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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하는 것'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02월 01일(목)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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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아내와 만난 지 딱 20년이 됐다. 남들이 보기에 우리 둘은 여전히 친구처럼 잘 지내고 있다. 한마디로 사랑을 하고 있다. 피동적(被動的)으로 '하여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能動的)으로 '하고 있는' 중이다. 아내와 나 우리 둘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돌아보면 촌스럽고, 다시 생각하면 그리운 1998년 1월의 차가운 어느 날 오후, 나보다 두 살 위 누나의 소개로 대구의 어느 대학교 뒷문에 있는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레스토랑에서 처음 만났다. 아내는 처음 나를 소개받고 김순호라는 나의 이름 때문에 웃었다고 한다. 내가 생각해도 '순호' 촌스런 이름이다. 당시 아내는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는 콧대 높은 음대 학생이었고 난 그야말로 가진 거라곤 배짱 하나 밖에 없는 영천 시골 촌놈이었다. 식사는 보나마나 내가 좋아하는 오징어라이스를 시켰을 거고 후식으론 아마 오렌지 주스를 시켰을 거다. 또 촌스럽게 식사 후 레스토랑 바로 밑 비디오방에 가서 아무 말 없이 비디오를 봤더랬다. 그리고 난 뒤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려던 아내를 집에까지 내 차로 태워주겠다고 큰소리를 '뻥뻥'쳤다. 난 그 당시 아주 큰 차를 타고 있었다. 흰색 그레이스 12인승.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는 모 아이스크림 광고 카피처럼 내 차 그레이스는 골라 앉는 재미가 있는 12인승 승합차였다. 혼자 타고 다니는데 왜 그런 큰 차를 타고 다녔는지 돌아보면 우습기만 하다. 강산이 두 번 변하는 그 긴 시간동안 돌아보면 아팠던 기억도 많고 즐거운 기억도 많다. 그 기억들이 모여 우리 둘의 추억이 됐다. 지금은 아내를 꼭 닮은 아들이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고, 나를 꼭 닮은 딸이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겐 기적과도 같다는 생각을 하면 지금의 순간이 감사로 넘쳐난다. 얼마 전 딱 20년이 되던 날, 예전 사귈 때처럼 우리 둘은 데이트를 했다. 식사하며 둘이 나눈 대화는 감사에 관한 것이었다. 처음 만날 때보다 우리 둘 모두 더 성장했고, 함께 같은 일을 하고 있고, 친구처럼 동반자로 잘 지내고 있음이 참으로 감사하다. 사귈 때 아내에게 받은 사진을 나의 지갑에 넣고 다녔던 생각이 난다. 그 때 사진 뒤에는 나와의 약속을 이렇게 써뒀었다. '끝없는 관심, 한없는 이해, 더 없는 존중' 그 약속을 지금껏 나름 잘 지키고 있으니 그것으로 족하고 감사하다. 앞으로 아내랑 함께 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다. 그 일들에 미리 감사를 해본다. 동반자로서 함께 걷는 뒷모습이 아름다운 부부가 되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약속하며 오늘도 우리는 '사랑을 하고' 있다. 사랑을 한다는 것은 노력을 뜻한다. 서로의 관계가 금이 가고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그것을 알기에 우리는 지금도 서로 노력하고 있다. 사랑은 '하여지는' 것으로 시작하고 '해 가는' 것으로 유지가 된다. 즉 사랑은 저절로 끌림과 떨림으로 '하여지는 사랑'으로 시작이 되지만 유지돼 가는 것은 결국 노력으로 매일 매일 탑을 쌓듯 '해가는 사랑'으로 지속되는 것이다. 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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