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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치(五恥)와 성희롱(性戱弄)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02월 04일(일) 17:24
사람이 부끄러운 줄을 모르면 이미 사람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사람과 짐승을 구별하는 잣대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부끄러움, 즉 치(恥)를 느끼느냐의 여부가 가장 결정적인 잣대하고 하겠다.
 세상이 시끄러운 것도 따지고 보면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의 무치(無恥)한 언행에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할 말이 있고 하지 못 할 말이 있는데,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쏟아냄으로써 상호간에 불신을 낳는 예가 종종 있다. 거기에다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해서 망신을 당하고 일생을 후회하면서 살아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옛글에 보면 군자유오치(君子有五恥)라 해서 지도층의 사람은 특히 오치를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고 쓰여 있다. 오치의 첫째는 거기위무기언(居其位無其言)이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그 자리에 걸맞게 책임 있는 말을 하지 않으면 부끄러운 일이라는 이야기다.
 둘째는 유기언무기행(有其言無其行)인데, 말로는 큰소리치면서 행동과 실천이 없는 것은 군자(君子)의 치(恥)라는 뜻이다. 셋째는 기득지이우실지(旣得之而又失之)로 이미 얻은 것을 다시 잃는 것도 치(恥)에 속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기득(旣得)은 사익(私益)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익(公益)을 위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넷째는 지유여이민부족(地有余而民不足)이다. 땅은 남는데 백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그만큼 민심을 얻지 못했다는 뜻이니 부끄러운 일이라는 이야기다. 다섯째 중과균이배언(衆寡均而倍焉). 부하들의 중과(衆寡)는 고르게 하면서 자기의 공(功)은 배(倍)로 만드는 것을 이름인데 이것이야말로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이상의 오치(五恥)는 '예기(禮記)'에 나오는 것이지만 이밖에도 춘추시대 팔개국의 역사책인 '국어(國語)'에는 다른 측면에서 오치를 적고 있다.
 '국어'에 나오는 오치의 첫째는 예이부종(禮而不終)이다. 예의를 끝까지 갖추지 못하면 치(恥)라는 것이다. 둘째는 중불승모(中不勝貌). 여기서 말하는 중(中)은 마음의 절정을 말하는데, 마음의 정성이 외모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셋째는 화이부실(華而不實). 이는 외화내빈(外華內貧)을 일컫는 말이다. 한마디로 속은 비었는데 겉만 번지르르 하다는 이야기다. 넷째는 부도이시(不度而施)이다. 권한과 능력도 없는 사람이 일을 하겠다고 덤비는 것을 이름이다.
 다섯째는 시이부제(施而不濟)인데, 일을 벌이고 끝막음을 하지 않거나 못 하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라는 뜻이다. 이렇듯 옛말은 인간과 금수의 차이점 중 으뜸이 부끄러움이라고 했지만 현대인은 이를 가볍게 여겨는 바람에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성희롱이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이후 여성의 사회 진출이 현저해 짐에 따라, 이제까지 가벼이 여겼거나 묵과해 온 직장·학교 등에서의 여성에 대한 성희롱이 사회적인 큰 문제로 제기됐다. 이에 따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법률' '여성발전기본법' '국가인권위원회법' 등에 성희로 방지를 위한 조항이 규정됐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는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직위를 이용, 업무와 관련해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어나 행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했다는 이유로 고용에 불이익을 주는 직장 내 성희롱의 금지 및 예방을 위한 규정을 두고 있다.
 최근에 한 여검사의 성희롱 피해에 대한 양심선언은 충격 그 자체다.
 그는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허리와 엉덩이를 감싸 안고 수회 만지는 상당히 심한 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행 사건으로 촉발된 성폭력 고발 '미투 운동(Me too·나도 당했다는 뜻)은 이제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참에 말 못하고 수난의 시간을 살아온 또 다른 피해자가 있다면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 봄직하다. 그래야만 우리사회에서 성범죄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훈
논설위원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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