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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배 삼선방 대표, 유물 복제로 신라 예술혼 살려…
섬세한 장인 솜씨로 '신라공예 진수' 인정
황남대총 금관 등 복제품 1,000여점 제작
사진 촬영만 수백장… 맞춤형 공구 제작도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7년 05월 18일(목)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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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김진배 삼성방 대표가 누금 기법을 완벽히 재현해 복제한 국보 90호 금귀걸이를 살펴보고 있다. | | ⓒ 경북연합일보 | |
|  | | | ⓒ 경북연합일보 | | 신라 사람들은 큰 무덤을 만들었고 그 속에 황금빛 찬란한 유물을 부장했다. 부장품 중 가장 첫 손에 꼽히는 것은 금관이다. 지금까지 국내서 발견된 순금 금관은 모두 8점, 그 중 신라 금관이 무려 6점을 차지한다. 6점 모두 모두 5세기에서 6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경주 시내 고분들에서만 출토됐다.
신라 금관은 금판을 오리고 붙여 만든 것으로 아래쪽에 둥근 관테가 있고 그 위로 5개의 세움장식(立飾)을 부착한 해 세움장식은 나뭇가지모양과 사슴뿔모양이다. 금관의 표면에는 비취(翡翠) 곱은옥과 금판을 둥글게 오려 만든 달개가 화려하게 장식돼 있다.
출토당시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것은 국보 제191호인 '황남대총 북분 금관'으로 높이 27.5㎝, 드리개 길이 13∼30.3㎝ 이다.
신라금관이 지닌 비밀을 풀기 위해 삼선방 김진배(56) 대표를 만났다. 그는 35년간 전국의 문화재를 복제하고 있다. 그가 만든 복제품 중에는 국보급 유물이 많으며 전국 각 국립박물관, 전시관의 유물이 그의 손을 거쳐 다시 태어났다. 그의 작품은 진품과 구별하기 힘들다는 평을 받을 만큼 정교하다. 그의 손에서 재탄생된 국보 제191호인 '황남대총 북분 금관'은 관테에 출(出)자와 사슴뿔 모양 장식을 세우고 아래로 굵은 고리에 6개의 드리개 장식을 매달아 내려뜨린 뒤 푸른 곡옥과 달개를 매달아 화려하게 장식 돼 있다.
김진배 대표가 아내 박정희(54) 씨와 함께 운영하는 작업장은 보불로 공예촌 언덕에 자리를 잡고 있다. 동국대 역사학과 선후배로 만나 문화재를 복원하고 우리문화재를 지키는 동지로 한길을 걸어가고 있다.
국가가 유물의 복제품을 만드는 것은 오래된 문화재 중 금속이나 목제 유물, 서화나 직물류는 보존환경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수 진열장에 전시하더라도 외부 환경에 장시간 노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대개는 다른 유물과 교체하고 수장고에서 일정기간 쉬게 하는데, 이때 복제품을 대신 전시하기 위해서다.
1500여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신라 금관을 복제하는 그의 작업태도는 진지하고 숭고해 보인다. 황금빛이 찬란한 금을 다루는 빼어난 세공기술은 시대를 뛰어 넘어 신라 장인을 만나고 있다는 착각이 들게 했다.
신라인의 숨결 하나하나를 고스란히 담아내야 하기에 그의 관찰력은 날카롭고, 손끝은 매우 섬세하다. 신라시대 금속장인들이 했던 방식과 지금 방식이 똑같은 방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그 시대 장인들은 자기 마음대로 문양을 넣고 만들었겠지만, 그는 점 하나까지 똑같이 만들고 세월을 덧입은 손상부위까지 똑같이 재현하고 있다.
▲대를 이어 신라 예술 혼을 살리다 유물 복원은 모양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옛 선인들의 예술혼을 살리는 고된 작업이다. 경주 토박인 김 대표는 어릴 때부터 부친의 유물 복원 작업을 눈여겨보며 경주 문화재에 대한 애정을 쌓아 갔다.
아버지이자 스승인 김인태 선생(금속공예명장 제91-5호)은 경주박물관학교 제 1기생으로 '영원한 신라인'으로 불리는 경주 향토사학계의 거두 고(故) 고청(古靑) 윤경렬 선생의 제자다. 고청 선생으로부터 조각과 공예를 배웠다.
김인태 선생은 일본에까지 명성이 자자했던 금속공예계의 독보적인 존재였다. 경주 고분 제155호인 천마총에 진열된 국보 제188호 금관과 장신구, 무기류 등 27종, 53점이 그의 작품이다. 천마총 금관은 진품과 구별하기 힘들다는 평을 받을 만큼 정교하다.
어릴적 부터 가까이서 부친의 의 작업을 봐 온 터라 자연스럽게 뒤를 잇게 됐다. 신라문화동인회, 박물관 답사 등을 쫓아다니며 지역의 문화재를 하나하나 배워갔다. 그는 대학 1학년 때인 1982년 3월부터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으며 유물 복원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89년부터 3년간 부친으로 부터 강도 높은 신라인의 디자인과 기술을 전수 받으며 점차 자신감을 갖게 됐다. 1993년 57세로 부친이 갑작스럽게 돌아가시자 본격적인 작업에 매달렸다. 다행히 선친의 기술을 거의 전수 받았을 때였다고 김 대표는 회상했다. 1993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부친의 빈자리를 지키며 작업에 정진하고 있다.
▲철저한 장인 정신으로 35년째 금속유물 복제 그의 손에서 탄생한 복제품은 1000점이 훨씬 넘는다. 수많은 문화재 유물을 복원했지만 그가 특별히 애정을 갖고 있는 작품을 굳이 손꼽으라면 신라황남대총에서 발견된 금관(국보 제191호), 2003년 백제금동대향로(국립부여박물관) 등이다. 김 대표의 말처럼 삼선방에 한편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황남대총 출토 금관 복제품이 가장 눈길을 끈다.
문화재를 복제하기 위해선 일단 박물관에 가서 실측을 하고 여러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을 찍는다.
황남대총금관의 관 부분은 다른 금관과 거의 유사하나 수식부 장식이 세 쌍으로 모두 6개여서 매우 화려한 장식을 자랑한다. 수식부 제작은 관보다 제작 기간이 더 오래 걸릴 정도로 정교하고 섬세한 손길이 가야한다고 했다. 수없이 두들기고 붙이는 과정을 되풀이하는 금관복제작업은 신라예술의 백미로 꼽히지만 화려한 외양만큼이나 정교하고 꼼꼼한 공정이 필요했다. 백제금동대향로의 경우 이 작업만 약 10개월 가까이 걸렸다고 한다.
모양도 모양이려니와 색채도 같아야 하므로 아주 작은 장식이라도 360도 돌아가면서 전체를 찍는다. 하루 종일 한 작품에 대한 사진 작업을 하는데 그것은 창작이 아닌 그대로 똑같이 복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향로의 경우도 수백 장 사진을 찍는 과정을 통해 복제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실측과 사진을 비교하고 모형 떠 온 것을 바탕으로 분석하면서 복제 작업을 시작한다.
유물 복제가 힘든 것은 교본이나 공구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망치 등 기본 공구 외에 필요한 모든 공구를 스스로 만든다. 못이나 쇳조각 끝을 갈아 손에 맞게 만든 '맞춤형 공구' 2000여개가 공방 안에 가득하다. 유물 한 점 복제하는 데는 짧게는 3주에서 길게는 5개월 넘게 걸린다. 이 기간 동안은 한눈 팔이는 허용되지 않는다. 천직으로 여기며 전력을 다해 35년 넘게 유물의 복제에만 전념한 그의 끈기와 장인 정신에 존경심이 우러나왔다. ▲'복제 박물관'을 만드는 것이 꿈 김 대표가 재현한 수많은 복제품은 전국 국립박물관에 소장전시중이며 진품인지 복제품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가야, 고구려, 백제, 신라 유물까지 복제한 유물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금관, 장신구(허리띠, 귀고리 등), 청동기, 철기, 기와 등 그가 제작한 수많은 복제품은 현재 전국의 박물관에 소장, 전시중이며 진품인지 복제품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실물을 그대로 재현해내고 있다는 평을 얻고 있다.
1993년 국립부여박물관 무령왕관식 외 7종 복제를 비롯해, 국립중앙박물관 부부총 귀걸이(1999), 국립경주박물관 천마총 목관모형(2002), 국립부여박물관 백제금동대향로 제작과정 모형(2003), 국립민속박물관 황남대총 금관(2004), 국립중앙박물관 개관전시유물 금동용두 등, 발해유물과 백제금동대향로(2005), 국립중앙박물관 요시노가리 특별전(2007), 경주세계문화엑스포 황금유물 20점, 불교 조각(2010), 국립부여박물관 미륵사지 사리기(2011), 전북대학교 박물관 청동유물 동경 외 3종 복원복제(2011), 국립중앙박물관 성덕왕릉 십이지상 원숭이 상(2013), 구리 시청 쇠화덕 고구려 신발 제작(2016) 등 수많은 유물 복제품들이 전국의 박물관에서 전시돼 진가가 발휘되고 있다.
김 대표는 "전국의 박물관에서 제가 만든 복제 복원품이 전시되고 있을 때 보람을 느낀다"며 "자부심도 생기고 앞으로는 지금까지 작업의 결과물인 작품을 전시 공간을 마련해 한 곳에서 전시해보고 싶은 것이 작은 꿈이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전국에 흩어져 전시돼있는 유물을 한 자리에서 일목요연하게 비교할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해 보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사진 : 최병구 기자cbg@kbyn.co.kr 글 : 김희동 기자khd@kby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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