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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컴의 면도날과 아슐리안형 주먹도끼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7년 07월 11일(화)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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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이준한
칼럼니스트 | | ⓒ 경북연합일보 | 2009년 2월 11일, 수년간 악성 관절염에 시달리다 57세로 사망한 그렉 보웬(Greg L. Bowen)은 미국 오하이오주 맨스필드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주 빅터 밸리 대학에서 고고학을 공부했다. 그 후 미군에 입대한 그는 베트남 전쟁의 공군 베테랑이었으며, 이후 한국의 동두천에서 주한 미공군 하사관으로 근무하게 됐다. 그러던 1978년 어느 봄날, 후에 부인이 된 한국인 애인과 함께 연천 전곡리에 위치한 한탄강 유원지에 산책을 갔던 그는 신라 시대 토기편을 발견하고 그 주위를 조사하면서 소위 전기 구석기 시대의 표지유물인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를 발견하게 됐다. 주먹도끼는 형태적으로 끝이 뾰족하거나 전체적으로 둥근 타원형의 석기를 말하며, 오늘날의 맥가이버 칼과 같이 구석기 시대의 만능 도구로 사용된 석기이다. 그리고 이러한 주먹도끼를 아슐리안형으로 부르는 것은 이 주먹도끼가 프랑스 북서부 솜므강 강변에 위치한 생 아슐(St. Acheul)에서 다량의 석기가 확인되면서 붙여진 명칭이다. 아무튼 아슐리안 형식의 주먹도끼를 지표 채집한 그는 동아시아에서 주먹도끼가 가지는 중요성을 직감하고 이후 다시 현장을 찾아 정확한 발견지점을 표기하고 간략한 보고문도 작성했다. 또한 한국에서 전기 구석기가 발견된 사실을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프랑스의 구석기 대가인 프랑수아 보르드(Francois Bordes) 교수에게 편지로 이 사실을 알렸다. 그 후 보르드 교수의 소개로 서울대학교 고고학과 김원룡 교수를 안내받은 그는 여주 흔암리 발굴 현장에서 김원룡 교수를 직접 만나 전곡리 주먹도끼 발견소식을 전하게 됐다. 그렉 보웬의 발견이 중요한 것은 구석기문화가 인도를 경계로 아슐리안 주먹도끼를 사용한 유럽 및 아프리카 지역과 단순한 형태인 찍개를 사용한 동아시아지역으로 나뉜다는 미국 고고학자 H. 모비우스 교수의 '구석기 이원론'를 뒤집는 결정적 증거가 됐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월지족들이 거주했던 파지리크 인근 지역에서도 발견됐는데, S. N 아스타호프 박사는 파지리크 지역과 직선거리로 200km 내외에 위치한 투바 공화국 타누올라 산맥 인근 타르갈르이크 마을 근처에서 아슐리안 시대의 손도끼를 발견했다. 결국 연천 전곡리에서 발견된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어느 시기의 유물이며, 그 전파경로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두 가지 가능성이 존재한다. 첫째는 기존 학자들의 주장처럼 구석기 시대의 유물이며, 우연히도 전 세계 각지에서 발견된다는 것이며, 둘째는 원래 남부 시베리아 파지리크 지역에서 거주했던 월지족들이 경주 지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연천 전곡리에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과연 이 두 가지 가능성 중에서 어느 것이 옳을까? '오컴의 면도날'이란 용어가 있는데, 이것은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두 개의 주장이 있다면 간단한 쪽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이 이론을 적용해보면 두 가지 가능성 중에서 훨씬 단순한 쪽은 전곡리의 아슐리안 주먹도끼는 동일한 주먹도끼가 발견된 남부 시베리아 파지리크 지역에서 이동해온 월지족의 흔적이라는 것이며, 그런 까닭에 주먹도끼와 함께 신라 시대의 토기편이 인근에서 같이 발견된 것이었다. 이 세상에 우연은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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