육체적 욕망과 정신적 양심의 갈등이다.
 희랍의 신화에 이런 게 있다. 처음에는 악과 선이 지상에서 같이 살고 있었다. 사탄이 양심을 저버림으로써 인류의 역사는 선악의 투쟁사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선만 좋아하고 악을 멀리하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악이 볼 땐 선은 눈에 가시였다. 그래서 악은 사사건건 선을 괴롭힌다. 싸움을 좋아하지 않은 선은 견디다 못해 하늘로 피신했다. 그러나 지상에 남겨둔 인간이 마음에 걸려 제우스신에게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의논했다.
 제우스신은 "마땅히 돌아가야겠지만 모두 한꺼번에 내려가면 안 된다. 한 사람씩 뜸 들여 내려가는 게 좋겠다"고 일러 주었다.
 이래서 악과 불행은 인간과 가까운데서 살면서 끊임없이 인간을 괴롭히고 선과 행복은 한참씩 뜸을 들여야만 찾아온다는 것이다.
 동양에서는 도덕적 판단의 주체로서 인간의 양심을 논한 대표적인 인물로 맹자(孟子)를 들고 있고 서양에서는 소크라테스를 꼽는다. 맹자는 인(仁)의 마음을 역설했고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며 내재(內在)해 있는 인간의 양심을 실천하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자신 속에 가장 소중한 양심을 일생 동안 간직하고 또 그와 마찰을 빚으며 산다. 그게 바로 우리네 삶이다.
 지난 1일에는 미성년자 단원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은 경남 김해 극단 번작이의 대표 조증윤씨가 구속됐다. 미투 운동 이후 가해자가 구속된 첫 사례다. 지금까지 드러난 성추행 등 성범죄는 주로 조직 내 권력을 악용한 '갑질'로 이뤄졌다. 이런 권력형 성폭력은 개인적 성추문보다 더 엄정히 다뤄야 한다.
 민주평화당이 미투 운동에 동참하는 취지에서 '갑질 성폭력 방지법' 발의를 당론으로 정했다. 또 8개의 관련 법률 개정에 나설 계획이다. 범죄로 300만원 이상 벌금을 선고받을 경우 퇴직하도록 규정한 국가공무원법·군인사법을 고쳐 100만원만 받아도 직에서 물러날 수 있도록 징계기준을 강화하는 등 공직사회의 갑질 성폭력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도 추진키로 했다.
 이번 미투 운동이 양심을 어기고 권력으로 성적 욕망만을 채웠던 무리들의 설 땅을 좁히고 있다.
 그렇다면 집단내부의 민주적 견제·감시와 조력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급선무다.
이종훈
논설위원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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