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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숲, 나무의 구멍을 보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7년 08월 17일(목)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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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이현정
경주숲연구소장 | | ⓒ 경북연합일보 | | 하늘엔 잠시 해가 나더니 다시 어두워지고를 반복한다. 그러더니 무지 습하고 더운 공기와 바람조차 숨죽이며 자욱하게 공간은 시간을 멈춘 듯하다. 그리곤 온통 어스름한 저녁 해가 서산으로 넘어갈 듯 붉게 짙어질 것 같다. 하지만 아직 하늘에 뜬 해가 정오를 약간 더 지난 시각일 뿐이다. 불안한 가슴속 심장이 쿵쾅쿵쾅 멈추질 않는다. 내일은 숲으로 출사이기에……. 폭풍전야가 아른거린다. 분명 일기예보는 흐린 날로 돼있었지만 예상대로 비가 내린다. 내리는 족족 숲이 다 머금을 수 있게 추즈적추즈적하며 내린다. 아주 이상적인 비가 내린다. 고도는 900m을 조금 넘긴 숲 지대이다. 여기서부터 숲을 살피며 올랐다. 숲은 온통 비를 머금은 채 회색빛 하늘아래서 반짝이고 있었다. 고개를 들면 바람에 일렁이는 나뭇잎이 유리빛 반짝임으로 스르륵 투드둑하고 떨어진다. 숲바닥은 극도로 위험에 노출돼 우리는 몸을 사리며 한 발짝씩 조심스럽게 이동하고 있었다. 그러다 발견하게 된 동그라미의 크고 작은 구멍들과 오래된 나무의 파헤쳐진 흔적들은 누가 만들어놨을까? 동그라미의 0.5cm이하의 아주 작은 구멍에서부터 1cm내외의 구멍과 10cm이상의 구멍들은 숲의 가장자리에서부터 내부로 들어가면 더욱 다양하게 나타난다. 소나무와 참나무에 구멍을 뚫는 종류는 좀벌레종류와 비단벌레종류 그리고 거저리, 사슴벌레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리고 나무는 크게 목재를 이루는 부분이 수피, 변재부, 심재부로 이뤄지는데, 나무속으로 파고들어 큰 딱정벌레종류(사슴벌레, 장수풍뎅이, 하늘소종류)는 변재부와 또는 심재부 가까이서 알을 낳고 애벌레시절을 보내며 성충이 돼서야 밖으로 나온다. 그렇게 나무는 더 빠른 속도로 죽어간다. 또한 죽어가는 나무를 일찍 곤충이나 균 그리고 미생물들이 먼저 알아보고 파고든다. 어떠한 생물 이든 생존과 번식의 진화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서서히 흐른 시간의 결과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나무를 점거했다고 나무는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인가? 그렇다. 버섯균의 자실체인 버섯이 피면 나무는 서서히 죽어가는 것이다. 균과 미생물 만큼은 뿌리가 깊고 이들의 죽어가는 나무를 선택한 것에 있어 한치의 오차가 없다. 하지만 숲을 이루는 건 근본적으로 나무이다. 적어도 생존과 번식을 위해 나무를 터전으로 삼는 곤충들만큼은 숲의 강건함을 과시할 수 있는 전제가 있다. 바로 딱따구리종류와 숲에 살아가는 새들인 것이다. 물론 이쯤 되면 새들이 숲에서 곤충을 잡아먹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왠 호들갑일까? 흥미로운 사실은 나무에 처음으로 구멍을 뚫는 존재를 PCE(primary cavity excavator)라고 한다. 딱따구리들이 제일먼저 나무를 탐색해 구멍을 뚫는 것이다. 딱따구리가 부리로 나무치기를 하는 것은 두 가지 경우다. 하나는 알을 낳을 구멍을 파기위한 행동이고 또 다른 하나는 곤충이나 애벌레를 잡아먹을 때 나무를 쪼는 것이다. 딱따구리의 행동의 후자는 일반적으로 나무를 살리는 것으로 본다. 미리 나무속의 애벌레를 제거해 주면 나무는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나무치는 행동은 균과 미생물들이 기다리는 행동이다. 인간의 눈으로는 확인이 거의 불가할 정도의 포자는 지구의 다섯 번 대멸종의 시간이 흘러도 살아남았고, 빙하기속에서도 꼭꼭 숨어서 때를 기다린 것이다. 그렇게 부리와 깃털에 묻어서 나무속으로 스며들고 또한 작은 구멍의 존재들에 의해서도 실어 날라지고 나무는 스스로를 조각조각 다시 흙으로 보낸다. 숲의 나무들에게 보이는 굴레와 같은 구멍들은 바로 생태계인 것이다. 힘들어 보이지만 건강하게 이어져 있는 생태계를 보는 것이다. 나무가 쓰러지고 부서진 자리는 빛이 들어 또 다른 씨앗들이 뿌리 내리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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