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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권하는 사회'의 씁쓸한 자화상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02월 05일(월)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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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저께 "등단하고 싶으세요? 그럼 우리 문예지부터 사세요"라는 제목의 기사가 떴다. 문학계의 '등단 장사'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같은 문인으로서 잊을 만하면, 창피감와 자괴감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라치면 1,2년에 한 번씩은 어김없이 등장하는 기사이다. 기사 내용들이 대부분 사실이기에 반박할 수도 없다. 굳이 변명을 하라면, 자본주의 사회가, '돈 숭배주의(Moneytary)'가 빚어낸 현상의 한 가지일 뿐이다. 필자에게 현진건 선생의 대표 단편소설을 추천하라고 하면 '술 권하는 사회'를 선택한다. 일제강점기하에 있는 조선의 현실에 절망한 지식인이 주정뱅이로 전락하게 되고, 밤마다 그를 기다리는 아내의 불만에 그 탓을 '술 권하는 사회'로 돌린다. 현실 도피의 수단으로 술을 벗 삼은 지식인을 통해 모순된 사회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실주의 소설이다. 필자는 이 소설 제목을 패러디해 현대사회를 '돈 권하는 사회'라고 말한다. 그래서 앞에 거론된 문단의 병폐도 '돈 권하는 사회' 탓으로 돌리고 싶다. 하지만 '돈 권하는 사회'의 씁쓸한 자화상의 한 단면일 뿐이라고 변명한다고 해서 창피감이나 자괴감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어서 우울할 따름이다. 요즘 논란이 많은, 젊은이들의 가상화폐 광풍도 '돈 숭배주의'가 빚어낸 현상일 것이다. "왜 돈을 돈이라고 하는 줄 아냐? '돈 보면 누구라도 돈다'고 돈이라고 하고, '돌고 도는 게 돈'이니까 돈이라고 하는 거다"라던 누군가의 말이 이토록 실감이 나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문학계의 오랜 병폐로 여겨진 '등단 장사'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는 기사는 명색이 소설가인 필자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등단 장사란, 군소 문예지가 공모전을 연 뒤 지원자들에게 당선·등단을 미끼로 평생구독이나 책 구입을 강요하는 행위다. "등단을 원하십니까? 등단은 귀하의 선택사항으로 본지의 안내를 수용하거나 사양하실 수 있습니다. 문인의 대우를 받기 위해서는 아래 스냅사진, 당선 소감문, 등단지 구매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만약 마감일까지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경우 당선을 취소하고 발표하지 않습니다"란 메일을 보내기도 한다. 심지어 당선 대가로 수백만 원의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등단 제도를 악용한 상술인 것이다. 외국과 달리 국내에선 등단이 '문인 자격증'으로 취급 받고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등단이 쉬운 군소 문예지를 통해 소설가·수필가·시인 등 소위 '타이틀'을 획득, 기성작가로 활동하려는 이들과 이해관계가 맞물렸다는 분석이다. 200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실시한 '문학 장르 활성화를 위한 문예지 실태조사'에서 한 자문위원은 "수많은 시 전문지들이 등단용 문예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문예지 발행의 재정적 수단을 거의 등단 시인에게 의존하는 걸로 알려졌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이런 유사한 사례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평생교육원이나 문예대학의 문학창작반 수강생을 대상으로 강사들이나 문예지 편집위원들이 권유나 유혹을 하기도 한다. '돈 권하는 사회'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등단 장사'가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최소한 지켜할 가장 중요한 게 있다. 바로 당선 수준이 안 되는 작품을 다듬어주거나 심지어 대필까지 해서 등단을 시키는 파렴치한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함량 미달의 문인들을 양산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문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이고, 자존심이다. 정현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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