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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라트와 불국사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7년 04월 11일(화)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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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경북연합일보 | 어릴 때 즐겨봤던 '바벨 2세'라는 제목의 만화가 있었다. 요코야마 미쓰테루원작의 만화였는데, 일본의 만화잡지에 연재되었다가 나중에는 TV 시리즈용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서 당시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었다. '바벨 2세'는 외계인의 후손으로서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 소년이 평소 검은 표범의 모습을 하고 있는 변형 로봇인 로뎀, 거대한 괴조 로봇 로프로스, 그리고 마징가 Z처럼 거대한 인간형 로봇인 포세이돈과 같은 세 명의 로봇의 도움을 받아서 지구 정복을 꿈꾸는 다른 초능력자와 싸운다는 것이 그 기본 줄거리이다. 이 작품의 주요 배경으로 바벨탑이 등장하는데, 우주선 고장으로 지구에 불시착한 우주인이 고향으로 구조 신호를 보내기 위해 만들지만 과학지식이 부족한 인간의 실수로 완성 직전에 대부분의 탑이 붕괴되고 만다는 설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성경 창세기'에는 사람들이 꼭대기가 하늘까지 닿는 탑을 만들기 위해 벽돌과 역청을 이용하여 탑을 만드는데, 모두가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단일민족이었던 이들이 하늘에 이르는 탑을 쌓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그들이 사용하던 말을 뒤섞어 놓아서 서로 다른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여기서 바벨은 '신의 문'을 뜻하는 바빌론과 연결되지만, 창세기의 저자는 '뒤섞는다' 또는 '혼란시키다'의 의미인 '발랄balal'을 염두에 두고 사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성경에서 하나님을 저버린 사회를 상징하는 바벨탑은 바빌론의 마르둑 근처의 신전을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신전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도시 중앙에 세워졌던 지구라트를 말한다. 지구라트는 구운 벽돌에 역청이나 회를 발라 쌓아올린 사각추 구조의 계단식 탑으로 그 꼭대기에 신전과 제단이 있는 건축물이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와는 달리 지구라트는 계단이 있기 때문에 '계단식 피라미드stepped pyramid' 또는 '단탑段塔'이라고도 하며, '성탑聖塔'이라고도 불린다. 처음에는 3층의 기단 꼭대기에 푸른 색 신전을 세운 형태의 건축물이었는데, 후대로 가면서 기단은 5층, 7층과 같이 그 층수가 높아졌다고 한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에는 각 도시에 수많은 지구라트가 존재했는데, 각각의 지구라트는 그 도시가 숭배하는 신에게 제사지내기 위한 신전이었다. 그리고 우루크에 지어진 성전 에안나Eanna는 사자가 신수神獸인 이슈타르 여신을 위한 성전이었다. 지구라트의 구조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신전으로 올라가는 전면의 계단과 좌우측 계단이 있으며, 그 계단을 통하여 돔 형태의 문을 통과하면, 또 다시 신전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타난다. 그리고 이 계단을 올라야 비로소 사각형 모양의 신전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경주에는 이러한 지구라트의 형상을 한 건축물이 눈에 띄는데, 대표적인 것이 불국사와 다보탑이다. 즉, 불국사의 청운교와 백운교는 지구라트의 전면 계단에 해당하며, 그 계단을 올라가면 지구라트의 돔에 해당하는 자하문을 거쳐서 지구라트의 신전에 해당하는 대웅전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불국사 경내에 위치한 다보탑 역시 특이하게 계단이 있는 탑인데, 원래 탑의 사방에는 이슈타르 여신의 신수인 네 마리의 사자가 지키고 있었으나 지금은 한 마리만 남아있다.
이준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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