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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자본주의의 약육강식
1년 전부터 임대료 상승… 최대 5배까지도
기존 상인들이 쫓겨나는 상황 발생 '우려'
경주시 '젠트리피케이션' 대책 마련 못해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7년 08월 21일(월)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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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포석로는 주말에 비해 평일에는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 ⓒ 경북연합일보 | | 올해 경주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영단어를 선정하라면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꼽을 수 있다.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구도심 상권이 살아나면서 임대료가 크게 올라 원래 있던 토착상인들이 내몰리는 현상을 '젠트리피케이션', '둥지 내몰림'이라고 한다. 서울 홍대앞, 이태원 경리단길, 강남 가로수길 같은 곳에서 시작한 내몰림 현상이 전국으로 번져 가고 있다. 치솟는 인기와 함께 포석로 일대에도 임대료가 폭증하면서 기존에 장사하던 저소득 상인들이 쫓겨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공동화현상)'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  | | | ↑↑ 지난 1일 최양식 경주시장이 포석로 일대 가게를 둘러보고 있다. | | ⓒ 경북연합일보 | | ▲젠트리피케이션, 황리단길의 명암 젊은 창업가들의 용기 있는 창업으로 경주 도심의 낙후 된 거리가 일명 '황리단길'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끌며 청춘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업고 매일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내남사거리에서 시작된 1㎞ 남짓한 구간이 연일 SNS(Social Network Service)에서 화제가 되며 식당을 찾은 사람들의 긴 줄이 띠를 이루고 있으며 다양한 아이템의 상점은 손님들로 북적이고 카페 등 식당 거리 곳곳은 데이트 명소가 됐다. 지난 6월 23일 방영된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기한 잡학사전' 4회에서는 1박2일로 경주 여행을 떠난 잡학박사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이들은 경주의 새로운 명소가 된 황리단길을 언급하던 도중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 특히 최근 경주에서 떠오르는 황리단길의 땅값이 1년 사이에 10배 이상 올랐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토론을 벌였고 유시민은 "인류 역사상 막을 수 없는 문제다"라고 말했다. 현재 포석로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은 유명세에 비례해 급속하게 올라가고 있으며 서울에서 부터 부산, 대구, 울산 등 대도시의 돈 많은 재력가들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이 일대 임대료는 지난해만해도 보증금 100만원에 10개월 사글세 150~200만원에 형성됐다. 특이하게도 임대차 보호법에 명시된 2년 계약이 아니라 10개월씩 끊어서 계약을 해 오고 있다. 최근에는 보증금 1,000만원에 10개월 사글세가 1,000만원에서 2,500만원에 거래 되고 있으며 이 마저도 더 인상될 것으로 전문 부동사업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인근 부동산중개소 관계자는 "약 1년 전부터 임대료가 오르기 시작했다. 올해 초 들어서 변화가 더 뚜렷해졌다. 임대료가 몇 년 사이에 최대 5배까지 뛰었다"고 말했다. H 부동산중개업자는 "2년 전만 해도 임대료가 100~120만원가량 하던 가게가 지금은 5배까지 뛴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  | | | ↑↑ 지난 18일 김환대 문화해설사의 진행으로 마을 투어를 실시하고 있다. | | ⓒ 경북연합일보 | |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법 조례안 제정해야 이곳의 상인들 대부분이 청년 창업자들이기에 지속적으로 임대료가 오르면 언젠가는 비싼 임대료 때문에 떠날 날이 올 지도 모른다. 이들이 도심재생 및 활성화에 기여한 만큼 돌려받지 못한 채 쫓겨나는 것은 정의에 반하는 일이다. 사유재산제도와 충돌하지 않도록 미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카페를 오픈한 김 모(32세)씨는 "유명세는 얻었지만 상인들은 오히려 걱정이다. 임대료가 세배 넘게 올랐기 때문이다"며 "겨우 자리를 잡았고 활성화되기까지 지역에 참 많이 기여를 했는데 그걸 다 털고 그냥 자본주의적 논리로 쫓겨나야 된다고 생각하면 우울하다"고 말했다.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법에 대해 경주시의회와 경주경실련에서는 긴급히 조례안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 성동구는 지난 2015년 9월에 전국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제정했다. 강남구는 건물주와 수차례 간담회를 진행한 후 임대료 인상을 자제하자는 '착한 임대료' 방침을 세웠다. 서울시는 5년 이상 임대료 인상 자제를 약속한 '장기안심상가' 신청 건물주에게 상가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대책들은 건물주와 임차 상인에게 미리 신호를 보내 불확실성을 줄이고 영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준다. 황리단길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경주시가 참고할 만한 사례들이다. 경주시는 이런 현상에 대해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8일 경제정책과, 왕경조성과, 교통행정과, 도시디자인과 등에 자문을 구했지만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서는 처리하는 부서를 잘 모르겠으며 왕경지구인 관계로 왕경조성과에서 일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21일 경주시 관계자는 "상권이 형성되면서 수요가 많으면 공급가격이 올라가는 건 자본주의 논리인데 개인 사유재산과 관련된 문제라 조심스럽고 행정적인 지도를 할 수 있으면 하겠다"며 "도로와 교통문제라든지, 한옥 개보수와 관련된 문제는 시가 최대한 행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 최병구 기자 cbg@kbyn.co.kr 글 : 김희동 기자 khd@kbyn.co.kr
|  | | | ⓒ 경북연합일보 | | <전문가에게 듣다> 길종구 동국대경영학과 교수·경주경실련 집행위원장 핫한 상권의 딜레마 젠트리피케이션 도심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상권이 조금만 뜬다 싶으면 젠트리피케이션을 고민 하게 된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란 '낙후된 구도심 지역에 고급 상업 및 주거지역이 새롭게 형성돼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됨으로써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이 다른 지역으로 내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곳이면 이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나 전국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고 경주에서도 서울의 망리단길처럼 국적불명의 '황리단길'이란 이름이 젠트리피케이션을 부추기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번성해진 구도심의 상업공간을 중심으로 한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돼 사회적 관심을 끌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사실상 해결책을 찾기란 여간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젠트리피케이션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상대적 낙후지역에 상권이 형성되면서 투자가 활성화되고 경제적인 활력을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발수혜를 독점하기위한 일부 몰지각한 투자자들의 상술로 저소득층과 원주민이 삶의 터전에서 내몰려 갈등을 유발하고 있고 상권은 문화·경제·사회적 요소가 결합된 공간이어야 하지만 급작스런 변화로 지역 고유의 문화가 퇴색하고 무분별하게 개발되는 등의 부작용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새삼 황리단길이 젠트리피케이션을 고민해야 하는 것도 국내 다른 도시의 사례와 다르지 않게 상권형성 속도가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지자체가 중심이 돼 정책과 지원이 뒷받침 된 도시재생사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들은 경주의 황리단길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부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게 되고 필자 또한 무분별하게 개발되는 지금의 형태는 결코 경주를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소상공인들의 열정으로 시작된 황리단길은 자연스럽게 쇠퇴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고 본다. 물론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점을 완화할 수는 있어도 완전한 해결책은 없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황리단길이 관광 명소가 되고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데 일조하고 있어 뒤 늦게 지자체가 나서서 대책마련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하더라도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치고 빠지는 전략을 통해 개발 차익을 얻으면 그만이라는 생각만 갖고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원주민과 소상공인의 피해를 방관하거나 경제적 이득만 고려한 상권 형성을 방치한다면 오랜 기간 사랑 받는 공간이 되기는커녕 찾는 이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정책을 수립하고 건물주와 소상공인이 공동으로 상생협력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먼저 기존의 영세 상인들이 떠나는 아픔을 겪지 않도록 임대기간을 늘리거나 수익 분배 등의 방안을 통해 건물주와 소상공인 간 협력을 통한 상생을 모색하고 있는 국내 일부 상권을 벤치마킹하여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경주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적 명소로 자리매김하도록 황리단길의 무분별한 입점을 제한하거나 지역 고유의 문화가 퇴색되지 않도록 주변 지역과 연계한 황남동 지역공동체를 구성하여 지역의 특색을 살린 이름과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특정인의 갑질이 소상공인에게 과중돼 높은 임대료와 운영비가 가격 대비 서비스품질 하락으로 이어지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을 막아 역사와 문화의 도시로서의 경주시 위상에도 먹칠 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결국 이러한 노력은 황리단길이 도심을 재생시키고 문화적 색깔이 입혀진 경주의 또 다른 명소로 발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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