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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춘희 막이' 동행 이야기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7년 10월 15일(일) 18:46
↑↑ 김순호 사람향기 라이프디자인연구소장
ⓒ 경북연합일보
올해 추석은 꽤나 길었다. 그 긴 연휴동안 기름진 음식을 너무 많이 먹은 탓인지 속이 느끼하다. 칼칼한 음식이 생각 날 때 쯤, TV 이곳저곳을 뒤지다가 '춘희 막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눈에 띄었다. 영화포스터에는 까칠한 표정의 할머니 한분과 티 없이 맑고 순수한 미소를 짓는 할머니 한 분의 모습이 있다. 두 분의 모습이 상당히 대조적이다. 왠지 뭔가 모를 그들만의 스토리가 있을 듯해서 재생 버튼을 눌러서 보게 됐다.
 대략 내용은 이렇다. 영화는 막이(90세)라는 이름의 할머니와 춘희(70세)라는 할머니가 살아가는 두 사람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지게 된 이유는 두 분의 기막힌 인연에 있다.
 막이 할머니(90세)는 시집을 와서 아들 둘, 딸 셋을 낳았다. 하지만 아들 한 명은 사라 호 태풍 때, 또 한 명은 홍역으로 둘 다 어릴 때 세상을 떠나보냈다. 남아선호 사상이 강했던 시절, 가문의 대(代)를 이을 아들이 필요했지만 본처인 막이 할머니는 나이가 많아 더이상 아이를 낳을 수 없었다. 그래서 지적장애를 가진 춘희 할머니(당시 24세)가 후처로 들어와서 아들을 낳았다. 일명 씨받이로 오신 것이다. 그렇게 본처(막이)와 후처(춘희)의 두 사람의 기막힌 동거가 시작됐다.
 춘희 할머니는 24살에 후처로 들어와 아들 둘, 딸 하나를 낳았고 40년 동안 한 명의 남편, 두 명의 아내가 한 지붕 아래 사는 희한한 삶을 이어왔던 것이다. 그 후 남편인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46년 동안(영화 개봉 당시 2015년) 막이 할머니는 춘희 할머니를 내치지 않고 한 집에 같이 살아가는 삶의 동반자로 지내고 있다.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이 볼 때는 이러쿵저러쿵 얘기하기 딱 좋은 삶이다.
 하지만 막이 할머니는 얘기한다. "아들 하나 낳으면 쫓아내려 했지. 그런데 그러지 못하겠더라고"
 영화 장면 속에서 보여지는 막이할머니와 춘희할머니의 관계가 이렇다. 미운듯, 고마운 듯, 불쌍한 듯.
 영화는 춘희할머니의 실수와 그걸 꾸짖고 야단치는 막이 할머니의 모습이 거의 절반 이상이다. 그런데 막이 할머니의 야단도 매번 천진난만한 춘희할머니의 미소 앞에는 무너져버린다.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다. 과연 누가 감히 다른 이의 삶을 보고 '나보다 낫다 못하다' 얘기 할 수 있을까. 아무도 그들의 삶에 이야기 할 자격은 없다. 모두 각자의 삶이 있고 그 삶이 모두 소중한 이유다.
 두분의 삶도 우리네 삶도 똑같은 삶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처음 영화를 보기 전 포스터에 나온 둘의 모습을 보고 다르게 살아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영화를 다보고 나니 춘희 할머니, 막이 할머니 삶은 다른 듯 많이 닮았다. 마치 다른 두 나무가 하나가 된 연리지처럼 둘은 그렇게 동반자로 살아가고 있다.
 마지막 막이 할머니의 대사로 영화는 잔잔한 음악과 끝이 난다. 그 말이 아직도 귀에 울린다.
 "가자, 가자. 같이 가자"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다. 느리면 좀 기다려주고, 약하면 짐 나눠 들고서 손에 손 잡고 같이 갔으면 좋겠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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