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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공예의 정교함, 손 끝으로 꽃 피우다 중요무형문화재 김동학 선생
독립운동가 후손, 4대째 전통장 가업
86세 나이 불구 화살통 '최고 장인'
문양·옻칠 등 많은 단계·시간 들여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7년 07월 20일(목) 18:05
↑↑ 조각도로 대나무에 문양을 새겨 넣고 있는 구순이 가까운 장인의 모습은 구도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 경북연합일보
김동학(86) 선생은 4대째 가업을 잇는 전통장(箭筒匠)이다. 조각도로 대나무에 문양을 새겨 넣고 있는 구순이 가까운 장인의 모습은 구도자와 닮았다. 벽마다 손때 묻은 조각도와 작업장은 어느 종교의 성지에 들어선 듯 경건한 마음을 갖게 한다.
 선생의 정교한 손끝에서 학이 날아오르고 바위와 구름, 십장생이 들판을 뛰어 놀고 용이 힘차게 날아오른다. 선생은 뚝심과 신중함으로 70년 가까운 시간을 전통을 만들며 우리나라 최고의 기능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마음이 고요한 상태에서 한 가지 마음에만 집중시키는 '일심불란'의 경지에서 작업을 하며 비록 생활형편은 어렵지만 전통예술의 계승이란 점에 큰 긍지를 갖고 있다.

ⓒ 경북연합일보
▲가난한 독립운동가의 후손, 전통장 가업을 잇다
 김동학 선생은 경주시 하동 201-37 경주민속공예촌 내 전통장 공방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현역 전통장이다.
 전통 전시장은 한여름 오후의 고요가 묻어 있어 사찰 마당처럼 평화로움을 준다. 앞 건물은 전시장으로 뒤편은 공방으로 사용하고 있다. 잠시 자리를 비웠던 장인이 주름살 가득한 얼굴로 손님을 맞는다. 나무의 나이를 나이테가 알려주듯 사람은 얼굴의 주름으로 나이를 알 수 있게 한다. 웃음기 가득한 동그란 눈매에서 미소년의 얼굴이 숨어있다.
 선생이 70년 가까운 세월 전통 제작에 투신 할 수 있었던 근원은 증조부 김종연(1821~1864) 선생대로 올라간다. 증조부인 김종연 선생은 조선 준조와 헌종때 살았던 분으로 통정대부 당산관 정3품을 지냈으며 스스로 전통을 제작해 더러는 남에게 선사하게도 하고 동료들에게 화살과 화살통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가난한 독립운동가 후손의 2남 3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으나 경제사정상 10대 중반 때부터 생활전선에 나가야 했던 처지라 15살부터 선친이 다니던 목공소에서 일하면서 기능인으로 성장했다. 10대말이었던 1950년 6.25전쟁이 발발했다. 맏형이 포항전투에서 전사하자 형을 대신해 가업을 이어 받게 됐다. 가문에 내려오던 손재주와 눈썰미로 갖가지 종류의 나무로 전통목공예품을 만드는 기술을 연마하면서 기능인으로서의 기반을 다져나갔다.
 1973년 10월에 제1회 인간문화재 공예작품전에 출품한 화살통이 장려상을 수상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전통 화살통 만들기에 나선 다음 지금도 전통(箭筒)만들기에 전념하고 있는 국가지정 장인으로서 2010년 그동안의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옥관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다.
 1989년 6월 중요무형문화재 93호인 전통장으로 지정받은 선생은 팔순의 나이인 지금도 화살통을 만드는 일에 한해서는 국내 최고의 위치에서 국내외 대한민국의 국위를 떨치고 있는 현역 장인(匠人)이다.
 선생의 가문이 처음으로 전통제작을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150년 이상을 전승해 내려오고 있으며 현재는 그의 차남이 기능전수자로 5대째 장인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김동학 선생은 2010년 장인으로는 최고의 영예인 옥관문화훈장을 수여했고 2006년 국가유공자 정부포상 국무총리표창장을 수상한 바 있다.
 전통공예 화살통이 오늘날 점차 우리기억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취약한 현실에서 70년 세월을 고집스레 전승하고 대를 이어 전수하고 있다.

 
↑↑ 경주민속공예촌 내 전통장 공방 작업실 전경.
ⓒ 경북연합일보
▲조상의 지혜와 얼과 멋이 깃든 전통공예품
 전통은 민족의 소중한 문화유산 중의 하나다. 활과 화살, 화살통도 제작방법에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 전문적인 기능은 사람의 인격수양에도 반드시 한 몫을 하고 있다. 화살통 하나 제작에도 수많은 공정과 전문성이 필요해서 그 과정에는 인내와 절제와 끈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현대병기가 발명되기 전에는 가장 중요한 무기의 한 종류였던 활은 인류역사와 맥을 함께 해 왔다. 또한 활이 있는 곳엔 화살과 화살통이 삼위일체를 이루고 있기에 화살통은 활이 존재하는 한 그 역할이 분명하다. 물론 활의 효용성이 크게 낮아진 현대에 와서는 비록 화살과 화살통이 전시용(展示用)으로 사용될지언정 그래도 일정분야의 효용가치를 갖고 있는데다 그 자체가 우리들의 전통문화며 예술이기 때문에 지금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전통은 대나무로 만든 죽제전통이 가장 흔하고, 다음이 한지를 꼬아서 만든 지(紙)전통이다. 오동나무를 원통 또는 팔각으로 붙여 만들기도 하며 교피(鮫皮)를 이용한 교피전통, 한지를 여러겹 발라서 옻칠을 먹인 지칠(紙漆)전통, 그 밖에 대모(玳瑁)전통, 나전(螺鈿)전통 등 그 재료와 형태에 따라 명칭이 다르다. 전통제작은 재료를 수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절을 삭이는 절차, 문양 새김, 옻칠 도색, 밑 마개 만들기, 덮개 만들기, 끈을 달기 위한 고리목 제작, 그 위에 또 옻칠하기 등 습도와 온도를 맞춰가며 여러 단계와 많은 시간을 거쳐야 하는 작업이기에 예부터 창의력과 인고(忍苦)가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전통의 생산지로는 전주, 여주, 담양, 광주(廣州), 예천, 충무, 여수 등 군사적 요충지가 유명하였으나 현재는 경주 민속공예촌의 김동학 선생이 유일하다. 선생의 주요작품으로 팔각문자상감전통, 장생문죽전통, 죽호산문전통, 사어피전통, 대모피전통, 죽산호문전통 등이 있다. 작품에서 선생이 지닌 자긍심과 전문가적 정신을 읽을 수 있다.
 선생은 "몇 년 전만 해도 소장 가치를 느끼는 사람들이 작품을 사가거나 귀한 분을 위해 선물로도 나갔는데 김영란 법이 생기며 공방을 찾는 발길이 뜸하다"며 "작품을 알아주는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린다"고 말했다. 잠시 세상을 빗겨 나있는 은자의 삶을 느낄수 있었다. 지난해 2월에는 전통문화의 전승과 보전, 문화유산을 홍보하고자 경주시에 작품을 기증했다. 대나무에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소나무, 학 등 십장생을 조각한 죽십장생 전통 1점과 생선 껍질로 만든 팔각사어피 전통 1점, 죽시(대나무 화살) 10본을 기증했다.
  사진 : 최병구 기자cbg@kbyn.co.kr
  글 : 김희동 기자khd@kby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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