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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속삭임에 귀기울이다
남산 둘레길, 건천 편백나무 숲… 동화같은 경주의 가을 숲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7년 11월 09일(목) 18:44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조동화 시인의 시 '나하나 꽃 피어'의 일부분이다. 단풍 절정기를 맞은 만추의 계절 11월, 자연이 화합해 이뤄 놓은 산과 들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인류의 유산 중 가장 고귀한 것은 자연이다. 이번 주말 경주 곳곳에 살아 숨쉬는 생명의 숲이 숲을 천천히 걸으며 내게로 오는 자연의 맡으며 상상과 여유 속에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자. 스마트폰의 액정이 아니라 컴퓨터가 전해주는 무제한적인 정보에서 벗어나 몸으로 느낀 정보로 가득 채워보는 건 어떨까.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며 즐길 수 있는 경주 단풍명소를 추천한다.

▲신라천년 숨결 남산 둘레길
 천년의 신라왕조와 함께한 경주 남산. 신라인들은 골마다 절을 짓고 바위마다 불상을 만들었다. 자연과 예술이 조화돼 남산 전체가 '지붕없는 박물관'으로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남산은 보물 13점, 사적 12개소, 불상 1백3구, 탑 82기, 옛 절터 1백46개소, 왕릉 14기를 품고 있는 거대한 박물관이다. 가는 곳마다 신라유적이 산재해 있는 곳이 남산이다.
 경주 남산의 둘레길은 '남산가는길'과 '동남산 가는길', '서남산(삼릉) 가는길' 이렇게 3개로 나눌 수 있다. 이중 삼릉 가는 길은 월정교에서 시작해서 남산 서쪽의 주요명소를 따라 삼릉까지 가는 도보로 8km에 이르는 길이다.
 3~4시간 정도면 둘러 볼 수 있는 길이지만 신라시조 박혁거세 거서간이 탄생한'나정'에서부터 가장 번성했던 통일신 시대에 만들어졌던 절터와 탑을 지나'포석정'을 거쳐 삼릉에 이르는 이 길에는 신라 역사의 시작과 끝이 숨 쉬고 있다.
↑↑ 경북산림환경연구소 내 외나무다리.
ⓒ 경북연합일보

 
▲경북산림환경연구소
 경주 남산자락에 위치한 경북도 산림환경연구소에는 향토 희귀수목과 천연기념물, 야생화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관으로 도민의 휴식공간과 자연학습의 명소로 잘 알려져 있다. 시원하게 쭉 뻗은 40년 이상된 수령의 아름드리 메타스콰이어들은 북유럽의 어느 숲을 연상시킨다. 물드는 시기가 서로 다른 나무들이 시차를 두고 물들고 있어 매 주말마다 다른 모습의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태풍으로 넘어진 메타스콰이어 외나무다리는 이곳의 가장 주 포인트 사진찍기 명당으로 어느 곳에서 앵글을 맞춰도 그대로 작품이 된다.
 접근성이 좋아 인근 울산, 포항, 대구 등에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남산아래 위치해 기존의 불교문화권과 같이 연계해 관람 할 수 있다.
 

▲통일전 은행나무
 통일전 앞 은행나무길이 가을볕을 받으며 노랗게 물들며 여심을 유혹하고 있다. 은행나무는 옛날부터 우리들에게 매우 친숙하고 유용한 나무이다. 약 1억5천년 전부터 지구상에 존재했던 생물이라고 해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기도 한다. 은행나무는 세계적으로 은행나무과에 오직 은행나무 1속, 1종만이 있을 뿐이며, 이 세상에 변종이 없다.
 대한민국의 100대 아름다운 길로 선정된 통일전 앞 직선으로 뻗은 은행나무길은 가을 경주의 은행나무 길 명소로 잘 알려져 있다. 올해는 지난해 보다 멋진 은행나무를 볼 수 있다. 한국전력이 올해 초 은행나무 위로 지나가던 전선로를 전력공급에 지장이 없도록 면밀한 기술검토로 경과지를 변경해 통일전 앞 가로수길의 경관을 확보했다.
↑↑ 흥덕왕릉의 소나무.
ⓒ 경북연합일보

▲경주의 소나무
 소나무는 경주의 시목으로 사시사철 변함없이 우리와 같이 호흡하며, 우직하고 강직한 성품으로 대변되고 있다. 소나무는 한결같이 왕릉을 향해 절을 하듯 길게 가지를 뻗고 있어 더 신비로움을 준다. 석탈해왕릉, 배리삼릉, 헌강왕릉과 경애왕릉, 괘릉, 안강의 흥덕왕릉 등 경주 왕릉 주변을 둘러싸고 오랜 세월 성스러운 영역을 지니고 있다. 곧게 잘 뻗은 나무에서 구불구불하게 휘어진 노송들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경주의 명물로 또 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며 작품으로 재탄생 되고 있다.
 

▲강변로 느티나무
 형산강을 따라 길게 뻗은 강변로에 20여 년 전부터 순차적으로 심겨진 느티나무가 경주 명품 가로수길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7.5km 거리에 1천300여 본의 느티나무가 식재 돼 있다. 경주시 주요 관광지 도로변에는 벚나무와 이팝나무가 식재돼 있어 형산강변을 따라 개설된 강변로에는 새로운 수종으로 느티나무를 식재해 또 다른 계절적 변화를 느낄수 있도록 했다. 이런 걸 두고 '신의 한 수'라고 하는 걸까.
 느티나무가 주는 느낌은 젊은 날 순결한 꿈 같은 것이다. 형산강 아침 물안개의 고요속에 수정처럼 투명하게 맺히는 청춘의 표상같다. 봄에는 연두색, 여름에는 녹색, 가을에는 붉은색, 겨울에는 하얀 색으로 사계절 아름다운 느티나무 길이 경주시민을 행복하게 만든다.
↑↑ 형산강 갈대밭.
ⓒ 경북연합일보

형산강 갈대의 은빛 유혹
 경주 형산강 서천좌안둔치 15만㎡ 규모의 갈대단지에 가을이 눈부시다. 경주시는 형산강 서천좌안둔치는 2천800m 길이의 산책로와 3천780㎡ 규모의 광장 3곳, 잔디 주차장 1곳, 습지 1곳을 조성돼 있다.
 갈대와 억새는 구분하기 힘든데 일반적으로 강가에 있으면 갈대, 산에 있으면 억새로라고 한다. 갈대는 주로 습지나 갯가 주변, 호수의 물근처에 서식하며 끝부분에 사자의 갈기같이 갈색의 꽃대가 뭉쳐있고 기에 마디가 있으며 키가 큰편이다. 억새는 주로 산기슭이나 언덕, 그리고 들녘이나 길가에 서식하며 끝부분이 가늘고 하얀 꽃이 피고 마디가 있으나 줄기는 가늘다.
↑↑ 건천 편백나무숲.
ⓒ 경북연합일보

▲건천 편백나무 숲
 최근 몇 년 입소문을 타고 건천 편백나무 숲이 힐링 명소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정식 이름은 '편백숲 내음길'이다. 편백 나무숲은 개인사유지이지만 경주시가 데크와 메트로 산책길을 만들어 피톤치드를 만끽하며 걸을 수 있도록 조성해 놓은 작은 숲이지만 원시림 한가운데 서있는 느낌을 준다.
 편백나무는 목질이 좋고 향이 뛰어나 실용성이 높다. 가구 제작은 물론 건물의 내부 벽체, 인테리어용으로 널리 쓰인다. 편백에 함유된 피톤치드가 아토피 치료에 효과가 있음이 알려지면서 베개, 벽지, 도마, 장난감 등 편백을 이용한 각종 생활용품이 생산되고 있다.
↑↑ 도리 은행나무숲.
ⓒ 경북연합일보

 
도리 은행나무숲
 경주시 서면 도리 은행나무 군락지가 가을볕에 노랗게 물들어 가고 있다. 차태현이 주연을 맡은 영화 '슬로우 비디오' 촬영지로 유명해졌다. 서면 아화리에서 영천시 고경면으로 가는길에 심곡저수지를 지나면 바로 빽빽한 은행나무 숲이 있다. 마을 주민이 은행나무를 판매하려고 재배하다 은행나무가 너무 크게 자라서 판매하지 않고 종묘장을 일반인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가을날 이 마을은 동화처럼 신비롭고 아름답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농촌의 한가로움과 함께 경주의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황금색의 은행잎이 팔랑이며 뱅글뱅글 맴을 돌며 떨어지자 손바닥을 뻗어 받아 내는 동작에서 마음은 이미 모든 치유를 얻는다.
 하늘이 다 가려질 정도로 빽빽한 은행나무 숲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온 젊은 부부, 똑 같은 티셔츠를 입은 연인들, 웃음을 멈출줄 모르고 웃는 여고 동창들이 가을을 느끼며 즐겁다. 바람이 훅 지나가면 후두둑 황금비가 내린다.
  사진:최병구 기자 cbg@kbyn.co.kr
 글:김희동 기자 khd@kbyn.co.kr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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