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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평범하고 위대한 서민의 삶 담다
경주솔거미술관, 25일 '신라에 온 국민화가 박수근 특별전' 개막식
지역 최초 대규모 박수근전 , 양구군립 박수근미술관 첫 관외 대여
대표작 '빨래터' 비롯 유화·드로잉·탁본·판화 등 100여점 선보여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7년 05월 28일(일)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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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빨래터. | | ⓒ 경북연합일보 | |
|  | | | ⓒ 경북연합일보 | |
|  | | | ↑↑ 박수근 화백. | | ⓒ 경북연합일보 | | 화가 박수근(朴壽根 1914-1965)의 삶과 예술은 '서민의 화가'라고 한마디로 요약된다. 그는 곤궁한 시절에 힘겹게 살아갔던 서민화가 그 자체였다.
1914년 강원도 양구 산골에서 태어난 박수근은 가난 때문에 국민학교밖에 다닐 수 없었다. 6.25동란 중 월남한 그는 부두 노동자, 미군부대 PX에서 초상화 그려주는 일 따위로 생계를 유지했다.
그 힘들고 고단한 삶속에서도 그는 삶의 힘겨움을 탓하지 않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서민들의 무던한 마음을 그렸다.
절구질하는 여인, 광주리를 이고 가는 여인, 길가의 행상들, 아기를 업은 소녀, 할아버지와 손자 그리고 김장철 마른 가지의 고목들. 그는 예술에 대하여 거의 언급한 일이 없고 또 그럴 처지도 아니었지만 그의 부인 김복순 여사가 쓴 '아내의 일기'를 보면 '나는 가난한 사람들의 어진 마음을 그려야 한다는 극히 평범한 예술관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화가의 이러한 마음은 곧 그의 예술의지가 되어 서민의 모습을 단순히 인상적으로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전문용어로 말해서 철저한 평면화작업을 추구하게 되었다.
주관적 감정으로 파악한 대상으로서의 서민 모습이 아니라 모든 개인의 감정에서 독립된 완전한 객체로서의 서민이다. 거기 그렇게 존재하고 있다는'존재론적 사실주의'를 지향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박수근의 그림은 부동의 기념비적 형식이 되었으며 유럽 중세의 기독교 이론과 비슷한 성서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화강암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처럼 움직일 수 없는 뜻과 따뜻한 정이 동시에 느껴진다.
그리하여 박수근은 가장 서민적이면서 가장 거룩한 세계를 보여준 화가가 되었고 가장 한국적이면서 가장 현대적인 화가로 평가되고 있다.
박수근과 신라·경주와의 접점을 찾는 특별전 경주 남산 자연풍경과 화강암은 예술적 모태
▲신라를 찾아 온 20세기 국민화가 박수근 20세기 한국이 낳은 국민화가 '박수근'의 예술적 발자취를 조명하고 박수근과 신라·경주와의 접점을 찾는 전시인 '신라에 온 국민화가 박수근 특별전'의 개막식이 지난 25일 오후 경주솔거미술관에서 열렸다.
전시는 오는 8월31일까지 경주솔거미술관에서 계속된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와 양구군립 박수근미술관, 가나문화재단의 주최로 열리는 '신라에 온 국민화가 박수근 특별전'은 경주솔거미술관이 오랜 기간 준비해 온 기획전시로 박수근의 유화, 드로잉, 탁본, 판화 등 1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박수근 화백은 생전 신라 문화에 관심이 많아 자주 경주를 왕래했다고 한다. 특히 경주 남산의 자연풍경에 심취돼 화강암 속 마애불과 석탑에서 본인만의 작품기법을 연구했다. 신라 토기와 석물조각들을 탁본하고, 프로타주 기법을 사용하여 화강암의 질감을 구사해 입체감을 부조(浮彫)시킨 방법들이 작가 자신만의 예술적 모태가 됐다.
이 전시는 대구·경북지역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대규모 박수근 전시이자 양구군립 박수근미술관의 첫 번째 관외대여 전시이며 가나문화재단의 소장 작품과 개인 소장가들의 작품까지 함께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지난 2일부터 시작한 '신라에 온 국민화가 박수근 특별전'은 이미 많은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경주솔거미술관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다.
25일 열린 개막식에는 김관용 경북도지사, 최양식 경주시장, 전창범 양구군수, 박승직 경주시의회 의장, 배한철 경북도의회 문화환경위원장, 김형국 가나문화재단이사장, 지역 오피니언리더와 문화계 인사 등 200여명이 참석해 특별전의 개막을 축하했다.
개막식의 식전공연으로 대금과 신시사이저가 어우러진 연주가 펼쳐졌으며 김관용 경북도지사, 전창범 양구군수, 김형국 가나문화재단이사장의 인사와 최양식 경주시장의 축하가 이어졌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전창범 양구군수와 가나아트센터 이호재 회장에게 이번 특별전이 개최될 수 있도록 협조해 준 것에 대한 감사의 뜻을 담은 패를 전달했다.
이 전시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작품 기법을 확립한 화가 박수근의 발자취를 따라 그의 미학의 근본을 둔 도시, 경주에서 박수근의 예술적 혼과 흔적을 찾고 작가의 예술세계를 재조명하고 있다. '신라에 온 국민화가 박수근 특별전'은 작품 전시 외에도 박수근 기록영상 상영, 포토존 운영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열리고 있으며 앞으로 미술전문가 초청 강연, 박수근 화백의 유족과 함께하는 미술체험교실, 학술세미나 등도 계획하고 있다.
단순한 형태와 선묘를 이용하여 대상의 본질을 부각 민족적 정서를 거친 화강암과 같은 재질감으로 표현
▲독창적이면서도 평범한 한국의 서민상 주제 한국 화가 중에서 가장 독창적이면서도 평범한 한국의 서민상을 주제로 삼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그림에는 꾸밈없는 생활 속의 시골사람들이 등장한다. 행상이나 빨래터 또는 절구질하는 아낙네들이 주로 등장하고 담소를 즐기는 노인들이나 놀이에 빠진 어린이들도 즐겨 그렸다.
상당수의 화가들이 서구적 분위기의 귀부인이나 유한(有閑) 취미 속의 고급스런 인물을 선택할 때 그는 생활 속에서 소재를 찾았다.
이 같은 인물들은 거짓 없는 한국인의 한 전형으로 화면에 묘사됐다. 또한 그가 그린 자연도 양상한 가지만 남은 나목(裸木)이기 십상이었다. 특히 공간감을 무시하고 대상을 평면화시켜 이 소재들은 극도로 단순명료한 형태로 응축됐다. 절제된 선묘(線描)는 결코 허장성세(虛張聲勢)에 의한 과장법도 아니고 그렇다고 극도로 추상화돼 본질을 은폐시키지도 않았다. 절제의 미를 체질적으로 화면에 옮겨 민족정서를 그려냈다. 특히 화면 바탕의 처리방식이 독특하여 두툼한 질감을 느끼게 했다.
한반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강암의 표면처럼 우툴두툴한 효과를 냈다. 마치 오랜 풍상에 시달린 마애불상처럼 형상이 바탕의 매체에 깊이스며 일체감을 이룬 자연성을 느끼게 했다. 또 회색 등 무채색 계열을 기조색으로 삼고 있어 한결 깊이 있고 무게가 있는 듯한 장엄미도 배어 있다. 원색에 의한 화려함을 거부하고 질박한 색채와 표면질감으로 견고함을 이루어 독자적인 조형세계를 가졌다. 오랜 잔향(殘響)이 남게 되는 그의 화폭은 한국인의 정서와 맞아 떨어져 부담감 없는 조형적 호소력을 가졌다.
회색조의 두툼한 질감 위에 평범한 인물과 주변풍경이 간결하고 담담한 단순구도로 압축돼 있다.
이 때문에 이중섭(李仲燮)과 쌍벽을 이룬 1950년대 이후 작가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중섭이 분방한 선묘에 다양한 색채를 구사했다면, 박수근은 반대로 최대한 절제된 화면효과를 추구했다.
둘 다 민족회화의 구현이라는 독자적인 세계를 이룩했지만, 박수근은 보다 규모있는 대작으로 일관된 조형논리를 전개시킨 특징을 보인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의 시대를 살았지만 전쟁의 피폐한 모습 대신 소박한 일상을 묘사하여 삶에 대한 희망을 표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경매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던 작품 '빨래터'를 비롯해 서민들의 모습을 담은 유화 작품 23점을 만날 수 있다. 대표작으로 '농악'(1932)·'나무와 여인'(1950년대)·'행인'(1964)·'할아버지와 손자'(1964)·'소와 유동(遊童)'(1962) 등이 있다. 김희동 기자 khd@kby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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